휙휙. 절도 있는 손짓이 인터뷰를 하는 내내 관심을 집중시켰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는 동작이지만 이 손짓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카리스마 있는 눈빛부터 자제력을 갖춘 손짓 하나까지 많은 노력과 연습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경매사를 양성하는 전문적인 교육 기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아나운서로부터 발성과 호흡 등 화법을 배웠어요. 손짓 하나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매 현장이 녹화된 영상들을 보며 연구하고 연습했죠. 경매 현장에서 경매사는 경매를 잘 이끌어 가기 위해 모든 행동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카리스마를 실어야 해요.” 또박또박 말을 이어가는 김민서(35) 전문 경매사. 그녀는 현재 고미술품 경매를 전문으로 하는 At 옥션에서 수석경매사 직책을 맡고 있다. 유치원 때부터 미대진학을 꿈꿨던 김 경매사는 대학 때는 조각을 전공하고, 대학원에 가서는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전시기획을 공부했다. 하지만 서울옥션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될 기회를 접한 뒤 경매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긴장감 넘치는 경매 현장은 더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경매를 진행하는 일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경매사라 하면 작품의 가격을 부르는 단순한 일에 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경매사는 그리 호락호락한 직업이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경매사의 화려한 면모에 이끌려 경매사를 꿈꾸는 분들도 많은데 경매사는 결코 단순한 직업이 아닙니다. 미술품 경매의 경우 경매가 시작되기 전에 미술품에 대해 미리 철저히 공부해야 합니다. 단순히 가격만 불러서는 신뢰감을 줄 수 없죠. 경매흐름이 잠시 주춤거릴 때 중간에 미술품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관심을 유도하기도 하기 때문에 공부는 필수입니다.” 경매일을 한지 어느덧 5년차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경매 현장의 흐름이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교감을 하면서 보이기 시작했다.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있어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분은 미술품 구매에 관심이 있으시구나’하는 걸 느낄 수 있게 됐어요. 아직 저도 배울 것이 많죠. 앞으로 대중들이 불편하게 여기지 않고 편히 경매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경매사의 아이콘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경매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친구들을 훌륭한 경매사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싶어요. 아직은 먼 일 같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꿈이 현실로 다가오겠죠? 그 날을 저도 고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