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6호 이정하⁄ 2011.06.13 14:30:03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앞두고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헤지펀드 도입을 예상, 물밑 준비작업을 해온 증권사, 운용사, 자문사 등은 헤지펀드 설명회나 포럼을 여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르면 4∼6개월 뒤에 도입될 헤지펀드는 투자 위험이 높은 상품이다. 기본적으로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만큼 실패할 경우 국내 환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외환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올해 헤지펀드 1호 선보일 듯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앞당길 수 있게 자본시장법 개정 전에 시행령을 고쳐서 할 수 있게 하겠다"고 지난달 24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헤지펀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이르면 올해 한국형 헤지펀드 1호가 첫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헤지펀드는 투자회사로 등록되지 않고 증권이나 기타 자산을 운용하며 공모 형태로 판매되지 않는 실체(entity)라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100명 미만의 소수 투자자로부터 사모방식(발행 회사와 특정한 관계가 있는 곳에서 모집)으로 자금을 모집하고 각종 투자기법을 활용해 운용 후 투자실적에 따라 배당하는 투자조합을 말한다. 헤지펀드가 몇 가지 다른 투자수단과 구분되는 특징은 감독기관 등록이나 공시 등 일반 펀드에 적용되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소수의 적격투자자만을 대상으로 사모형태로 적금을 조달하게 돼 투자자보호의 필요성이 적다. 일반 뮤추얼 펀드와 달리 환매불가기간을 두거나 분기별 또는 연 단위로 환매를 제한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세계금융시장에서 글로벌 헤지펀드 산업은 2007년 이전까지 연평균 20%대의 급성장을 지속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에 복합적인 악재로 -30%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빠른 회복속도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 운용중인 헤지펀드 자산은 2조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펀드 산업의 완성이자 수명 100세 시대를 맞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금융 수단이라고 헤지펀드를 설명한다. 본격 도입에 앞서 최근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사모 재간접 헤지펀드(Fund of Hedge Fund)의 형태로 이미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국내 HNW(High Net Worth·고액자산) 고객의 대체투자 비중은 1%에 불과해 전세계 평균 6%에 비해 턱없이 낮다. 채권운용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대체투자 수요 또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헤지펀드는 향후 채권보다는 수익률이 높고, 주식보다는 안정적인 대안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로서는 정확한 성장성을 예측하기 어려우나 향후 헤지펀드 투자비중이 증대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분산투자 차원서 투자해야 로랑 기에(Laurent Guillet) 대안투자 대표는 “헤지펀드는 장미빛도, 무조건 위험이 큰 상품도 아니다”며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된다는 격언처럼 분산투자 차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도입임을 설명하지만 헤지펀드 자체가 위험성 높은 펀드인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함도 요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도움을 받아 1000억달러가 넘는 자산을 굴렸던 LTCM의 허무한 몰락은 헤지펀드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LTCM은 1994년 월가에서 명성을 날리던 펀드매니저인 존 메리웨더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머트 머튼, 마이런 숄즈 등이 참여해 ‘드림팀’이라 불렸다. 당시 LTCM은 이론과 실전으로 무장한 천재들이 만든 ‘꿈의 펀드’라 불리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고액자산가와 은행들이 앞다퉈 돈을 맡겼다. 이들은 이론상 위험이 없다고 자신했고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1998년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채무 지불유예) 선언으로 그들이 확신하던 무위험 이론은 산산이 깨졌다. 결국 LTCM은 자본금의 54배가 넘는 1250억달러를 파생 금융상품에 투자해 1000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어서 한국형 헤지펀드를 육성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아직 실력이 안 된다”며 “연기금을 포함해 4대연금이 너도 나도 헤지펀드에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도덕적 해이와 헤지펀드가 엮이게 되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헤지펀드란?…금융위 관계자 일문일답 - 헤지펀드에 ‘한국형’을 붙인 이유는? “글로벌 수준의 운용 자율성은 보장하되, 필요한 감독상 규제는 선진국보다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미에서다. 헤지펀드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보다 규제, 감독이 많을 것이다. 한국 금융 풍토에 맞는 펀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주시하겠다.” - 한국 금융시장이 감당할만한 여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는지? “이미 헤지펀드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외국에서 만든 펀드들이 펀드 오프 펀드(Fund of Fund)라는 재간접 투자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달라지는 건 한국제도로 한국 사람이 만든 헤지펀드가 생긴다는 것뿐이다.” - 개인 투자자의 투자금액 제한범위는? “직접투자는 최소 투자금액 기준으로 5억∼10억원을 생각하고 있다. 점진적으로 순자산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재간접펀드는 펀드 오브 헤지펀드(FoHF)에 투자하는 것으로 1억∼2억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 외국 헤지펀드 운용업자도 국내에서 헤지펀드 운용이 가능한지? “외국 헤지펀드 운용업자의 국내 펀드 운용 허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잘못하면 국내 시장이 외국 업자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반면, 단기간 안에 국내 운용 업자들의 운용 능력을 키우려면 선진 기법의 외국 운용 업자와 처음부터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 헤지펀드 위험에 대한 안전장치는? “헤지펀드를 사전에 등록하게 하고 차입 및 파생상품 등 레버리지 현황을 정기보고 하도록 할 것이다. 일정요건을 만족하는 금융투자업자(증권사, 운용사, 자문사)에게만 제한적인 운용자격을 부여하고, 위험감수 능력이 있는 전문적인 투자자에게만 펀드투자를 허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