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정 작가의 개인전 ‘어눌산수 - Mumbling Landscapes’가 오는 7월 6~28일 신한갤러리에서 열린다. “어눌산수. 말 그대로 어눌한 산수화예요. 치밀하거나 완결되지 못한, 갖춰진 틀이 아닌 유동성 있는 산수화를 그리고자 했어요.” 정형된 틀을 벗어난 송유정의 산수는 동서양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분방함을 자아낸다. 전통적 동양화 재료인 ‘먹’ 대신 실을 이용해 한지 위에 드로잉을 하면서, 산수화의 전통 구조를 차용해 예스러움을 더한다. 이러한 동양적 요소에 ‘콜라주’와 같은 서양적 기법이 더해져 색다른 시각적 재미를 전한다. 화면 위 조각조각 겹겹이 쌓인 한지와 천. 작가는 이를 ‘기억의 잔상’이라고 한다. 이 기억의 조각들을 한 땀 한 땀 실로 꿰매어 흩어진 기억들을 정성스레 한데 모아 담는다. 기억의 조각으로 채워진 캔버스는 마치 어린 시절 그림일기의 한 장면 같은 해맑은 감성을 전한다. “이번 작업은 여행에 관한 기억들을 담았어요. 저는 여행 중 감흥과 추억에서 많은 작업적 영감을 얻어요. 그때의 경험과 느낌들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것이죠.” 여행을 통해 많은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는 송유정 작가는 작업을 위해 산으로 바다로 자주 여행을 간다고 한다. 여행의 순간에 느껴진 수많은 감성들과 그의 시야를 한가득 채운 산, 나무, 꽃, 바람과 같은 여행지의 배경들은 다시 그의 손을 거쳐 화폭 위에 수 놓여진다.
그의 산수화에 콜라주 기법만큼이나 시선을 끄는 건 색감이다. 한지 위에 입혀진 화려하고 선명한 색감은 작가의 여행 당시 흥겨움을 고스란히 전하는 듯하다. “처음엔 동양화에 흔히 쓰이는 먹의 은은하고 엷은 채색이 좋았는데, 점점 갈수록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에 욕심이 났어요. 색에 대한 연구와 시도를 차츰 차츰 해 나가면서 ‘동양화도 이렇게 화사할 수 있구나’ 라는 걸 느꼈죠.” 또한 그는 채색을 비롯해 실의 종류와 바느질 기법이라든가 질감 등 시각적 표현에도 섬세한 정성을 기울인다. 이는 보는 이의 시각적 재미를 위한 작가의 노력이기도 하다.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한 심오한 내용보다, 시각적으로 명쾌하게 전달되는 즐거움은 그가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그림이 어렵고 심오한 숙제가 돼버리면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죠. 제 그림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편하게 보고 즐길 수 있도록 말예요. 나와 관객들의 공통분모가 만나 자연스런 교감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