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5호 박현준⁄ 2011.08.16 11:07:31
김민성 (가나아트갤러리 전략기획팀 팀장) 올 해 초부터 매달 연재되어 온 아트마케팅 팁 ‘아트를 마케팅하면 아트가 마케팅한다’ 시리즈는 지난 한달 동안 휴식기를 가졌는데 이 기간은 보다 구체적인 아트마케팅의 사례들을 소개하는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시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반년 동안 CNB저널을 통해 역설해 온 아트마케팅의 체계와 의미 속에서 아직도 조금은 모호해 보이는 부분들을 해소할 수 있는 단초 마련에 주력하였다. 아무래도 언론에서는 거대 자본을 들여 이루어낸 아트마케팅의 사례에 주목하기에 세상에 노출되는 아트마케팅들은 기업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림에 떡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국내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어느 사이 문화 저력에 물들어 가며 그 힘이 지닌 대중과의 소통파워를 마케팅의 현장으로 옮겨 놓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사례 중심의 새로운 형식으로 구성되는 이번 연재는 현실감 떨어지는 아트마케팅보다는 효율적이면서도 창의력 넘치는 사례를 통해 결코 아트마케팅이 어렵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기업 마케팅의 주요 솔루션임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이제, 그 첫 사례를 독일기업인 벤타의 한국 헤드쿼터인 벤타코리아 아트마케팅으로 시작한다. 벤타코리아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습기와 비슷하게 생긴 제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회사다. 하지만 벤타코리아의 제품을 가습기라고 불렀다가는 혼쭐난다. 그들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가습기가 아닌 에어워셔(air washer)라는 이유에서 그렇다. 우리에겐 꽤나 낯선 이 에어워셔는 공기 중에 수분을 공급하는데 주력하는 가습기와는 달리 특별한 디스크판을 거치는 물을 통해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제품이라고 한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마케팅 전략에 있어 사내에 서로 공유한 중요한 이슈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우리는 가습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에어워셔를 판다. 에어워셔를 모른다고? 그렇다면 우리는 에어워셔 시장을 만들고 그 시장에서 에어워셔를 팔겠다.”다. 이는 벤타코리아의 소신 있는 마케팅 철학을 대변하는 말이 아닐 수 없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벤코리아의 아트마케팅은 출발한다.
벤타코리아와의 여러 번에 걸친 인터뷰와 회의에서 그들은 필자가 피력해 온 아트마케팅의 시스템 과정에는 금시초문이라 했다. 당연하겠지만 그들이 해온 아트마케팅에 대한 과정은 놀라우리 만치 필자의 아트마케팅 시스템화 과정과 닮아 있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트마케팅의 아트매니지먼트 단계 즉 작가 혹은 작품을 직접 다룰 수 있는 장의 체험 단계는 아트마케팅 시스템에 있어 매우 핵심적인 시작이다. 이런 차원에서 벤타코리아의 아티스트 후원 시스템은 아트마케팅의 초기전략에 부합한다. 우선적으로 그들은 음악 아티스트의 후원으로 문화예술계와의 안면을 트기 시작했다. 첼리스트, 소프라노 오은경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한국 아티스트의 대기실에 에어워셔를 설치해 준다거나 예술의 전당, 고양문화재단, 인천교향악단과 같은 공연장 대기실에 아예 에어워셔를 기증하여 항시 관리한다 던가 하면서 누가 알아주던 말든 묵묵히 아티스트를 직접 찾아가는 매니지먼트에 소홀하지 않았다. 이는 기본적인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자사의 생산품에 대한 대중적 확신을 유명 여배우고 인기 많은 스포츠 선수도 아닌 문화예술이라는 창을 통해 진행하였고 이러한 진행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점차 벤타코리아의 마케팅에 아트가 물들기 시작했다.
사실 벤타의 아트마케팅 시작은 국내 음악계 혹은 미술계의 도움에 의해서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독학(?)으로 한편으로는 눈치로 자신을 갖고 조심스럽게 시작했는데, 그 시작에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한다. 2007년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케네디는 내한공연 당시 국내공연기획사에게 최고급 생선회를 최소한 25점 이상 준비하되 참치 4점, 장어 4점, 연어 4점, 참새우 4점, 주방장이 선택한 5점 등으로 마련하여 리허설 장으로 대령해야 하며, 자신이 투숙하는 호텔 방에는 벤타 에어워셔 LW80모델을 설치하도록 계약 조건을 걸었다고 한다. 결국 공연기획사는 듣도 보도 못했던 에어워셔를 찾아 벤타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 경험을 통해 벤타는 처음으로 문화예술공연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이후 폴포츠, 바라라보니, 안드레아숄 등 해외 공연자들에 대한 협찬으로 벤타는 점점 자사의 제품을 확인하고 알리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고 결국 2010년에는 샤갈전을 후원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미술계와의 아트마케팅 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미 이전에 공연예술의 후원이라는 과정이 주는 아트마케팅의 초기 효과를 맛본 벤타는 샤갈전 후원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아트마케팅의 전략을 선보였다. 바로 자사의 마케팅과 전시 후원을 매칭시키는 작업이 그것이다. 전시회 후원을 홍보 혹은 이벤트를 통해 진행하였는데 이 과정에는 자사의 마케팅 이벤트와 세련되게 묶어내었다.
이후 벤타의 아트마케팅에 대한 전략은 보다 구체적으로 진화한다. 아트매니지먼트의 다음단계라 할 수 있는 아트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 것이다. 물을 테마로 새로운 작업을 앞두고 있던 임옥상 작가와의 협업은 벤타코리아의 첫 아트콜라보레이션이다. 이 협업에 있어서 핵심은 벤타가 자신들이 기존에 해 온 후원 시스템을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발휘하였다는 점이다. 임옥상 작가와의 협업을 그가 앞두고 있는 개인전 후원으로 확장시킨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아트협업으로 탄생된 작가의 작품은 개인전을 시작으로 미술계의 현장 곳곳을 누비며 기업을 마케팅하게될 것이다. 이는 단발성으로 끝나버리는 미술의 하청업체화도 아니요, 아트가 기업의 홍보 도구로 전락하는 것도 아닌 기업과 예술의 진정한 협업을 통한 결과이기에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오늘날 아트마케팅은 여전히 오너의 의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벤타코리아를 비롯하여 계속 연재될 사례들을 보면, 아트를 거친 마케팅의 전략에 대한 가치와 놀라운 부대효과를 바라보는 심미안들의 등장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마케팅을 근간으로 한 아트마케팅의 전략 수립 혹은 아트마케팅의 솔루션 수립 등의 다소 생소한 업무 프로세싱을 실현시키는데 있어서 매우 희망적인 증거다. 이제 부릉 부릉 울려대는 아트마케팅 전차의 가장 기본이 되는 철학 “일상에서 예술을 소비하다”를 위해 또 다른 발전과 진화의 방향을 앞두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기업들과의 긍정적 협업 그리고 문화예술의 전문적이고 현명한 컨설팅이 함께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