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개’를 통해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풍자하다

곽수연, 즐겁고 재밌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림

  •  

cnbnews 제230호 김대희⁄ 2011.07.11 13:58:44

어느 샌가 우리 곁에는 개나 고양이뿐만 아니라 많은 애완동물이 함께 하게 됐다. 대가족에서 소가족으로 그리고 나홀로 가구가 늘면서 사람에 대한 외로움을 채워줄 그 빈자리를 동물이 대신하게 된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친근한 개가 작가 자신이 되고 마치 인간처럼 행동하며 사회 문제를 꼬집고 풍자하는 그림으로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곽수연 작가를 만났다. “개라는 존재는 인간세계에서 가장 하등한 동물이면서 또 인격화되기도 한 동물이에요.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고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친구이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감정이입이 큰 동물이죠.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사람을 무척이나 따르는 개에서 출발해 단순히 귀엽거나 예쁜 것이 아닌 사람들 생활 속에 기생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 같아요. 현대 사회의 현상을 내가 개가 돼서 개가 나로써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말하고 싶었죠.” 점점 각박해지는 인간관계 속 정이 과연 있을까? 개가 사람인지 사람이 개인지를 알 수 없는 사회현상을 그림으로 간접적으로 풍자한다. 그녀는 “동물인 나(작품 속 작가 자신인 개)도 이런데 니들은 어떠냐?”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물화를 주로 그리던 그녀가 문든 사람주변의 개를 보게 됐고 개는 우리들의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존재지만 한편으로는 잊힌 존재와도 같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소재로 삼게 됐다. 또한 끊임없이 사람과 붙어살며 업신여기면서도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동물이 바로 개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리는 개는 민화 속에 있다. 옛날 그림을 차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그리는데 오래전 작품 속 개의 그림을 보다보니 사람과도 많이 닮아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이에 그 그림에 내가 그리는 개가, 또는 나의 존재를 대변하는 개가 들어가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먼저 개를 연구하면서 외관적인 모습에 치중해 그렸지만 점차적으로 세심해졌고 그러다 개가 자신이 되고 사람의 역할을 하게 됐다. 그렇다고 개만 등장하지는 않고 고양이 등 다른 동물들도 조연으로 등장한다. 그녀의 작품 콘셉트 구성이나 소재 등은 개인전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 맨 처음 1회 개인전 ‘일상의 소유’(2002년)전시는 자신으로 시작됐고 반려동물을 소유하고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주제로 잡았다. 그 다음 2회 개인전 ‘자아를 보게 하는 매개체’(2004년)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3회 ‘정을 기울이다’(2005년)라는 콘셉트로 사람과 반려동물에 교감과 정에 대해 얘기했다. 4회 ‘개가 되고 싶지 않은 개’(2007년) 때 시점이 바뀌게 되어 개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는데 이 시점에 개가 많이 인격화 됐다. 그래서 5회 ‘개가라사대’(2008년)전시를 하게 됐고 이후 6회 ‘견씨 무릉도원’을 가다라는 콘셉트로 작업을 하게 됐다. 이렇게 진행된 전시들은 단순히 개를 그리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에피소드이면서 존재감을 이야기한다. 그림 속에 개는 작가가 될 수 있고 타인이 될 수도 있다.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또 다른 점은 사람과 사람간의 정이 아닌 동물과 교감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현재 너무나 많이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에요. 개는 사랑스럽고 도움도 많이 주는 존재이긴 하지만 동물일수밖에 없죠. 사람으로 채워야 할 부분이 점점 반려동물로 메워진다는 데 씁쓸해지기도 해요.”

그림을 그리면서 작업 과정이 가장 힘들다고 말하는 그녀의 그림은 한지에 먹과 전통채색 그리고 석채를 사용하는 동양화다. 미고를 입학했을 당시 한지의 흡입력에 매료돼 동양화를 선택하게 됐다. 동양화는 서양화와 달리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에 힘든 점도 많았다고 한다. 작업의 시작은 먼저 한지를 합판에 붙여 아교(일반적으로 동물의 가죽, 뼈 등으로 만든 접착제)로 코팅을 3번이나 한다. 이후 먹선을 그려 넣는데 여기서 실수하면 그냥 버리게 되고 다시 처음부터 작업을 시작해야 된다. 전통채색과 함께 석채를 사용하기에 조명 빛을 받으면 돌가루가 반짝거린다. “한지와 먹의 조합은 최고에요. 사인펜으로 그려도 되지 않냐는 얘기도 들었어요. 하지만 먹선과 비교할 수 없죠. 먹선은 몇 대를 이어 갈만큼 오래가요. 지금은 작품의 색이 강렬해보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고 지나다보면 색이 더욱 고와지고 편안해져요.”

그녀는 작업이 힘든 만큼 완성했을 때의 희열감은 더욱 크다며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데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 달도 넘게 작업하지만 관객은 몇 초면 그림을 보고 판단하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오히려 그림으로 푼다는 그녀는 자신의 그림에 대한 타인의 어떠한 의견이나 느낌 그리고 감정을 존중한다. 여러 사람의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하면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별히 바라는 건 없어요. 있는 그대로 느끼고 얻어 가면 좋겠어요.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해요. 항상 다른이들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주고 싶었어요.” 최근에는 희귀동물에 많은 관심을 가지며 개(작가 자신)가 희귀동물을 인터뷰하는 신선하면서 웃음을 주는 작품도 구상 중이라며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