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둔화와 유럽의 재정 위기 등 선진국 경제 침체 속에 고금리, 환차익을 내세운 이머징마켓 채권시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브라질 국채는 경기 과열의 우려 속에서도 연 10% 안팎의 고금리를 내세워 연초 이후 7841억원이 순유입 됐다. 지난 26일 미래에셋증권은 브라질 국채를 약3579억원치 판매했다고 밝혔다. 영업일(28일) 기준으로 하루에 120억원씩 유입된 셈이다. 삼성증권도 하루 평균 180억원 웃도는 자금이 유입되면서 판매 보름만에 2500억원어치를 팔았다. 지난달 23일 판매를 시작한 동양종금증권도 1000억원 이상의 판매 실적을 거뒀다. 강효식 미래에셋 상품전략본부장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앞두고 연금자산관리에 관심이 높다”며 “비과세, 고금리, 성장성 등 브라질 국채의 투자매력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국채의 인기를 반영하듯 대우증권에서도 지난달 28일 브라질 채권의 판매에 나섰다. 대우증권은 “연 10%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브라질 국채는 1억원 투자시 매월 약 76만원 수준의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브라질 채권에 해외 자금유입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브라질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높은 금리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올 들어 5월까지 외국인 투자자금은 424억 달러 유입됐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배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브라질 경제는 2009년 금융위기 직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이후 민간소비 및 투자를 중심으로 회복되면서 2010년 GDP 성장률이 7.5%로 3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사정도 개선돼 금융위기 직후 8% 내외를 보이던 실업률은 지난 6월 6.4%로 낮아졌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6월 브라질 신용등급을 ‘Baa2’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2014년 월드컵 개최와 2016년의 올림픽 개최가 예정돼 있어 당분간 경기활성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브라질 경제의 리스크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민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채권에 대한 위험을 국가 재정 건전성 정도, 가계 대출 부실 가능성, 헤알화 가치 급락 가능성,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 증가, 정책 변동에 따른 위험 등 5가지로 구분해 제시했다. 민 연구원은 5가지 위험 중 가계 대출 부실 가능성과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 증가에 주목했다. 그는 가계 대출 부실 가능성에 대해 “월평균 가계 대출 증가율은 2009년 11월을 저점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90일 이상 대출 연체율도 2011년 1월 4.6%로 2009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전월(4.5%)대비 상승해, 가계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1년 4~5월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51%와 6.55% 상승을 기록해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6.5%를 상회하고 있다”며 “2011년 BIS(국제결제은행)기준 GDP 성장률 전망치는 4.46%로 잠재성장률인 4%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해 우려했다. 지난달 29일 신종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브라질 채권 투자시, 환율 변동 리스크에 유의하라고 경고했다. 갑자기 경기가 식고 자금이 대거 이탈할 경우 환이 약세로 돌아서 환차손을 볼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신 연구원은 “브라질은 강세에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다른 신흥국보다 무척 높다”며 “투자자들도 이런 위험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브라질 국채 상품은 장기투자 상품으로 그에 따른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아 위험이 크다. 미래에셋증권과 동양종금증권은 최대 21년물의 브라질 국채를 팔고 있으며, 대우증권의 경우도 최대 9.5년의 브라질 국채를 판매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만기가 긴 상품을 판매하고 이유는 최초 환전시 브라질 정부에서 부과하는 거래세(토빈세) 6% 때문이다. 토빈세는 외환거래시 부과되는 세금으로 브라질 정부는 작년 10월 2%에서 6%로 인상했다. 장기간 투자할 경우 6%의 토빈세에 대한 부담이 덜어지기 때문에 만기가 긴 상품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1년 만기물 경우 6%의 세금을 내야하지만, 10년 만기의 경우 1년에 0.6%만 부담하게 되는 꼴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10% 정도의 고수익 상품이라는 점을 앞세워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지만, 10년 주기로 경제적 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장기간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일간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 1일 ‘브라질의 거품이 터지기 전에 파티를 끝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버블 위험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외국계 자본 유입이 헤알화 가치를 높이면서 환율이 지난 10년간 평균치보다 47% 높은 상태에 달한 점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