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초대형은행(메가뱅크)와 부실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우리금융지주와 합치는 메가뱅크 설립안을 가시화하고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 역시 이를 동조하면서 반발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초대형은행 설립은 실효성이 없고 리스크 관리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 역시 최근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촉발된 비리의혹이 정치권으로 넘어가더니 이제는 전 금융감독원 수장에까지 확대됐다. 아직까지 영업정지 된 서민들의 예금보호는 뒷전이고, 검찰에서는 비리 혐의에 연루된 인사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잔인한 5월을 버티고 새로운 6월을 맞이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논란은 올해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산은금융지주 메가뱅크 논란 가속화 지난 2008년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산은-우리금융-기은을 합친 메가뱅크를 추진한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정부가 지난 달 우리금융을 통째로 매각하는 방안을 밝히면서 산은금융지주에 유리한 입장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금융을 분리매각 할 경우 일부 계열사는 가치가 떨어져 한번에 매각하는 방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법안도 수정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웠다. 금융지주사가 타 금융지주사 지분 95% 이상을 사야 인수가 허용되는 현행 금융지주사법 시행령을 고쳐 산은지주, KB금융 등 시중 금융지주회사들이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50% 이상만 사도 인수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 이에 따라 만약 총자산 346조원인 우리금융과 159조원인 산은금융을 합치면 총자산이 505조원으로 최소한 규모의 경쟁이 가능한 세계 50위권 금융회사가 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실현 불가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산은금융이 정부지분 57%인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것은 대형 국책은행을 탄생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산은금융이 외부자금을 조달해 우리금융을 인수한다고 해도 합병은행은 정부 소유 은행인 만큼 결과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은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연결 자기자본이 22조6000억원에서 39조5000억원으로 증가해 실질적인 민영화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것은 재정자금으로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것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메가뱅크가 은행산업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도 논란거리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은행 대형화를 추진해왔지만 KB, 우리, 신한, 하나은행이 과거 합병을 통해 충분히 덩치를 키웠다”면서 “그런데도 왜 글로벌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는지 설명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저축은행 금융감독 전 수장 표적 논란 일파만파 부산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촉발된 금융권의 총체적인 부실 사태 역시 최대 이슈를 몰면서 논란을 더해가고 있다. 비리혐의가 검찰에 넘어가면서 정치권 인사는 물론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까지 수사 표적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 부산저축은행도 지분 9%(계열사인 대전저축은행 4.5% 포함)를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신탁운용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낼 당시 김 전 원장이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이미 상당수 정치권 및 정부 고위인사들이 연루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된 가운데 금감원 전 수장에까지 표적이 커진 셈이다. 또 김 전 원장 재임시절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검사를 일시 중단시킨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증폭시켰다. 감사원이 지난해 2월22일 부산저축은행 등 5개 저축은행에 대해 예금보험공사와의 공동검사를 요청함에 따라 다음날인 23일 부산저축은행 등 2개 저축은행에 대해 우선 검사에 착수했으나 김 전 원장의 지시로 철수했다가 1주일이 지난 3월2일에 본 검사에 착수한 것. 이 때문에 당시 김 전 원장이 검사 다음날 사후 보고를 받고 철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부산저축은행으로 하여금 검사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철수를 지시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피해를 입은 예금자들의 보상 문제는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서민들이 예금과 후순위채권 등을 매입했지만,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5000만원 이상의 예금과 후순위채권 투자금 전액을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의 비리수사와 여야의 국정조사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권의 논란은 더 확산될 것”이라며 “잔인한 6월을 보내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논란과 비리, 신뢰저하의 3박자가 딱 맞는 상황이 지금 금융권의 현실”이라며 “해결책이 나오고 국민 신뢰를 다시 얻기까지는 아마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