한국거래소가 2년 전 1000억 원이란 거금을 들여 구축한 현재의 전산 시스템(EXTURE)에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또 거액을 들여 새 전산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어 그 배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양사는 최근 세계 최고 성능의 차기 전산 시스템(New EXTURE)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시스템경쟁력이 시장경쟁력인 추세에 때맞춰 대응하고, 시스템 트레이딩 급성장 등 여건 변화를 용이하게 수용하기 위해 처리 건수와 속도를 향상시킨 차기 시스템(New EXTURE)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더구나 거래소 측은 새 전산 시스템 구축에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에 대해 “확실히 산정된 것이 없다”며 답변을 피하고 있어 더욱 의혹을 사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당한 액수가 투입될 것이기 때문에 막대한 시스템 구축 비용을 미리 공표하길 부담스러워 하는 것 아니겠냐”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불과 2년 전에 완성된 전산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새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라면, 1000억 원을 들인 현 사용 시스템 개발이 중장기적인 시장 변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시스템 개발과 구축에 예산만 낭비됐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시스템이 가동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 들어간 것은 장기적 시장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라며 “이런 식으로 새로운 시스템 구축만 신경 쓴다면 믿음이 가겠느냐”고 말했다. IT 업계 “성능보다 안전성이 더 중요한데…” 최근 안전을 장담했던 금융업체에서 줄줄이 전산 사고가 발생했다. 더구나 국회 정무위에서는 “코스콤 등 금융권의 키보드 보안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지적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소 측이 새 전산 시스템 개발에 나서면서 처리 속도 등만 강조할 뿐 보안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산업계 관계자는 지적했다.
거래소 측은 “한국주식 거래자의 특성상 안전성에 민감하기 때문에 성능을 더 높일 수도 있었지만 안전성을 고려해 차기시스템(New EXTURE)을 개발하고 있다”고만 밝혔을 뿐, 보안이나 안전성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거래소는 현 시스템의 안전성에 대해 “증권가의 전산망은 폐쇄 회로로 운용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접근이 어렵다”며 “땅을 파서 선을 연결하지 않은 한 불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해킹 등은 아니지만 그간 거래소 전산 시스템에선 오작동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올해 2월 한국거래소의 전산 장애로 선물옵션 거래가 30분이나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1000억 원 들인 시스템을 겨우 4년만 사용? 막대한 비용을 들여 또 다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거래소는 차기 시스템은 해외 시스템보다 고성능이며, 개발 결과를 기반으로 차기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임 코스콤 우주하 대표이사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IT 솔루션 시장 진출을 이미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국내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으며 국외 사업을 반드시 해야 하는데, 외국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코스콤의 인적·기술적 역량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최근 한국 금융계에서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IT 부분 취약성에 대한 보완보다 글로벌화만 외치는 코스콤에 대해 “속도에만 집중한 차기 시스템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불과 몇 달 전에 코스콤 임직원이 브로커 등에 얽혀 실형을 받았다는 사실과 연관시켜 생각하면 더욱 증폭된다. 인적 쇄신이 필요한 시점에 몇 년을 주기로 수천억 원씩 투여되는 시스템 개발에 매달리는 데는 “다른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그치지 않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