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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마술이 되는 사진 미학

키츠카터, 기억 속 특별한 순간으로 인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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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5호 박현준⁄ 2011.06.07 11:02:43

김지혜 (사진평론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을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준 것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느였다. 키츠 카터(Keith Carter, 1948~)의 사진들은 우리를 어떤 기억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줄까? 그의 사진의 대상은 자신의 일상생활 주변에 있다. 어려서 사진관을 운영했던 어머니께서 사진을 인화하는 모습은 어린 카터에게는 마술로 보였다. 경영학을 전공하던 그가 사진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 건 우연히 어머니의 사진 중에서 빛 자체가 엄청난 아름다움을 줄 수 있음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decisive moment)’과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만난 워커 에반스와 폴 스트랜드의 작품들 역시 그에게 영감을 줬다. 정통 다큐멘터리 사진을 넘어서는 ‘누드 앤 아라비안’(Nude and Arabian, 1996)과 같은 인물 누드나 ‘노르웨이 포니 #1’(Norwegian Pony, #1 2005) 같은 동물 사진은 서양 사진사의 계보에서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물며, 회화적 느낌을 주는 19세기 말의 헨리 피치 로빈슨(Henry Peach Robinson) 같은 회화주의 사진가를 연상시킨다. 카터는 컬러 사진이 아니라 1880년대 등장해 회화주의 사진가들이 사용했던 전통적인 인화 방식인 젤라틴 실버 프린트로 작업했다.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카터도 암실에서 직접 사진을 인화하고, 자신을 40여 년간 사진의 세계로 이끌었던 ‘빛’의 다양한 색채를 담아내는 흑백 사진을 주로 했다. 어디를 가든 ‘빛’을 먼저 관찰하고 작품의 배경에서 상징성을 찾는다는 카터는 자신의 작품을 연극에 비유한다. 과거와 미래의 가능성을 보이는 작업에 노력한다는 카터의 작품들은 과거를 기록하는 매체로서 기능하는 것을 넘어 늘 미래로 열려있고, 그런 미래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카터의 이미지에 담겨있음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작품은 작가의 자서전이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일기를 쓰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카터는 결혼 10주년 기념여행으로 텍사스의 100개 마을을 여행하며 작업했다. 그 결과 나온 작품들은 ‘파라다이스’(Paradise, 1988)와 ‘오트밀’(Oatmeal, 1986)이고, 다른 작품들과 함께 1998년에 ‘프럼 언써튼 투 블루’(From Uncertain to Blue)라는 제목으로 부인이 쓴 글들과 함께 책으로 출판됐다. 특히 작은 마을들의 이미지들은 따뜻하고, 미소를 짓게 하며 마음 한 구석을 아리게 한다.

카터의 사진은 대부분 정면보단 약간 옆으로 촬영한 것들이고,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또렷한 이미지보다는 선택적 초점 기법을 사용해 피사체 주변의 이미지를 흐리게 했다. 어느 해 할로윈 날 시골길을 가던 중 카터는 할로윈 복장을 한 세 아이를 보았는데, 분장 때 쓰는 닭털을 들고 있던 아이들이 폭죽을 터뜨리는 사진을 촬영했다. 카터가 가장 좋아하는 이미지 중의 하나가 바로 ‘치킨 페덜스’(Chicken Feathers, 1992)이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은 정통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작업했음에도 주변에 떨어진 닭털과 폭죽에서 나오는 불꽃과 연기 사이로 비치는 아이들의 해맑음이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이번에 쥴리아나 갤러리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키츠 카터의 작품들이 한국의 사진 애호가 관람객들에게 친구들과 뛰노는 아이들, 우리 집 마당에 서있던 큰 나무, 여행 중 우연히 지나쳤던 기차역,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어느 동네의 허름한 영화관 등 기억의 저 편에 숨어있던 시간과 공간의 보석 상자를 선물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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