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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동화, 그것이 바로 현실

송은아트큐브, 소현우 개인전 7.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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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0호 김금영⁄ 2011.07.11 11:24:04

날개를 단 요정, 아기자기한 곰과 토끼 등이 시선을 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시선이 가는 건 아름다운 요정과 귀여운 캐릭터들이 든 총, 칼 등 살벌한 느낌이 드는 무기이다. 어렸을 때 봤던 피터팬, 백설공주, 인어공주, 신데렐라 등 아름다운 동화를 상상하고 다가갔던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하지만 소현우는 말한다. 이것이 바로 동화가 보여주는 진짜 현실이라고. 소현우가 ‘잔혹동화3’을 주제로 7월 8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송은아트큐브에서 개인전을 연다. 소현우는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한다. 그가 보여주는 동화는 달콤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씁쓸하면서도 파격적이다. “어렸을 때 본 동화들은 ‘왕자님과 공주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등 늘 해피엔딩으로 끝났죠. 하지만 커서 동화를 다시 보니 해피엔딩은 항상 부와 권력과 연계가 돼 있더라고요. 신데렐라는 공주가 됐고, 백설공주도 왕자님을 만났죠.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행복으로 귀결되는 것. 그것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자본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으면 그냥 자본일 뿐이지만 계속 무언가를 갈망하는 인간의 욕심이 개입되면 욕망의 물질로 변질된다고 그는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 본연의 순수성은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고민은 작업에도 반영됐다고. “동화라는 것이 순수한 아이들이 보는 깨끗한 이야기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하지만 오히려 동화 속에 숨겨져 있는 현실의 이면들은 잔혹하더군요. 순수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주는 충격이 제게는 크게 다가왔어요. 자본주의에 종속된 어른들이 만든 이야기를 읽고 자란 아이들이 또 자본주의에 지배받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죠.”

소현우는 넝마를 기워서 만드는 킬트 방식처럼 스틸을 기워서 형상을 만들어낸다. 작업 방식은 넝마를 기웠던 가난한 시절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고 ‘예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이러닉하다고 한다. “실상은 허구인데 제품처럼 만들어놓으면 그것에 현혹돼 ‘멋있다’고 느끼는 일이 많죠. 달콤한 허구만 보려하고 쓰디쓴 진실을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이에요. 작업을 통해 그런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주로 정지된 형상을 만들었던 그는 앞으로는 형상들이 관객을 향해 총을 쏘는 시늉을 하는 등 입체적인 요소가 담긴 작업들도 하고 싶다고 한다. “큰 공간에서 아트쇼를 해보고 싶어요. 연극적인 요소, 미디어적인 요소가 정지된 형상에 결합돼 시각적인 효과를 더 극대화하는 것이죠.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관객들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진정성을 지니고 작업에 임할 생각이에요. 작가가 모험을 겁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나올 작품들이 저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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