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 CNB뉴스 편집국장 / 현대차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혼다-토요타를 눌렀다고 한다. 미국에서 혼다-토요타의 실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뉴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토요타를 보자. 미국에서 토요타 차의 브레이크 결함이 불거지면서 토요타 본사가 휘청거릴 정도로 혼쭐이 났지만 그래도 토요타에 대한 미국인들의 사랑은 여전하다. “그래도 토요타인데”라는 믿음이 있기에 ‘불난 호떡집’ 꼴이 난 토요타에 대한 충성도(지금 토요타 차를 소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토요타 차를 사겠다는 응답률)가 47.7%나 되는 것이다. 다음은 혼다. 사실 토요타보다 더 큰 고객 충성도를 누려온 건 혼다였다. 이번 조사에서도 혼다에 대한 충성도는 49.7%로 토요타보다 2%포인트 높았다. 혼다의 위세는 미국에서 혼다 차를 사본 사람은 안다. 인기가 좋다 보니 영업사원들은 고객에게 “살려면 사고 말려면 말라. 살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는 배짱을 보였고, 영업사원들의 이런 태도는 혼다 사내에서 걱정거리라는 보도가 나왔었다. 이렇게 대단했던 혼다-토요타에 대한 충성도를 현대 차가 눌렀다니 그저 감개무량할 뿐이다. 또 하나 놀라게 되는 현상은 한국 소비자들의 시큰둥한 반응이다. 그런 반응의 주된 원인은 “내수용 현대 차와 미국 수출용 현대 차는 다른 차 아니냐?”는 생각 탓이다. 현대 차의 인기가 미국에서 아무리 높더라도 그건 미국용 현대 차를 특별히 좋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게 국민적 상식인 듯싶다. 미국용은 철판도 더 두꺼운 걸 쓰고, 엔진-옵션도 더 좋고, 값도 싸게 팔고 등등…. 현대 차의 수출용과 내수용이 얼마나 다른지는 확인해 봐야겠지만 이런 불신의 원인은 현대차 스스로가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내수용과 수출용 차에 차이가 난다면 그건 현대 탓이 아니라 ‘한국인 모두의 탓’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가 ‘더 좋은 미국용 차’를 만든다면 그건 타의에 의해서이기 때문이다. 미국 환경부가 더 강력한 배출가스 기준을 적용하고, 미국 고속도로안전국은 충돌 테스트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하면서 “더 안전한 차를 만들라”고 성화를 해댄다. 이런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수출을 못하는 현대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라도 ‘더 좋은 미국용 차’를 만들어 보낼 수밖에 없으리란 생각이다. 또 다른 요소는 치열한 경쟁이다. 세계 모든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고 관련 내용을 언론-소비자단체가 철저히 비교-검토되니 좋은 차를 공급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런 기준을 못 맞추면 철수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에 그런 비교-검토가 있나? 없다. 정부는 언제나 어디서나 ‘대기업 프렌들리’고,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다”며 현실을 받아들였다. 수입차는 또 어떤가. 내수용 현대 차가 좋아지려면 질 좋은 수입차와 미국에서처럼 경쟁해야 할 텐데, 한국에서 수입차는 실제 실력과는 상관없이 엄청나게 품질이 좋은 것처럼 과장 홍보-광고되고 또한 실제 가치와는 상관없이 엄청나게 비싼 값에 팔린다. “비싸지 않으면 안 산다”는 한국인들의 졸부 근성이 만든 괴현상이다. 미국처럼 공무원들이 덜 썩은 나라에선 정부와 소비자가 합작해 업체의 버릇을 바꿔 놓을 수 있지만 한국에선 공무원을 믿기가 미국처럼 쉽지 않으니 그 몫은 소비자에게 떨어진다. 소비자 문제에서 참으로 할 일이 많은 게 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