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효과를 내는 자양강장제, 에너지음료 등을 무분별하게 섞어 마시는 이른바 ‘포션 음료’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흔히 ‘포션(potion, 물약-묘약)’으로 불리는 이들 혼합음료 제조법은 인터넷 좀 한다는 젊은이들이라면 한번쯤 들어 봤을만한 말이다. 중고생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인 포션은 에너지 음료, 비타민제 등을 섞어 개인이 직접 제조해 마시는 일종의 혼합 음료다. 포션이란 단어는 원래 국내에서 게임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캐릭터의 체력을 회복시켜주고 능력치를 올려주는 아이템을 부르는 말이었던 것. 이 같은 단어의 뉘앙스에서 출발해 현실에서도 포션 같은 마법의 물약을 만들어 잠과 피로를 쫓는다는 발상이다. 특히 중고생들의 시험기간에는 ‘밤샘 공부를 위한 하이 포션 제조기’ 등의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속속 등장하곤 한다. 잠을 쫓아가며 공부해야 하는 수험생, 야근이 잦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 포션이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인기만큼 제조법도 각양각색이다. 박카스 같은 자양강장제를 기본으로, 거기에 비타민C 제품을 넣느냐, 캔커피를 섞느냐에 따라 일반, 하이퍼, 오버 카페인 등으로 그 종류가 나뉜다. 커피를 넣으면 카페인이 더해져 잠을 안 자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거나, 홍삼 드링크제를 추가하면 치유 효과가 있어 다음날 덜 피로하다는 식이다. 이처럼 인터넷에는 각 포션의 종류에 따른 효능과 부작용이 ‘체험기’라는 이름으로 떠돌고 있다. 실제로 호기심에 포션을 만들어 먹은 수험생 진 모(19) 군은 “다신 안 먹는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인터넷에 올렸다. 진 군은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박카스와 레모나, 커피가루 등을 잡다하게 넣어 마셨다가 다음날 밤까지 잠이 안와 혼쭐이 났다. 그는 “가위에 눌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눈은 말똥말똥한데, 몸은 축 늘어져 몸살이 난 것 같았다”고 썼다. 한 네티즌도 자신의 블로그에 “포션은 먹을만한 것이 못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온갖 재료를 다 넣어서인지 마치 ‘괴식(괴상한 음식)’을 체험하는 느낌이었던 데다, 먹은 직후 속이 메슥거리며 설사병까지 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단일 제품이 아닌 여러 약품-식품을 무분별하게 섞어 마시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성분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는 혼합 제조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성년자들이 포션을 통해 카페인을 지속적으로 과다 섭취할 경우 심한 떨림, 구토, 심장박동 증가가 뒤따를 수 있으며, 나아가 중추신경계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다. 전문가들은 포션 같은 초강력 각성음료의 사용에 대해 ‘미래의 시간을 앞당겨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해당 음료를 섭취한 당일에는 각성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다음날에는 쌓인 피로가 급격히 몰려오면서 시간을 다시 빼앗기게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악영향이 단지 ‘그 다음날’ 정도에 그치지 않고 건강 전반에까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가까운 미래를 당겨쓰기 위해 더 먼 미래의 시간을 더 많이 축내는 부작용이다. 이러한 유행에 편승한 듯 최근 국내 음료업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에너지음료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에너지음료라는 제품 콘셉트가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얼마 안됐다.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확고한 에너지음료 시장이 형성된 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가깝다. 지난해 3월 출시된 롯데칠성의 ‘핫식스’가 국내 제품으로서는 첫 번째였으니, 아직 시장 형성이 돼가는 와중이라고 볼 수 있다. 업계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핫식스를 기점으로 해태음료의 ‘에네르기’, 명문제약의 ‘파워텐’, 동아오츠카의 ‘엑스코카스’ 등이 속속 등장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판매 신장률을 밝힐 수는 없지만, 성장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잠 깨려” 이유로 각종 음료를 혼합제조 카페인 과다 복용으로 부작용도 많아 에너지음료는 흔히 신체 기능, 집중력, 대사기능을 촉진시킨다고 광고된다. 약국이 아닌 슈퍼나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사먹을 수 있다는 접근 용이성 등도 기존 자양강장제와 다른 차별화 포인트다. 그러나 해외의 경우, 에너지음료 시장이 활성화된 만큼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제품에 함유된 카페인의 양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미국 플로리다 대학 의과대학의 브루스 골드버거 박사는 과학전문지 ‘분석 독성학 저널(Journal of Analytical Toxicology)’에 에너지 음료들의 카페인 함량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일반 탄산음료보다 최고 4배까지 카페인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청량음료의 카페인 함유량을 12온스당 65mg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골드버그 박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통되는 에너지음료 대부분이 8온스 짜리에 카페인 양이 65mg을 초과하고 있었다. 카페인과 기타 자극 성분 등이 들어 있는 에너지 음료가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올해 초 미국 마이애미대학의 스티븐 립슐츠 박사는 “에너지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전세계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애미대학 연구진들은 에너지 음료에 대한 각종 연구 결과를 검토한 결과, 일부 건강 음료를 마신 사람들에게서 발작, 망상, 심장 이상, 신장 및 간 손상 등의 부작용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립슐츠 박사는 에너지음료를 판매하는 데 규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한 음료업계 관계자는 이런 주장에 대해 “국내에서 제조된 에너지음료의 경우 과라나를 이용한 천연 카페인을 함유한 제품들이 많다”고 반론을 폈다. 그러나 과라나 같은 천연 카페인이라고 안전성이 보장돼 있지는 않으며, 흥분 상태를 야기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반론 역시 나오고 있어 경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