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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라, 뒤죽박죽 쌓인 책 속 세상이야기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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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6호 김대희⁄ 2011.06.13 13:34:55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만물에서 이야기를 찾고 또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걸 끄집어내 모두가 보도록 벽에 건다. 이는 낭만적이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때론 섬뜩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그 안에는 말로 전부를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중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으면서도 친숙한 책을 소재로 작업하는 서유라 작가를 경기도 양주시 장흥아틀리에 개인 작업실에서 만났다. 그녀는 책을 두서없이 쌓아가며 책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끄집어내 작품으로 표현한다. 여기에는 분명 우리가 한번은 읽어봤을 책들도 포함돼 있어 반갑기도 하고 눈길을 끌기도 한다. “여성적인 것에 관심이 많아서 기존에는 여성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해왔어요.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역사, 문화, 뷰티 등 테마별로 좀 더 세분화하고 나눠서 표현했어요. 책은 무궁무진한 끝없는 이야기를 갖고 있고 또 담을 수 있는 게 많아서 좋아요.” 그녀는 작업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루지만 여기에는 항상 여성이 포함돼 있었다. 책 중 가장 친숙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여성지였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때문에 그녀의 작품 속 많은 책 중 여성은 항상 등장하는 주요 단골이다. 그녀가 이처럼 책을 주요 소재로 삼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누구나 흔히 볼 수 있는 책이지만 그녀에게는 특별한 기억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직접 쓴 일기를 모아 책으로 발간한 적이 있어요. 3년간 쓴 일기장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었죠. 거기에는 나름대로 비중은 적었지만 그림도 직접 그려서 넣었어요. 그 영향으로 책에 더 관심이 생겼고 저에겐 특별한 추억이 됐어요.” 어린 시절 미술교사가 꿈이었다는 그녀는 화가가 된 점에 대해서도 주가 되는 건 미술작업이었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또한 한국화를 취미로 하는 아버지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으며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서양화를 전공한 그녀의 작품에는 한국화도 함께 공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기도 했다. 대학시절부터 일상적인 소재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의자, 책상, 공간 등 여러 가지를 다뤘다. 그러다 대학원시절부터 책을 소재로 그리게 됐다. 특히 그녀는 일반적인 형식으로 가지런히 책을 쌓지 않고 뒤죽박죽 섞어서 쌓아올린다. 그녀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고자 했던 까닭이다. 때문에 현실에서는 쌓기 힘든 구성으로 그녀가 만들어낸 재구성된 화면을 보인다. 실제 책의 색을 바꾸기도 하고 없는 책을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 그림마다 주가 되는 책이 있는데 그에 따라 색이 바뀐다. 무거운 주제는 어두운 색, 사랑은 핑크빛 등 이야기와 테마별로 색감도 달라진다. 이처럼 수많은 책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그녀는 책을 많이 읽을까? 아니, 많이 본다고 해야 옳은 표현이 된다. 책의 제목도 중요하지만 내용도 만만치 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책을 전부 읽을 수는 없지만 제목과 함께 목차, 줄거리 등은 꼭 빼놓지 않고 확인한다고 한다.

“정말 많은 책을 봤어요. 모든 책을 다 읽고 그림을 그리면 더없이 좋겠죠. 하지만 이 많은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릴 수가 없어요. 그래도 전반적인 내용은 확인하죠. 책을 찾아다니는 것도 작업에 일부라 할 수 있어요. 서점도 가지만 도서관이나 헌책방을 주로 돌아다녀요.” 많은 작가들이 소재를 찾아 고민하는 것과 달리 그녀는 책을 통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오히려 똑같은 화면으로 단조로움을 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형태와 다른 이미지를 넣음으로써 다양함을 연출해 이를 극복한다. 최근에는 기존 작품보다 색이나 구성, 주제와 표현에서 많은 변화를 줬다. 기존에는 이야기가 감춰졌다면 이제는 드러내고 강조하고자 했다. 특히 미래의 불안과 현실에 벗어나고자하는 그녀의 심리적인 부분이 많이 담겼다. 여행책들이 쌓인 작품은 밝고 화사하지만 어디론가 떠나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를 표현했듯이 숨겨진 은밀한 욕망 등을 담고 있기도 한다. 무엇보다 책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는 그녀는 다양한 작업을 하고자 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 할 수 없지만 작품을 감상하면서 재밌게 이야기를 찾아가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본 책, 내가 보고 싶었던 책 등 함께 공감하면서 찾아가는 재미를 주는 친근한 작품, 작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결국은 너와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하기에 삶의 지적층처럼 책을 쌓아간다는 그녀의 작품은 서울 평창동 가나 컨템포러리에서 6월 16일부터 7월 3일까지 근 3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을 통해 그 변화를 직접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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