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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연극적 장치를 통한 인간의 욕망 표현

‘DIALOGOS’라는 주제로 인간의 소외된 삶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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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5호 왕진오⁄ 2011.08.16 11:13:51

조각가 오정현은 사고와 행동의 주인으로서 주체에 대한 회의를 다양한 연극적 장치를 통해 세상에 이야기하고 있다. 8월17일부터 23일까지 갤러리그림손에서 열리는 그의 전시에는 인간이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근대의 사유하는 주체로부터 탈근대의 욕망하는 주체로의 이동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작품에서 욕망의 역학관계가 시작되는 곳은 시선과 응시이다. 주요 전시작품 주변에 놓인 6개의 군상은 상자 안에 갇힌 거대한 눈동자가 머리를 대신하고 있다. 정방형으로 갇힌 외눈은 관념화된 눈을 상징한다. 이러한 눈은 작가에게는 사고와 이성을 집약한 형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욕망은 대상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품 ‘키노피오-마주하다’에서 자신이 만든 덫에 갇혀 있는 인간을 보여준다. 하나는 코로부터 나온 선이 감옥을 이루는데, 인간이 그 안에 옴짝달싹 주저앉아 있다. 다른 하나는 코로부터 분출된 선이 새장처럼 인간을 가두고 있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늘어나는 동화 피노키오를 떠올릴 때 자신을 가두는 상징적인 덫은 바로 스스로 뱉어 버린 말인 것이다. 이전 작품에서부터 그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인간의 삶은 언어적 존재로서 욕망하는 주체라는 초상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단단해 보이는 현실에 잘 적응하는 합리적 인간이 아닌, 허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을 표현했다. 그러나 합리적인 자아가 근대적 환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그가 표현하는 허약한 자아는 실재에 더욱 가깝게 접근되어 있다.

원초적 결핍은 욕망하는 인간에게도 아로새겨져 있다. 머리가 눈으로 바뀌어 있고, 그 눈조차도 사각 틀에 갇혀 있는 그의 작품은 욕망과 시선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그 존재 자체가 보는 주체와 보이는 주체 간에 드리워진 간극으로 인해 명확히 고정되지 않는다. 전시부제인 ‘타자와의 만남’은 또 다른 나와의 만남은 물론, 진짜 타인과의 만남도 상징하고 있다. 작가 오정현의 작품에 나타난 인간상은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주체의 운명을 표현하고 있다. 동물과 달리 불완전하게 태어난 인간은 타인의 인정과 사랑에 대한 욕망이 없이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보이는 그의 인간상을 표현한 작품들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고립되어 보이는 그의 조각들은 지극히 사회적인 상황 속에 놓여있게 된다. 조각가 오정현은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석사 졸업을 하였다. 2009년 경희대학교 미술관에서 ‘Nightmare’ 개인전 이후 2년여만의 개인전을 펼치는 그의 작품들은 이브갤러리, 문화일보갤러리, 인사아트센터, 중국 Soul Gallery, 서울문화재단 그룹 기획전을 통해서 세상에 선을 보였다. 문의 02-733-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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