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소비자들은 소셜커머스 업체가 판매한 쿠폰 등에 대해 구매일로부터 7일 이내에는 언제든 환불받을 수 있으며, 구매안전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지난 1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시정조치 내용 중 일부다. 긴 논란이었다. 소비자들은 구입한 쿠폰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소셜커머스 업체 측에 항의했지만 번번이 보상은 못 받았다. 자신들은 기존의 오픈마켓과 같은 통신판매업체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통신판매중개업체라는 주장이었다. 항의해본들 답변은 한 가지로 압축됐다. “상품을 제공하는 업체 측과 얘기하라. 우리에겐 책임소재가 없다.” 보상도, 책임도, 제대로 된 답변도 없는 ‘자칭’ 통신판매중개업체들에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그리고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내려진 지금까지도 소셜커머스와 관련된 소비자들의 진통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2일 위메이크프라이스(이하 위메프)에서 진행된 올림푸스 디지털카메라 반값 판매. 당시 제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지금 울상이다. 구입한 제품에서 정체불명의 소음이 발생하는가 하면, 1200만 화소라는 제품 사양과 달리 사진 품질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항의가 연달아 들어왔지만 위메프 측은 ‘제품을 공급한 판매처나 올림푸스에 문의하라’는 답변만 내놨다고 한다. 공동구매의 주선자가 정작 문제 상황에서는 발을 빼버리는 형국이었다. 판매처나 올림푸스 측 또한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해당 제품의 소음은 렌즈 초점을 맞출 때 나는 정상적인 소리이며, 제품 사양은 광고대로 1200만 화소가 맞다는 설명이었다. 소비자들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한 구매자는 Q&A 게시판에 “원래부터 소음이 나는 카메라가 어디 있나. 모든 제품이 그렇다면 제조상의 결함 아닌가”라는 글을 남겼다. 판매처는 올림푸스로부터 불량 판정서를 받아 오면 교환해줄 수 있다고 밝혔지만, 같은 증상이라도 방문한 AS센터에 따라 불량 여부 판정은 달라졌다. 답답해진 일부 소비자들은 최근 공정위가 내린 시정 명령을 내세우며 “7일 이내에는 환불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위메프 측은 “시정된 약정은 16일 판매되는 상품부터 적용된다”는 답변을 내놨다. 문제 해결 의지가 전혀 안 보이는 회사의 대응에 소비자들은 더욱 뿔이 났다. 네이버 ‘소셜소비자카페’ 운영자는 “고객들은 올림푸스나 판매처가 아닌, 위메프의 이름을 믿고 제품을 구입했다”며 “일련의 상황에 대한 책임은 위메프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카페 측은 사건의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라도 공정위-소비자원 등에 신고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위메프 관계자는 “문의에 대한 대처가 늦어져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불량 판정이 나지 않은 제품에 대해 환불을 해주게 되면 자칫 리콜이나 전량 회수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라, 아직 거기까지는 올림푸스와 논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그루폰의 한국 자회사 그루폰코리아는 출범 단계에서부터 7일 이내 환불을 약속했다. 기존의 국내 업체들이 이미 자리 잡은 상황에서 뒤늦게 뛰어든 ‘원조 소셜커머스’의 전략 중 하나였다. 여타 업체들의 부족한 소비자 보호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여주겠다는 의지였다. 그럼에도 문제는 발생했다. 다름 아닌 ‘짝퉁 상품’ 판매 논란이었다. 지난 9일 그루폰은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4일 판매된 ‘카이스트 공기청정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당시 그루폰은 해당 제품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제조사를 한국과학기술원으로 표기했다. 그러자 이에 대한 의혹이 Q&A 게시판에서 벌어졌고, 허위광고를 통한 사기성 판매가 아니냐는 항의가 잇달았다. 그루폰은 사실 확인 후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본 제품은 무관하다”고 인정하며 “제품 제조사에 대해 더 신중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딜을 올리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 전 구매 고객에게 즉시 환불 처리하고 그루폰 캐시 5000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소비자 신뢰는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 이용 후기 썼다가 ‘피소 봉변’ 지난 1월 또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이하 티몬) 이용자 A씨는 후기 게시판에 서비스 제공 업체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가 고소를 당했다. 당시 A씨는 구매한 쿠폰을 사용할 요량으로 C주점을 찾았다가 뚜껑이 열린 양주를 제공받았다. 이에 ‘혹시 다른 테이블에 나갔던 제품을 재활용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 C주점 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반응은 시큰둥했다. A씨는 다른 고객들도 똑같은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로 티켓몬스터 고객만족(CS)팀에 전화했으나 연결은 쉽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이용 후기 게시판에 댓글을 남겼다. 얼마 후 A씨는 C주점이 명예훼손죄로 자신을 고소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점 측 변호사에게 개인 정보를 넘겨도 되겠냐는 티몬의 연락을 받은 것. 게시판에 남긴 댓글이 화근이었다. A씨에 따르면 그 후 3개월 동안 전화통화, 1:1 문의를 통해 ‘이번 고소와 관련해 티몬의 책임은 없는 건가’, ‘주점과의 조율은 잘 되고 있나’ 등을 티몬 측에 물었지만 명확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 4월, 고소장이 접수됐으니 경찰서에 출두하라는 통지가 A씨에게로 왔고,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티켓몬스터 관계자와 고위 임원은 A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 후 2주 정도가 지나자 관계자로부터 고소가 취하됐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A씨는 CNB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고소가 취하되긴 했지만 후기 게시판을 제대로 관리하고 미리미리 조치를 취했다면 고소당할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후관리에만 급급하기 보단 소비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업체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티켓몬스터 측은 “3개월 동안 미처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시인한다”며 “소비자가 업체로부터 고소를 당한 경우는 처음이라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업체, 그리고 티켓몬스터 간의 소통이 부족했다. 향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고 말했다. A씨 외에도 소셜커머스와 관련해 고소를 당하는 소비자들은 늘고 있다. 후기게시판 등에서 업체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다는 게 이유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문제로 고소당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대부분 업체의 실명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이는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는 조건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물론 고소를 당했더라도 처벌을 받을 확률은 많지 않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보 제공이라는 차원에서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높다. 티몬 관계자는 “이 사건을 계기로 후기게시판 실명 거론 문제를 보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향후 이런 고소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며 후기게시판 보안 조치도 조만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덩치 불리기에 시선을 뺏긴 기업들이 10억 경매 등 대형 이벤트를 벌이는 동안, 정작 소비자들의 마음은 소셜커머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소셜커머스, 무서워서 이용하겠냐”는 몇몇 네티즌의 볼멘소리가 이젠 ‘여론’이라는 모습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