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성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내분비학 전임, 인제대 백병원 산부인과 외래 조교수 역임) 수많은 사람이 사랑을 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서…. 하지만 자신보다 남을 더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인생의 어느 순간엔 나보다 더 사랑할 사람이 나타나서 평생 나보다 더 사랑하면서 살고 싶고, 혹은 그렇게도 해보지만 진실로 평생 자신보다 남을 더 사랑하는 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아예 어떤 사람은 인생의 한 순간도 남을 나보다 더 사랑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혹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화나 소설의 주제로 순수한(?) 혹은 목숨 거는 사랑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랑을 동경하거나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순수한 사랑을 주제로 만든 드라마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것을 본적이 없다. 대리만족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감동을 줄 뿐 아니라 카타르시스까지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거의 현실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에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이다. 동경하고, 간절히 바라지만, 절대로 실현 불가능하다. 모두들 그런 상대가 없어서, 그런 사랑을 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변명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는 자신이 이기적이어서 그런 사랑을 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타적이라고 하는 사랑도 결국은 가장 이기적인 행동인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랑을 바라기 때문에 먼저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준 사랑보다 더 많이 받을 것이라는 그런 보장이 있다면 누구나 먼저 사랑을 줄 것이다. 손익 계산 하는 사람은 사랑할 기회도 잃어 몸은 늙어가도 시간은 결코 기다려주지 않아 그러나 내가 먼저 사랑을 줬는데도 돌아오는 것이 하나도 없거나, 내가 준 것보다 적게 받게 되면 사람들은 화가 나고 손해 본 느낌 때문에 마음에 앙금이 생기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너무나 손익 계산을 잘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나 이기적인 사람은 아예 사랑을 시작조차 안 하기도 한다. 나의 자존심이 다칠까봐, 아예 손해 보는 일을 하게 될까봐 안 주고 안 받는 것이다. 혹은 사랑을 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을 못 만났기 때문이라고 얘기를 하기도 한다. 결혼은 콩깍지가 씌어서 하기도 하고, 결혼 적령기에 만난 사람이랑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혼을 했다고 목숨을 거는 것은 아니다. 목숨 거는 사람과 결혼해서 평생 사는 사람은 때론 축복이고, 때론 불행(?)일 수도 있다. 사랑이 점점 쇠퇴해 가는 것을 보게 되니까…. 어쨌든 뜨거운 것은 식게 마련이고, 그렇게 식다보면 언제 내가 사랑을 해 봤는지, 사랑을 꿈꾸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간다. 인간에게는 생로병사가 있다.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다. 사랑을 계속 기다리던 사람도 지치게 된다. 아무리 내가 잘난들, 언젠가 나도 자연의 일부로서 사라지게 된다. 화가 나서, 바빠서, 아직 여유가 없어서 혹은 자존심 때문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랑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면서 기능도 점점 약해진다. 그러다가 어느 날 성기능이 없어져 버리는 날이 온다. 결국 염라대왕에게 줄려고 그렇게도 내 몸을 아끼고, 사랑을 아낀 꼴이 되어 버린다. 여자들은 폐경기가 가까워오면서 후회를 한다. 나에게 물이 많던 시절, 성욕이 높던 시절에 왜 멋지게 사랑을 해 보지 않았을까? 젊고 예뻤던 시절에 왜 그리도 도도하게 행동했던가? 남편에게 왜 그리도 자존심을 세웠던가? 피곤하다는 이유로 왜 그렇게 뿌리쳤던가? 남자들은 발기가 안 되면 후회를 하기 시작한다. 왜 내가 좀 더 젊을 때 사랑을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왜 바쁘다고, 아직 돈을 더 벌어야 한다고, 권력을 더 잡아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내 몸을 일에만 혹사시켰을까? 왜 사랑하는 사람이 손짓을 했을 때 모른 척 했을까? 성기능이 부실해지거나 아예 없어질 때쯤에야 남자와 여자는 후회를 하기 시작한다. 부부싸움을 하면서 등을 돌리고 잔 날을 후회한다. 다 늙어빠진 다음에야 잃어버린 젊음과 놓친 사랑을 후회한다. 즉 아껴서 똥 된 꼴이 된다. 혼자서 맛있게 먹으려고 아꼈는데 바빠서 잠시 잊어버리고 있다가 생각이 나서 봤더니 이미 썩어 버린 사과나 고기처럼 이미 똥이 되어버린 음식인 것이다. 여성은 폐경기 올 때 남성은 발기 안 될 때 후회해 더 많이 주고 사랑해야 열정적인 사랑할 수 있어 후회가 앞서는 법은 드물다. 사랑도 젊음도 마찬가지다. 아꼈다가 똥 만들지 말고, 열심히 줄 일이다. 혼자 머리 쓰고, 혼자 도도한 척 해 봤자 결국 혼자 외롭다. 준만큼 못 받더라도, 손해 본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짠~하더라도, 자존심에 금이 조금 간 것 같아도, 일단 먼저 충분히 주자. 받을 것은 생각하지 말자. 계산은 하지 말자. 사랑에는 계산이 어울리지 않는다. 계산을 잘 하면 잘 할수록 사랑은 물 건너간다. 어수룩한 것처럼 보이고, 조금 손해 보는 것처럼 해야 사랑을 잘 할 수 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손해를 보자. 가장 이타적인 것이 가장 이기적인 것이다. 아껴서 똥 만든 사랑을 너무도 많이 봤다. 인간의 역사가 아마도 그런 후회의 역사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가슴에 후회와 절망을 안고 사라졌던 우리 선배들이 너무도 많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저 사랑한다고 말을 해 보자. 그리고 손해 보는 것 같지만 더 많이 줘 보자. 자존심이 상해도 먼저 손을 내밀어 보자. 오늘 당장 실천을 해 보라.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상대방의 마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