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5호 박현준⁄ 2011.06.07 11:34:31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 10일 동안의 유성기업의 노사분규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 큰 숙제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주간 2교대 문제로 불거진 유성기업의 파업과 직장폐쇄, 점거 및 경찰 투입 등 일련의 사태가 낳은 후유증은 우리가 당면한 큰 문제점을 제시했다. 엔진의 조그마한 부품인 피스톤링은 없어서는 안될 부품이기는 하지만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큰 부품도 아니고 고가의 부품도 아닌 단순한 구성 요소다. 그러나 시스템적으로 통합적인 기능을 요구하는 자동차 모듈과 완성차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중요한 부품이다. 사실 이제 자동차는 중요한 부품과 중요치 않은 부품을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현대기아차는 도요타 리콜 사태 등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통하여 하나하나의 부품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일본 대지진이나 유럽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인한 항공대란 등, 자동차 부품 수급 차질로 인한 완성차 생산 지연문제 등을 현대기아차는 많은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독과점으로 인한 부품 공급이 단순한 노사분규로 공급하지 못하게 되었고 완성차 자체 생산을 못하게 되는 문제로 커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동시에 수천 개 협력업체의 부품공급이 중지되어 부도를 고민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공급량의 50%를 넘는 독과점 형태의 기업이 약 180개가 되고 75% 독과점 기업도 약 30여 개 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번과 같이 노사분규로 끝난 경우 합의가 되면 재생산이 가능하나 혹시라도 화재 등으로 시설이 전소라도 되었다면 일본 대지진과 같은 장기간의 생산차질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기아차는 도요타 리콜 사태 이후 부품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한두 개 우수 업체를 대상으로 중점 품질관리를 했으며, 원천적으로 불량품을 차단하는 방법을 구사하여 왔다. 동시에 예전부터 알려진 도요타의 JIT(Just In Time) 같은 필요한 물량의 부품만을 공급하여 비용을 절약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해 왔다.
이번에 발생한 문제는 바로 동전의 반대면이 부각된 사건이다. 독과점 형태의 한두 개 중점 관리 업체의 노사분규 등이 전체 생산 중단이라는 사태를 낳았고 며칠 분량의 부품 보유분은 당장 생산 중단이라는 사태까지 번지게 되었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매우 고민되는 사안이다. 품질 제고를 위한 한두 개 협력업체의 독과점적 관리와 복수 업체 지정. 상당한 분량의 부품의 필요성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단기간의 부품 보유. 이 같은 양면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인지가 문제다. 이는 몇 가지 측면에서 고민할 수 있다. 우선 같은 기술과 공급 능력을 가진 협력업체 복수를 선정하고 다수의 공급처에 공급하는 형태의 네트워크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 부분은 설사 비용이 일부 수반되더라도 필수적인 비용부담 만큼은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한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기업에서 공급할 수 있는 체제는 갖추어야 한다. 땅 위에서 보이는 나무들이 개별적인 것처럼 보여도, 땅 속 뿌리가 서로 얽혀있어 공급이 가능한 구조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도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부대비용이나 중요도에 따라 보유량 시스템을 재정립하여야 한다. 물론 JIT의 장점은 매우 크지만 능동적인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재고량이 어느 정도 이상만 되어도 그 동안 대안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볼 시간을 벌 수 있다. 이렇게 부품사의 복수화와 보유량은 해외 생산 기지와 부품창고를 적극 고려하여 선정해야 한다. 특히 같은 지역에서 선정하기보다는 천재지변 등을 고려하여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고 독립적인 역할이 가능한 지정학적인 위치를 생각해야 한다. 셋째로 협력업체의 수익 확보이다. 유성기업은 독과점적 역할을 하면서도 작년 50여 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다. 물론 회사 차원의 운영이나 비용적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납품 비용이 너무 열악한지 아니면 부품단가 내려치기 등 부적절한 행위는 없었는지 기업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
재작년 자동차 산업을 살펴보면, 브랜드 계열사는 약 9%의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고 비계열사는 2%를 갓 넘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2차나 3차 협력업체는 가늠하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보고서도 발표되었다. 이 상태에서는 별도의 연구개발능력을 보유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더욱 수익 구조를 개선하여야 한다. 특히 정부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구조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자동차 산업은 열악하다. 특히 수익구조와 하청구조가 가장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메이커 차원에서 나쁜 관행은 없었는지, 무리한 시도는 없었는지 자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상기한 문제는 항상 발생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브랜드 차원에서 치명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분명히 아프긴 해도 확실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예방주사와 같은 역할을 했다. 최근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국산차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최고의 인기와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최고의 차량 품질과 프리미엄급으로의 방향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로에 서있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은 내부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치명적인 독소 조항으로 작용될 수 있다. 더욱 많은 준비를 통해 상기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