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천문학적 규모인 7조원대의 금융비리를 저지르면서도 업계 1위로 승승장구했던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숨겨진 비결'이 하나 둘 베일을 벗고 있다. 박연호 회장 등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와 임원들은 120개나 되는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직접 관리하면서 거액을 불법 대출한 뒤 일부를 빼돌리거나 SPC에서 사업비를 과다책정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온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이들은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으로 부동산개발 사업 등을 하면서 부딪치는 인허가 문제나 부지매입 등 각종 `장애'를 제거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많은 돈이 로비자금으로 전용됐다. 또 일부 비자금은 임직원이 착복하거나 유용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비리에는 구속기소된 주요 임원들 외에 SPC를 관리하는 데 동원된 직원들도 한몫했다. 정기적으로 수백만원씩 `가외수입'을 챙기는 등 부수입이 짭짤했다. 13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부산저축은행그룹 관련 판결문에는 SPC를 이용해 저질러온 비리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3천억원대 자금을 쏟아부은 전남 신안군 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의 시행을 맡은 SPC인 신안월드는 모 수협 소유 사업부지를 62억원에 매입하면서 수협조합장에게 1억7천만원의 뇌물을 건넸는데, SPC에서 각종 용역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사용했다. 그리고 SPC의 이런 모든 과정은 일상적인 `업무연락'을 통해 모회사인 부산저축은행의 지휘를 받아 이뤄졌다. 박 회장은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게 되자 검찰 고발에 대비해 130억원대 차명 주식을 처분하면서 고교 동창에게 사례비로 44억5천만원을 줬는데, 그 돈을 산경기술투자라는 SPC를 통해 마련하기도 했다. 계열은행들을 동원해 이 SPC에 200억원을 대출하면서 사례비를 따로 빼내고서 이를 대손상각 처리한 것. 이 회사의 110억원대 대출금 잔액은 전부 상각 처리된 상태다. 검찰은 박 회장 등이 같은 방식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금융당국의 검사를 무마하는 데 사용해온 사실도 밝혀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을 검사하면서 부실을 눈감아준 것으로 드러난 금융감독원 검사반장 이모씨는 박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는 등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됐다. 검찰은 유사한 사례가 더 있다는 관련자 진술과 증거를 확보하고, 비자금이 사업상 특혜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로비자금으로 정치권에도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