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에서 케이팝(K-pop)이 인기를 끌면서 한류열풍의 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한류열풍에 왜 케이아트(K-art)는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못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 갤러리 아트스페이스H에서 만난 권도균(47) 아트스페이스H 대표는 “한류열풍에 한국 미술도 가담하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권 대표는 아트스페이스H 대표가 된 지 1년 반을 맞이했다. 이전에는 한국미술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했다. 아직 미술계에서 일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 인터뷰를 하기가 쑥스러웠다는 권 대표는 작가들을 위해 용기를 냈다고. “아트스페이스H라는 공간이 작가들이 형식적으로 일하는 ‘일터’가 아닌 즐겁게 작업을 할 수 있는 일종의 ‘놀이터’가 됐으면 합니다. 갤러리와 작가의 관계도 딱딱하기보다는 함께 발전하는 유연함을 갖췄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와 갤러리도 더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들과 계약 관계를 넘어서 ‘벗’으로 함께 하고 싶다는 그는 신진작가들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모전을 통해 발굴한 작가들의 그룹전을 연 뒤 가능성을 가늠해보고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메이저 화랑에서는 유명한 원로 작가들의 전시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가능성 있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은 자신이 맡고 싶다고 권 대표는 밝혔다. “세상물정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세상물정이 아닌 우주물정을 보는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요. 미술계에 대해 아직 많이 모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기에 두려움이 없다는 것, 그것이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제 장점 같습니다.” 우주물정. 이는 권 대표가 만들어낸 단어이다. 넓디넓은 우주의 근원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 그 시점에서는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사소한 것으로 비춰질 정도로 모든 것을 초월하게 된다. 어려운 미술계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권 대표의 마음이 느껴지는 단어이다. 9월에 권 대표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키아프(KIAF)에 작가 7명과 함께 처음으로 참가한다. 이것을 시작으로 작가들과 함께 성장해 2~3년 뒤에는 홍콩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도 진출할 생각이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작가들이 전 세계에 케이아트 열풍을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5년 이내에 작가들이 가장 전시하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가장 좋아하고 같이 일하고 싶은 갤러리 대표가 되는 것. 그것이 현재 시점에서 가장 가까운 제 목표입니다. 나중에 제 딸이 커서 미술 분야에서 일하게 될 때쯤이면 저는 함께 했던 작가들과 술 한 잔 마시면서 놀이터가 아닌 노인정에서 편하게 쉬고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