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스마트 폰 사용자가 천만에 이르고, 길에서도 지하철에서도 별 불편 없이 인터넷에 접속하는가 하면, 페이스 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의 경험이 공유되는 시대가 왔다. 문화적, 언어적, 지역적인 물리적 차이들은 이제 더 이상 소통에 장벽이 되지 않고 경험들은 서로 공유되고 기억된다.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4월 29일부터 6월 12일까지 열리는 ‘형상화된 기억’이라는 부제를 가진 ‘be mobile in immobility’(부동성 안에서 움직이기) 전시는 “기억을 어떻게 함께 나눌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국내외 15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앞으로 펼쳐질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경험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기 위한 밑그림의 시작 같은 전시다. 전시에 소개된 비디오, 드로잉,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작가들이 어떻게 주변의 환경을 받아들이며 기억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관객 스스로의 경험과 기억이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아나는 모습도 경험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는 큐레이터가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등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권에서 태어나 활동하고 있는 참여자가 모두 큐레이터가 되어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시 참여자들은 고정된 기획팀이라기보다 유기적으로 펼쳐졌다가 다시 접히곤 하는 유연한 그룹에 더 가깝다. 시각 예술 작가뿐 아니라 큐레이터, 저술가까지 서로 다른 환경과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기억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함께 전시를 만들었다. 한편 2011년 서울 토탈미술관에서 출발한 이번 전시는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하고 만들어가는 전시 과정의 첫 걸음이다. 서울 전시 이후 이스탄불과 암스테르담 전시가 예정돼 있다. 특히 기존의 해외 투어 전시와는 달리 각 도시에서 선보일 이번 전시는 하나의 전시가 반복되는 형태가 아니다. 이전 도시에서의 전시가 이 작가군의 경험치가 되고, 하나의 작품과 기억으로 변해 이후 도시의 작가와 관객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계속적으로 이동하고 움직이면서 하나의 경험은 새로운 경험과 만나고, 작가의 기억은 관객의 기억과 만나 새로운 경험을 겹겹이 쌓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