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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회 교수의 sexology]늙은 진시황이 원한 것은 영생일까, 성기능 회복일까?

안 쓰면 위축되는 섹스…성표현에 게으르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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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8호 박현준⁄ 2011.06.27 14:06:30

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대한성학회 초대회장 회춘. 이게 과연 가능할까 확신이 없어서 그렇지, 남자고 여자고 중년 이후에 이처럼 가슴 설레게 하는 말도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건 인류의 시작과 함께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꾼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2500년 전 헤로도토스가 썼다는 '청춘의 샘'이나 진시황의 불로초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 후에도 숱한 설화들이 이어져 왔고 여기에는 양의 동서가 따로 없었다. 그런데, 회춘이란 과연 뭘 의미할까? 쉽게 생각해서 글자 그대로 '봄을 되찾는', 그러니까 '젊음을 되찾는'의 의미 같지만 '청춘의 샘물' 같은 일이 불가능하다는 걸 우리는 다 안다. 물론 이렇게 늙는 과정을 후퇴시키거나 정지시킬 수는 없겠지만 현대의학, 아니 과학의 힘을 빌려 그 진행을 더디게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만 할 수 있다고 해도 더 바랄 나위가 없기는 하다. 보통 젊어졌다고 하면 외모가 그렇게 보인다는 이야기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걸 회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요즈음 회춘성형이란 말도 있다. 주로 주름성형, 지방이식, 안검하수성형이나 보톡스 성형 또는 늙어서 생긴 기미나 검버섯 등을 없애기 위해 레이저 치료를 하는 경우들인데 이런 게 과연 회춘일까? 젊어지는 것 못지않게 인류가 오랜 세월 그렇게나 원했던 것이 바로 오래 사는 것이었는데 회춘의 목적도 결국 이를 통해서 오래 살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 젊어지는 것과 오래 사는 것 중에 고르라면 과연 사람들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 궁금하다. 또 회춘에서의 봄이 반드시 젊음을 의미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봄바람에서나 남녀 간의 정욕을 의미하는 춘정 등에서 보듯이 봄은 섹스를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회춘은 성적 가치와 욕구와 능력을 되찾는 것일 수도 있다. 진시황이 수은중독으로 50고개를 못 넘기고 세상을 버린 것을 생각해 보면 단순히 오래 살기 위한 약을 구하려 했다기보다도 발기부전이나 그 밖의 무슨 병을 고치기 위해서 그 많은 동남동녀들을 제주도나, 일본의 규슈까지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회춘 비법 중에는 엽기적인 방법들도 많았다. 늙은 남자가 젊은 기를 되찾아보고자 어린 여자아이를 가까이 품는 풍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류층이 즐겨 사용한 회춘법 중의 하나였다. 이칠소녀동침(二七少女同寢)의 일환으로 종이나 머슴의 딸이 14살이 되면 주인 남자와 동침시켜 젊은 기를 전해주게 하는 것을 충복의 도리로 알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때 늙은 주인이 꼭 교접을 하지는 않았다고는 하나 알 수 없는 일이다. 십대 처녀들의 질 안에 마른 대추를 밤새 넣어 놓고 아침에 빼면 삼투압 현상 때문에 통통해 진다고 한다. 이 대추들을 소주에 담아 대추 술을 만들어 마시면서 회춘을 기대하기도 했고, 서양에서는 젊은 여자의 피를 수혈 받는 위험한 방법을 쓰기도 했다. 로마시대에 스네미티즘이라 하여 젊은 처녀의 기를 받아 정력을 회복시키려는 양생법이 있었는데, 클라우디우스란 황제가 몸이 아플 때 소녀들을 침실로 불러들여 동침해 효험을 본 데서 시작됐다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중세에 프랑스 등지에선 노인 고객에게 소녀들이 알몸으로 동침서비스를 해 주는 회춘살롱이 번성하기도 했다. 유명한 인도의 간디도 이 스네미티즘을 신봉했다는데 확실치는 않다.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음은 물론이다. 회춘이 젊은 외모를 갖기 위한 것인지, 오래 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력을 되찾기 위한 것인지 애매한 일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현대 사회에서 회춘 개념은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피부와 몸집에 일어난 노화현상을 제거하려는 미용 치료이고, 둘째는 심장병, 당뇨병 등 수명을 단축하는 질병을 예방하는 것, 셋째는 성기능을 회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 넷째는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게 맑고 젊은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다. 요즈음 항 노화 요법이라 하여 각종 호르몬, 태반주사를 비롯해 지방을 분해하는 약물을 직접 주입하는 메조테라피, 몸의 중금속을 해독시킨다는 킬레이션, 비타민 C 대량 투여 같은 메가 비타민 요법 등 의사에게도 어리둥절한 방법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선 그 부작용과 실제 효과를 잘 알고 사용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는 산소가 많으면 건강에 좋은 줄 알았는데, 요즈음은 활성산소가 우리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혈관과 세포를 손상시키고, 호르몬 체계를 어지럽혀 여러 가지 성인병을 일으키며, 심지어 아토피성 피부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해서 많은 항산화제들이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건강식품의 형태로 시장에 나와 있다. 그러나 이것들도 의사와 상의해 보고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현재 오랜 경험이 축적돼 있고 그 효과와 부작용들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것은 여성과 남성의 성 호르몬 뿐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으므로 적어도 의학에 기초한 회춘은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여성을 여성답게 만들고 유지시키는 에스트로겐은 폐경과 함께 급격히 떨어져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거나 성기가 위축되는 등의 갱년기증상들이 나타나는데, 여성호르몬대체요법은 이런 문제들을 간단히 해결해 준다. 수십 년 동안 많은 여성들에게 복음과 같았던 이 치료가 몇 년 전 미국의 한 보고 때문에 좀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실보다 득이 많으므로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해서 접근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남성호르몬이라고도 하는 테스토스테론은 그 혈중치가 30대 전후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가 그 이후 서서히 떨어져 75세가 되면 그의 약 60퍼센트에 불과하게 된다. 물론 여자에 비하면 매우 완만하기는 하지만, 근육위축과 발기부전을 비롯한 성기능장애가 생기기도 하므로 이 또한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의해 볼 일이다. 우리 몸에서 안 쓰면 위축되는 게 세 가지 있는데 근육, 뇌, 그리고 섹스이다. 따라서 적절한 운동도 하고, 인지기능과 기억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함은 물론 성 표현 또한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성적으로 흥분하면 여러 가지 몸에 좋은 생리적 변화들이 일어나는데, 이는 중추신경계에 우리 몸에 이로운 뇌 전달물질들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각자에 맞는 성 표현을 통해 더 젊어 보이고, 더 오래 살기를 바란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이 2년마다 1년씩 연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굳이 특별한 장생이나 회춘법을 찾지 않더라도 이렇게 발달한 현대의학이 처방해 주는 자기에게 맞는 소위 맞춤요법을 구하는 것으로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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