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5호 김대희⁄ 2011.08.16 11:18:56
우리는 판화하면 흔히 어린 시절 고무판을 긁어내어 만들던 고무판화를 많이 떠올린다. 조금 더 나아가면 목판화정도다. 판화는 나무·금속·돌 등의 면에 형상을 그려 판을 만든 다음, 잉크나 물감 등을 칠해 종이나 천 등에 인쇄하는 회화의 장르다. 기법적으로는 철판(목판화)과 요판(동판화)으로 대별되며, 평판(석판화)과 반전을 요하지 않는 공판(실크 스크린) 등도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판화에 대해서만큼은 어느 나라보다 뒤지지 않는 나라라고 자부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 126호·751년 추정)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 탑신부에서 발견된 세계 최고의 통일신라 때 불경인쇄본이다. 목판으로 인쇄된 이 경문은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의 해체·복원공사가 진행되던 1966년 10월 13일 탑신부 제2층에 안치된 사리함 속에서 발견된 것으로, 이때 석탑 내부에서 함께 발견된 총 28점의 일괄유물이 1967년 9월 국보로 지정됐다. 1237년에 만들어진 팔만대장경은 목판본이지만 아직도 찍어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술을 갖고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그 중요도와 비중은 매우 미비하다. 현대 미술의 다양한 분야와도 접목 가능한 ‘판화’ 특히 국내 대학 중에는 단 두 곳만이 판화과를 개설하고 있다. 그중 주목할 만한 곳이 바로 추계예술대학교 판화과다. 1988년에 개설됐으며 개인지도 중심의 실기교육으로 개방화와 국제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고도의 산업정보화 사회에 부응하는 예술가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전공실기 과목의 비중을 높이고 다기능인력(전문프린터, 판화공방, 판화전문화랑, 인쇄산업 등)양성이라고 하는 시대적,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을 실시한다. 여기에 방과 후 실기실 작업 기회를 제공하고 미술관, 박물관 견학을 통한 현장교육과 세미나 및 특강을 실시하며 현대의 다양한 테크놀로지 인쇄산업과 연계를 통해 판화예술 인구의 저변을 확대한다. 첨단 기자재의 다양한 응용으로 프린트 기법을 개발하면서 세계적인 유수의 작가와 프린터를 초빙해 특강 및 판화시연의 기회도 마련한다. 세계적으로 뒤지지 않는 국제적 프레스실을 운영하며 여름방학 특강으로 외국학교에 판화연수의 기회와 함께 외국과의 작품 교류전을 추진하고 있다. 판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발전시켜나가야 함을 외치는 이들이 있어 아직 판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지만 우리나라 판화의 미래는 앞으로 더욱 밝아질 전망이다. [인터뷰]판화과 강승희 교수
“전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목판술을 갖고 있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판화 속에는 현대미술의 모든 장르가 들어있죠. 판화는 미술뿐만 아니라 디자인 등 접목되는 분야가 무궁무진하기에 판화를 응용하면 취업길은 다양하게 열립니다.” 추계예술대학교 판화과를 방문한 날 만난 강승희 교수는 판화에 대한 숨겨진 매력과 함께 우리나라 판화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이를 알아주지 못하는 현실의 아쉬움을 설명했다. - 우리나라 판화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면? 판화하면 가장 먼저 고무판화나 목판화 정도를 생각하실 겁니다. 판화는 이외에도 동판화, 금속판화, 실크스크린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판화에 대해 대단한 나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술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왜 판화가 이렇게 됐을까 의문입니다. 이웃나라인 일본만 봐도 웬만한 미술대학에는 전부 판화과가 있습니다. 판화작가도 3~400명 정도인 우리나라와 달리 5만여 명이나 될 만큼 자부심이 강합니다. 중국 또한 목판을 찍어내는 취미를 가진 사람이 많은 만큼 목판화에 대한 자부심이 큽니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가 뒤처질 이유가 없습니다. - 판화과만의 특별한 장점은 무엇인지요? 판화과는 국내 대학에 두 곳뿐이 없으며 동시에 개설됐죠. 훌륭한 시설이나 학생들을 위한 작업공간, 시스템 등은 이미 국내 최고라 자부합니다. 정원도 처음 30명에서 학년별 25명으로 총 100명입니다. 그만큼 작업할 수 있는 여유 공간도 많아진 셈입니다. 특히 4년 동안의 전공학습을 총정리하고 졸업자격을 부여하는 의미와 함께 학생들이 졸업 후 화단에 진출하는 출발점으로의 목적을 지닌 졸업미전을 통과해야지만 졸업을 할 수 있습니다. 평가 또한 외부 교수 및 재학생도 참여해 종합적으로 하기에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학생들도 엄청난 작업량을 보이며 열심히 노력합니다. 이 같은 결과로 많은 공모전에서 수상을 해오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작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약품 등의 재료는 학교에서 전부 지원해줍니다. 판화재료의 90%이상이 수입품으로 재료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새벽까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가득한 곳,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곳입니다. - 판화과의 커리큘럼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1학년 수업은 기초 회화입니다. 판화과라고 해서 판화부터 배우지 않습니다. 판화를 이용한 입체조형에서 영상까지 다양한 수업을 통해 현대미디어를 다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 기본교육이 됩니다. 2학년부터 본격적인 판화수업에 들어갑니다. 오히려 기초를 더욱 탄탄하게 만듭니다. 전통 판화만을 했던 예전과는 달리 하나만을 배운 것보다 다방면을 섭렵했기에 결과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냅니다. 때문에 학생들의 작업량도 많고 쉽지 않지만 그만큼 인정받고 있습니다. 실기에서는 절대 뒤처지지 않습니다. -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되나요? 요즘 많은 관심사 중 하나가 바로 취업입니다. 판화과는 취업도 다양하게 합니다. 작가는 물론 컴퓨터, 디자인, 사진, 회화 등 각양각색의 분야로 진출합니다. 실제 패션디자인을 하는 졸업생도 있고 그만큼 판화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노력하면 길은 무궁무진하게 열리게 됩니다. “일반 대중 위한 작품 만들고 싶어요”(판화과 출신 양재열 작가)
“판화과는 다른 대학에 많이 없어요. 판화과는 예술가가 되기 이전에 장인정신을 배우면서 기술적인 부분도 함께 습득할 수 있어 작가로서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특히 여러 가지 많은 미술분야를 배우면서 여기에 판화라는 기술이 더 추가되는 곳입니다.” 추계예술대학 판화과를 졸업한 양재열 작가는 고교시절 선생님의 추천으로 판화과를 가게 됐다고 한다. 또한 판화의 특성상 많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판화과를 선택했다. “막상 판화과에 입학 해보니 에디션 개념이 없는 판화도 있는 등 평소 알았던 것보다 판화의 종류가 많았어요. 판화과는 프레스기기나 공구 등을 함께 쓰는 경우가 많아서 인지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배려하고 더욱 단합하게 되는 점이 좋았죠.”
드로잉이나 회화도 하지만 주 작업은 동판화인 그는 판화 전공의 장점을 살려서 일반 대중도 함께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주제로 서민들을 위한 작업을 하려한다. 예전에는 일상이라는 주제 속에서 부조리나 부정적인 면을 나타냈지만 이제는 인물화나 정물 등 주로 동판화만의 장점을 살려 쉽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판화는 다른 매체와 달리 계획적이어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그는 “꼼꼼하고 세심해야 하기에 이런 점을 많이 힘들어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계획과 준비가 작가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자기 관리에 중요한 부분이 된다”고 말했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 열정이 가득한 곳”(정재용·임은정 학생·판화과 3학년 재학)
“부모님 같은 교수님들과 소수정예인원으로 구성된 학생들이 함께 공부를 하다 보니 가족적인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학생들의 열정이 높아 서로서로 자극받으며 스스로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추계예술대학교 판화과에서 만난 정재용·임은정 학생은 올해 3학년이다. 판화에 대해 생소했던 이들은 이제 어느 정도 판화에 대해 눈을 뜨면서 그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판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영역으로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재용은 “판화에 대해 아는 게 없었지만 판화과에 와보니 다양한 분야를 배우면서 판화와 연관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임은정 또한 “처음엔 어려웠지만 점차 재미를 느꼈다. 판화는 직접 배워봐야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며 판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첫 시작인 1학년 때는 생소한 분야에 적응하느라 힘들겠지만 버티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매료됨을 느끼게 된다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뚜렷하지 않고 자신이 없다면 다양한 길을 열어주는 판화과를 지원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미술학부 판화과 지원하려면 작업에 대한 열정과 끈기 있어야 추계예술대학교 미술학부는 정시 다군에서 학생을 모집하며 동양화전공 27명, 서양화전공 27명, 판화전공 25명을 모집한다. 성적반영비율로는 학생부 30%, 수능 20%, 실기 50%를 각각 반영한다. 특히 판화과는 초창기 고무판을 이용해 실기를 본적이 있지만 현재는 2절 켄트지에 유화를 제외시킨 모든 재료를 사용해 공간표현을 포함한 정물로 실기를 본다. 신입생이 되면 1대1 실기 위주의 교육과 재학기간 교내미전을 포함한 다양한 전시, 발표회, 특강, 사생대회, 현장교육의 기회가 주어진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http://www.chugye.ac.kr)입학정보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