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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은행 노조의 최장기 총파업…무엇이 문제인가?

성과급제 도입과 고배당 ‘먹튀’ 논란으로 얼룩진 노사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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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5호 장슬기⁄ 2011.08.16 13:13:12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의 노동조합이 지난 6월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은행권 최장기 파업을 기록했다. 노조원 2900여명은 사측의 성과급제 도입에 반발하며 속초의 한 콘도에 모여 파업을 벌이고 있다. 몇 차례 노사 간의 교섭이 있었지만 서로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전부 결렬됐고, 심지어 사측에서 노조위원장을 고소하는 등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결국 SC제일은행의 일부 영업점은 노조의 파업이 끝날 때 까지 무기한 영업 정지에 들어갔고 이에 고객들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SC제일은행의 노사갈등. 무엇이 문제인가? 사측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노조와의 갈등이 빚어졌다. 성과급제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연봉제로, 말 그대로 ‘일 잘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급여를 주는 제도’다. 사측, 성과급제 도입 양보 못해 사측은 “성과급제 도입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권 최초로 성과급제 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노조의 반발은 거셌다. 노조 측은 “은행 경영이 어려울 때 고통을 함께한 직원들을 토사구팽 식으로 내모는 격”이라며 사측의 주장에 반발했다. 특히 SC제일은행 노사가 가장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기본급에 대한 차등 임금인상 적용 부분이다. 사측은 “성과가 저조한 일부 직원은 기본급의 임금인상률을 다른 직원보다 낮춰서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성과급이 아닌 기본급의 차등 인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재율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수정 협상안을 냈는데도 사측이 내년부터 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고집한다”며 “리차드 힐 은행장 등 경영진의 주장은 한치의 타협도 없는 일방노선”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노사갈등이 지속되자 사측에서는 협의안에 합의를 볼 경우 비정규직원 임금 4%, 정규직원 임금 2%를 인상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성과급제와 더불어 후선발령제도 및 명예퇴직제도에 대해서도 노사가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 타결의 길은 멀어져만 갔다. 노조 측은 △임금인상, 복지 등 임단협을 선 타결 지급 △공정한 성과보상제도와 후선발령제도 전직원 확대 △상시 명예퇴직제도 폐지 등은 2010년도 임단협이 끝난 후 별도기구 구성 논의 △후선발령제도 전직원 확대와 상시 명예퇴직제도 폐지 수용불가 입장을 주장했다. 그러나 사측은 성과급제와 더불어 상설 명퇴제도 폐지, 후순위 발령제 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어 노조와의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리처드 힐 은행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성과급제 도입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노사의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먹튀’ 의혹 SC제일은행의 대주주로 있는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먹튀 논란’도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2005년 뉴브리지캐피털은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에 제일은행을 1조6000억원에 매각해 무려 1조1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제일은행은 SC제일은행으로 바뀌었고, 스탠다드차타드 서울지점과 완전히 합병하면서 SWIFT(국제은행간 통신협정) 코드도 스탠다드차타드로 바뀌었다. 이러한 스탠다드차타드가 SC제일은행에 투자는 잘 하지 않고 오히려 자산을 팔아 고배당을 남기는 ‘먹튀’를 일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조 측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2009~2010년 각각 4300억 원과 322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는데도 400여개의 영업점 중 27개를 정리하고 엄청난 고배당을 남겼다. 특히 SC제일은행은 2009년 순익 4300억 원 가운데 2500억 원을 배당해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58%에 이르렀다. 2010년에는 32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순익이 줄었지만 배당성향은 62%로 높아지면서 스탠다드차타드가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러한 ‘먹튀 논란’에 리차드 힐 행장은 “스탠다드차타드는 SC제일은행을 키우는 쪽으로 투자 전략을 세웠다”며 “인수 당시 제일은행은 유동인구가 적고 외진 곳에 영업점이 많아 대대적 투자를 통해 27개 지점을 폐쇄하고 74개 지점을 개설했다. 이는 업무 용도로 부적합한 자산을 매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매각 수익은 한국에 재투자했다”며 “2006년 인수 이후 5년 동안 5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를 투자했고 정보기술(IT) 부문에도 5년간 5억 달러(약 5500억 원)를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측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제와 ‘먹튀 논란’에 대한 노사 간의 대립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노조의 파업은 장기전에 돌입했고 몇 차례 교섭 결렬로 인해 노조 측은 “더 이상의 교섭은 없을 것”이라는 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사 싸움에 고객만 불편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일부 영업점의 영업 정지와 파업에 대한 불안감이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은 현재 노조의 파업으로 영업점 43개를 일시적으로 운영 중지한 상태며, 통합영업점과 일반 영업점으로 나누어 업무를 분산-운영하고 있다. 일반 영업점에서는 입출금 거래 등의 단순 업무만 취급하고, 대출 상담이나 신규 거래 등은 통합영업점에서만 취급하고 있어 고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전 직원 6500명 가운데 노조원 2800여명이 강원도 속초에서 파업 중에 있기 때문에 나머지 인력으로 정상 영업을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이에 창구에는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 행원이 배치되는 등 인력난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영업 효율성도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영업점의 영업 정지로 인해 사측에서는 고객들에게 이동 불편에 따른 택시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고객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한 고객은 “집 근처 영업점에서 취급하지 않는 업무가 있어 다른 지점으로 이동했다”며 “은행을 다녀오는 데만 한 시간 가까이 소요됐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이처럼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SC제일은행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업계에서는 파업 해결을 촉구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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