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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한꺼번에 치료하는 ‘병원 갤러리’

세브란스, 아산 병원 등 전문성 갖춘 다양한 전시로 시선 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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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3-234호 김금영⁄ 2011.08.08 11:20:28

몸이 다쳤을 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방문하는 곳은? 바로 병원이다. 이런 병원에서 마음까지 치료해 준다면 어떨까? ‘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한다’고 한다. 과거의 다소 딱딱했던 이미지를 탈피해 갤러리를 유치하고 문화 행사를 여는 등 병원이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운영하는 갤러리는 일반 갤러리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의 갤러리 이야기를 들어봤다. 병원 갤러리는 큐레이터나 전문 전시 기획자 없이 전문성이 떨어지는 형식적인 전시만 이어갈 것이라는 편견도 있다. 하지만 병원 갤러리는 단순히 덩그러니 병원 공간만 차지하고 있지 않다. 서울대병원은 기존에 운영하던 의학박물관에 올해 6월 갤러리 기능을 추가해 ‘제1회 갤러리 대한 전’을 열었다. 이 전시를 위해 전문 화랑과 아트 디렉터를 섭외했다. 서울아산병원도 갤러리 위원회를 두고 있고, 간혹 외부 전시 기획자를 섭외하기도 한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은 정식 큐레이터는 없으나 아트 파크(대표 박규형)에 자문을 의뢰하며 ‘세브란스 아트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병원 갤러리의 형태는 다양하다. 서울대병원 갤러리는 복도와 화이트방 2개로 구성돼 있으며, 평수는 대략 33평 정도 된다. 갤러리 공간 구성은 고재선 아트 디렉터가 담당했다. 서울아산병원은 50여 평의 복도식,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은 병원 내 유동인구가 많은 3층에 로비식 갤러리를 갖추고 있다. 병원 갤러리는 따로 독립돼 있기보다는 병원 공간과 어우러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연세대 세브란스 측은 “환자와 내원객, 교직원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따로 분리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병원 갤러리에서는 일반 갤러리처럼 판매도 이뤄질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은 영상의학과 교수들의 사진을 모은 전시를 열고 있는데 판매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판매 수익금은 병원 내 불우환자들을 위해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 판매방식이 일반 갤러리와 완전히 같지는 않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일반 갤러리처럼 작가가 작품을 전시기간 중 판매할 수는 있지만 그에 따른 마진을 갤러리 측에 주지 않는다”라며, “병원은 갤러리를 수익공간이 아닌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서비스 공간, 작가들을 위한 문화적인 지원 공간으로 보고 있기에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판매 과정 및 소장품은 홍보팀 등이 담당한다. 이에 대해 고유정 서울대병원 대한갤러리 학예사는 “서울대병원 역사문화센터가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갤러리 기능을 추가한 지 얼마 안 돼 소장품과 수익도 아직까지는 없다”고 밝혔다. 최향 서울아산병원 갤러리 담당과장은 “갤러리의 운영은 일반적으로 홍보팀이 담당하고 갤러리는 기본적으로 그림 전시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보면 병원 갤러리는 일반 갤러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전시 선택에 제약이 있다는 점. 아무래도 환자가 많은 병원에서 전시가 이뤄지다 보니 자극적이고 우울한 전시는 피하게 된다. 최향 서울아산병원 갤러리 담당과장은 “병원이라는장소 그리고 갤러리가 개방형 구조이기 때문에 작가의 작품성만 가지고 전시를 열 수는 없다”며, “작품성은 좋지만 병원 정서와 맞지 않는 작품, 일반적인 시각에서 난해한 작품은 작가의 의도나 작품성과 상관없이 전시할 수 없어 작품 선정에 다소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병원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이렇게 바쁜 일정들로 빼곡한 병원에서 왜 갤러리까지 유치하는 것일까? 이는 기존에 몸만 치료하던 과거와는 달리 환자의 마음까지 살피고자 하는 병원들의 움직임이 중심이 됐다.

서울대병원은 기존에 없었던 갤러리기능 추가에 대해 “다소 옛 냄새가 나는 의학박물관에 현대의 흐름을 불어넣고자 했다”며, “궁극적인 목적은 문화 콘텐츠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 혹은 일상에 지친 내원객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세브란스 측도 “환자들의 마음과 육신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하는 마음에 ‘세브란스 아트 스페이스’가 마련됐다”며, “앞으로도 수준 높은 전시들을 이어가며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음악회와 연주회도 계속 함께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최향 서울아산병원 갤러리 담당과장도 “병원 갤러리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앞으로 재미있는 기획전 개최 횟수를 늘리고 우리 병원 갤러리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잘 살려 내원객과 작가 모두 좋아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병원이 단순히 몸만 치료하는 곳이라는 말은 어느새 옛말이 돼가고 있는 듯하다. 병원 갤러리가 앞으로 어떤 특색을 지니고 변화해 나갈지 주목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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