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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현, 일그러뜨린 스타 얼굴로 문화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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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2호 김금영⁄ 2011.05.16 15:02:23

안젤리나 졸리, 레이디 가가, 노홍철, 김혜수….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이 시대의 아이콘들이다. 이런 스타들이 작품 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뭔가 실물과 다르다. 작품을 보면 누군지는 알겠는데, 부각된 입술과 과장되게 튀어나온 이마 등 일그러진 형상들이 색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대중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스타 문화 현상 자체를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박중현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스타에 열광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입는 옷을 따라 입고, 가는 곳에 따라 가며,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이런 현상을 한국에서 많이 느꼈다고 박중현은 말한다. “한국에서 대중들은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TV나 인터넷 신문 등 다양한 매체가 스타의 모습을 매일 보여주고, 사람들은 매체를 통해 비춰지는 스타의 이미지에 익숙해져 있죠. 대중이 스타에 열광하는 이 현상은 과연 무엇이고,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고민을 하다가 나오게 된 것이 바로 제 작업입니다.” 처음으로 작업한 국내 스타는 노홍철과 배용준이다. 작업을 시작하던 초기에는 연예인의 모습을 비하했다고 비난받지 않을까 고민도 됐다고. 하지만 다행히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보고 ‘특이하다’ ‘이런 모습 처음’ ‘스타일이 달라서 좋다’ 라며 즐거워해줬다. 개그맨 박명수 또한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 촬영 당시 그의 작업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하면서 주문 제작한 바 있다.

스타에게 열광하는 현상에 대해 박중현은 딱히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지는 않는다. 일그러진 형상으로 해학적인 스타들의 모습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웃으면서도 스스로 대중을 지배하고 있는 스타 문화 현상에 대해 생각해 볼수록 있도록 유도할 뿐이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작업의 매개체는 바로 사진이다. 사진은 현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과장되거나 모자라는 것 없이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매체다. 작업 과정은 다이어트가 필요 없을 정도로 엄청난 체력과 노동을 요구한다. 일단 사진을 포토샵으로 변형한 다음 프린트해 패널 위에 붙이고 코팅한다. 이 패널을 조각조각 내는데 기계로 자르면 모양이 예쁘지 않기 때문에 하나하나 칼로 직접 깎아낸다. 그리고 그 깎은 패널에 일일이 드릴로 구멍을 뚫는다. 구멍 또한 단순히 아무 곳이나 뚫는 것이 아니라 수학적 계산을 바탕으로 정한 위치에 구멍을 낸다. 그리고 그 구멍에 볼트를 넣고 뒤에 배경판을 너트로 고정시키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렇게 독특한 작업을 하는 박중현은 작업을 시작하던 초기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유화 작업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림을 즐겨 그리면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모님을 설득했죠. 예전에는 유행하는 만화를 주로 따라 그리곤 했는데, 제 그림을 보고 친구들이 좋아해주니까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하지만 부푼 꿈을 지니고 정하게 된 미술로의 길은 그리 평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입시미술은 답답함만 줬다. “제 기질 자체가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많이 활동적이에요. 그런데 방 안에 앉아서 그림만 그려야 하는 것이 답답하더라고요. 또한 캔버스에 한정돼 그림을 그린다는 점이 저에게는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던 그는 2002년 부산 비엔날레에서 스텝으로 일하다가 보다 많은 작가들을 만나보고 싶고,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된다. 프랑스에서 여러 가지를 공부했는데 특히 재료의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제가 어떤 재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더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감성을 배제하고 사실에 중점을 두는 사진을 택하게 됐죠.” 그동안 꾸준히 이어왔던 유화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겨 가기에 앞서 물론 두려움도 있었다. 잘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됐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마음을 다잡고 굳은 결심을 했다. 처음에는 알게 모르게 존재하는 인종 차별이나 생계활동 등으로 유학 생활이 많이 힘들었지만 ‘두고 보자’ ‘난 재미있게 살 거다’라는 오기로 버텼다. 작업의 방향에 변화를 준 소중한 시기였다. 그의 작품은 패널 위에서 이뤄지는 평면작업을 바탕으로 탄생한다. 하지만 결과물은 평면이 아닌 울룩불룩 튀어나온 입체처럼 보인다. 또한 앞에서 보면 이미지의 형태가 보이지만 옆에서 보면 형태가 깨져 보인다. 마치 3D 작업을 보는 듯한 이 작품들은 재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이뤄진 노력의 결과물이다. ‘노력 벌레’라는 별명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스타들의 모습을 다루는 그이지만 이것으로 범위를 한정 짓지는 않는다. 풍경을 대상으로 작업한 작품의 경우 알프스 산맥과 한국의 수묵화를 접목해 동서양의 문화가 한 공간에 어우러지도록 했다. 시공간은 전혀 다르나 이 두 이미지는 하나의 이미지로 엮이면서 독특한 매력을 자아낸다. 최근에는 조선 시대 풍속화가 신윤복이 그린 미인도와 현 시대에서 미인 스타로 손꼽히는 김태희, 전지현 등의 모습을 섞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미인에 대한 기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로 인해 시대가 요구하는 바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다양한 작업을 원하는 그가 또 계획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일반인 얼굴 시리즈다. 그동안은 주로 유명 스타들의 얼굴을 대상으로 했으나 이제 그 스타들을 바라보는 평범한 일반인의 모습을 작업하면서 한국적 생활을 담아내고 싶은 것. “다루고 싶은 소재가 무궁무진해요. 시공간을 뛰어넘는 작업도 계속 이어가고 싶고, 앞으로 어떤 것들을 하게 될지 저도 매일 생각하고 기대가 됩니다.” 작업 과정은 많이 힘들지만 작업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오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업을 한다. “예술에는 경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자유롭게 다양한 장르들을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이죠. 범위를 한정짓지 않고 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또한 혼자만 즐기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앞으로 신선하고 독특한 작품을 보여드리도록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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