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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내용은 ‘하수’, 고객쟁탈전은 고수

유료TV 시장에서 케이블·IPTV 싸움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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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3호 이어진⁄ 2011.05.23 16:24:45

화려한 지상파 TV에 비교하면 ‘별로 볼 게 없다’는 평가를 받는 게 국내의 유료 TV방송이지만, 고객을 차지하기 위한 유치경쟁만큼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싸움의 두 당사자는 유료방송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케이블TV, 그리고 새롭게 떠오르는 실력자 IPTV다. 먼저 선공을 취한 것은 케이블TV 쪽. 신생 IPTV가 인기를 끌자 특정 프로그램 공급사(Program Provider,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이하 PP)들이 IPTV에 프로그램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주요 케이블TV 업체들은 담합해 압력을 넣었으며, 최근 이러한 담합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적발되면서 과징금 부과에 검찰고발까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이블TV 쪽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공정위의 처벌에 대해 케이블TV 진영은 “시장 상황을 무시한 처벌”이라며 정부를 상대로 하는 소송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료방송시장 놓고 경쟁하는 IPTV와 케이블TV 케이블TV 우세하지만 IPTV 가입 추세 상승 중 IPTV와 케이블TV는 처음부터 경쟁 관계였다. 전국적으로 케이블TV망을 깔아 놓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은 유료TV 시장에 진출한 IPTV의 성장을 방해했다. 국내 MSO로는 크게 6개 업체가 있다. 그 중 티브로드는 전국에 21개 케이블 방송사를 거느리며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티브로드 가입자 수는 약 323만 명이다. 이어 CJ헬로비전과 씨앤앰은 각각 17개와 16개 케이블 방송사를 거느리며 각각 310만 명, 226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해 2~3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뒤를 CMB, 현대HCN, GS계열이 추격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MSO의 총 가입자 수는 1507만 명에 달한다. 이동통신 3사가 서비스하는 IPTV는 케이블TV보다 아직 열세다. KT가 ‘olleh tv’, SK텔레콤은 ‘B tv’, LG유플러스는 ‘U+ TV’를 각각 운영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IPTV 가입자 수는 총 360만 명으로 KT가 60%인 215만2000명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SK브로드밴드 73만3000명, LG유플러스는 71만5000명 순이다. 양 진영 사이의 싸움은 이른바 PP 쟁탈전으로 시작됐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 케이블TV, IPTV, 위성TV 등에 공급하고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는 PP들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승부를 가르기 때문이었다. 공정위는 최근 MSO업체 티브로드, CJ헬로비전, 씨앤앰, HCN, 큐릭스 5개 업체가 담합해 PP사 온미디어에 부당한 압력을 가했으며, IPTV에 방송프로그램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CJ미디어에게는 금전지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 5개 업체에 과징금 97억3400만원을 부과하는 한편 담합행위 가담 정도에 따라 티브로드홀딩스와 CJ헬로비전 2개 업체를 검찰에 고발했다.

정부 당국의 이러한 조치에 MSO 사업자 측은 “시장 상황을 무시한 처사”라며 행정소송 등의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라졌다. 반면 공정위 조치를 환영하는 IPTV 쪽 역시 “MSO 사업자들의 담합으로 손실을 입었다”며 소송을 검토 중이라 자칫 양 진영과 정부 사이에 법정 다툼도 벌어질 전망이다. 공정위 “MSO 담합으로 소비자 선택권 침해” 이들 5개 업체의 담합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1월 IPTV법 제정으로 유료방송시장에 IPTV가 진출하면서 이들 5개 MSO 업체는 자신들의 시장을 지키기 위해 PP들이 케이블방송에만 프로그램을 공급하도록 규제한다는, 이른바 ‘오직 케이블(Cable Only)' 전략을 추진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2위 PP사업자인 온미디어가 2008년 10월 IPTV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기로 결정하자 다른 PP들도 연쇄적으로 IPTV에 채널을 공급할 상황이 우려됐다. 온미디어는 대표적인 국내 PP업체로 온스타일, OCN, 슈퍼액션 등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5개 MSO 사업자들은 소위 ‘온미디어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각 케이블TV를 통해 송출되는 온미디어의 방송분을 대폭 축소하면서 온미디어에 불이익을 줬다. “IPTV에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이렇게 된다”는 사실을 본보기로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다. 5개 MSO 업체들은 2009년 방송채널 송출 재계약 때 온미디어 채널에 대한 계약을 업체별로 19~29% 축소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 PP 사업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PP 사업자들은 IPTV로 가고 싶어 했지만 온미디어에 대한 케이블TV 쪽의 ‘처벌’을 보면서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진술했다. 다른 PP사업자 역시 “솔직히 온미디어가 IPTV에 갔다는 이유로 MSO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IPTV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버렸다”고 IPTV 진출을 포기한 이유를 밝혔다. 이러한 담합에 따라 이통 3사가 서비스하는 IPTV의 방송프로그램 구매는 상당 수준 봉쇄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5개 MSO 업체와 거래하는 201개 PP 채널 중 IPTV에 공급되지 않는 채널이 129개로 약 64%나 된다. 또한 시청률 상위 40개 채널 중 온미디어의 7개 채널과 YTN을 제외한 32개 PP들이 IPTV에 채널을 공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MSO업체들의 담합으로 애꿎은 IPTV 시청자들만 인기 있는 스포츠, 영화 채널 등을 볼 수 없는 피해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정위 측은 MSO 업체들에 제제 조치를 내리면서 “유료방송 가입자는 1942만 명으로 전체 가구의 90%나 돼 국민 생활의 필수 품목이 됐다”며 “신규 시장 진입자인 IPTV이 인기채널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방해함으로써 가격-품질 경쟁을 막는 담합을 적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어 “이번 조치에 따라 앞으로 IPTV에도 인기 채널들이 진입하고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될 것”이라며 “PP 사업자 입장에서도 거래 가능한 방송플랫폼이 확대됨으로써 방송콘텐츠 산업발전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IPTV업계를 대변하는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코디마)는 공정위의 이러한 조치를 대환영했다. 코디마는 16일 성명을 내 “불공정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명확히 밝혀낸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케이블 MSO는 PP들이 생산한 콘텐츠의 판로를 열어 줘 세계적인 콘텐츠 제작사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압력을 넣었다. IPTV “공정위 조치 환영” 케이블TV는 “시장상황 무시” 반발 코디마는 이어 “이번 조치가 국내 방송시장에서 불공정행위를 근절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MSO 사업자들은 공정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시장상황을 무시한 조처인 데다가 뒤 늦은 제제라는 것이 그 이유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공정위의 이번 조치로 과징금과 처벌 등이 각 업체 별로 다르기 때문에 확실한 공동의 입장 표명은 어렵지만, 업계 입장에서 볼 때 유료방송 시장 상황을 무시하고 공중파TV처럼 보편화된 시각에 입각한 조치”라고 말했다. 유료방송 시장을 크게 위성TV, 케이블TV, IPTV로 나눌 수 있는데 이들 3개 업종은 서로 콘텐츠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를 제공하는 PP업체들을 놓고 종종 다툴 수밖에 없고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시장 상황을 외면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IPTV 업계도 각기 IPTV에만 공급되는 스포츠 채널을 갖고 있는 등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쓰고 있는 것도 그런 현상이란 설명이다. 한 MSO 관계자는 “유료방송 사업자의 경쟁력은 콘텐츠의 차별화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 입장에서 IPTV와 케이블TV 양쪽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채널보다는 케이블에 단독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을 우대해주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정위의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유료방송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은 점차 사라지고 가격 경쟁만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뒷북행정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MSO 관계자는 “공정위가 담합의 근거로 든 PP사업자들의 제제가 있었다곤 하지만 협박으로 IPTV로 못 가게 막는 방식은 이제 안 통한다”며 “현재 온미디어의 경우 MSO 업체 CJ헬로비전이 속한 CJ계열에 합병됐으며 IPTV에도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PP사업자들이 케이블TV의 눈치를 봐가며 IPTV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으르렁대는 IPTV업체와 케이블TV KT의 위성방송 결합상품도 ‘논란’ MSO와 IPTV는 PP사업자에 대한 제재 논란뿐 아니라 가격에서도 서로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KT가 서비스하는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가 분쟁의 핵이다. OTS 상품은 업계 1위인 KT의 IPTV 상품 ‘올레TV’의 주문형 비디오(VOD), 초고속 인터넷, 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이다. 가장 싼 상품의 경우 한 달에 3만2000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스카이라이프의 가입자확보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9년 8월 출시 이후 하루 평균 3500명이 이 상품에 가입하고 있으며 누적 가입자는 지난달 말까지 84만7000명으로 집계된다. 이 상품 덕분에 올 1월 스카이라이프 가입자 숫자는 IPTV 전체 가입자 318만 명의 절반을 훌쩍 넘는 180만 명으로 늘어났다. IPTV가 유료방송 시장에서 케이블TV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케이블TV협 “지나친 저가 정책으로 콘텐츠 산업 망치는 올레스카이 없애야” 그러나 KT의 OTS 상품은 케이블TV 업계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경쟁관계에 놓인 케이블TV 업계가 위성방송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데다 가격경쟁 탓에 전체적으로 콘텐츠의 질적 하락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싼 가격에 많은 위성방송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OTS는 소비자 입장에서 장점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저가 경쟁이 아닌 콘텐츠 경쟁을 펼쳐야만 유료방송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PP들의 수익구조는 방송광고 수익도 있지만 수신료 자체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이를 통해 콘텐츠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데, OTS는 수신료가 너무 낮게 책정돼 콘텐츠 산업 자체를 피폐화시킬 수 있다”며 “유료방송 산업 전체를 장기적으로 봤을 때 OTS는 폐지하는 것이 정답이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위성방송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KT만이 위성방송과 결합한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데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유료방송 시장을 장악할 경우 KT를 어떻게 막겠느냐”며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OTS 가입자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케이블TV 업계의 반응은 지난 12일 있었던 ‘2011 디지털 케이블TV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길종섭 회장은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1 디지털 케이블TV쇼’에서 “채널사업자들의 피와 땀이 녹아 있는 방송콘텐츠가 헐값에 팔리고 통신상품을 팔기 위한 미끼상품이나 사은품 정도로 제공되는 작금의 시장 환경이 계속된다면,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이나 콘텐츠 활성화는 풀기 힘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방송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무너지는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 어떤 시장보다도 공익성과 공공성이 강조되는 방송시장이기 때문에 규제당국의 현명한,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적 판단을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KT “케이블이 더 싼 데 뭔 소리냐?” 그러나 이 같은 케이블TV 업계의 지적에 KT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OTS 상품보다 저가인 케이블TV 상품이 존재할뿐더러 방통위의 인가를 받은 상품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OTS가 저가상품이라고 하는데 실제적으로 케이블TV업계에서는 이보다 저렴한 2만5000원짜리 상품도 존재한다”며 “유료방송 시장에서 케이블TV가 아직도 IPTV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것만 봐도 현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성방송에 대해 “3년 전 4000억 원의 누적 적자를 안고 있던 스카이라이프를 KT가 인수할 때는 외면하던 업체들이 이제 와서 위성방송으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우리를 비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방통위의 행보에 업계 촉각 케이블TV와 KT가 OTS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를 관리 감독하는 방통위가 OTS에 대해 집중적인 평가에 나선다는 방침을 내놔 OTS 논란은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 방통위는 18일 전체 회의에서 ‘2010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추진계획’을 보고받고 방송통신 결합상품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 결합상품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이에 대한 경쟁 이슈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KT의 OTS에 대해 집중적인 평가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방통위는 "방통 결합상품을 독립된 시장으로 볼 것인지, 기존의 가입자 확보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인지 시장을 획정한 뒤 시장에서 지배력이 있는 사업자에 대해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방통위는 1년에 한 차례 방송시장의 경쟁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오는 7월까지 각 방송 상품에 대한 방안을 마련한 뒤 8~10월 시장별 경쟁상황을 평가하고 사업자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12월 보고서를 완성할 계획이다. 방통위의 평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케이블TV와 IPTV 사이의 해묵은 싸움은 2라운드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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