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5호 이어진⁄ 2011.08.16 13:16:36
LG유플러스가 지난 2일 데이터망이 먹통이 되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원인은 트래픽 증폭이었다. 특정 사이트에 몰리는 트래픽을 감당할 수 없어서 벌어진 일이었다. 업계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고 뿔 난 소비자들의 불만은 온라인에 폭주했다. 한편 LG유플러스의 데이터망 먹통 사태는 다른 곳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망 중립성 문제다. LG유플러스의 데이터망 먹통 사태가 트래픽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인터넷을 통한 트래픽은 사용자든 기업이든 동등하게 취급받아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과 너무 과도한 트래픽을 일으키는 인터넷 업체에는 그만큼의 요금을 물리는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는 통신사들의 주장이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인터넷 망을 이용하는 데이터의 내용이나, 유형, 사업자나 휴대폰 등 모든 주체에 대해 그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하며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 차별과 상호접속성, 접근성 등 3개의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돼야하는 것이 조건이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망 중립성을 예를 들어 보면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들의 경우는 페이지 뷰를 높이기 위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로 인한 데이터 트래픽 증폭이 일어나더라도 사용자가 이미 인터넷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포털사가 통신사에게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반 인터넷 사이트 뿐 아니라 네이트온, MSN메신저, 스카이프, 카카오톡 등도 마찬가지다. 이를 활용해서 데이터 트래픽이 증폭돼 통신사들이 설비 투자 증대를 해야 하더라도 통신사들이 네이트온 등을 서비스하는 기업에게 비용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망 중립성 논란은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초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된 문제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이 문제가 보다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트래픽 수준이 미비했던 터라 크게 문제시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가입자가 1500만 명을 넘어서고 초 고화질의 대용량 동영상 파일들이 인터넷 상에 유포되기 시작하면서 데이터 트래픽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있는 통신사들의 부담이 가중돼 논의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카카오톡과 다음의 마이피플 등 무료 메시지를 사용할 수 있는 앱들이 다수 등장해 한 달에도 수억건 이상의 문자가 오가고 있다. 데이터 통신이 자유로워지면서 인터넷의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는 앱들이 등장하고 있어 통신사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포털사인 네이버가 프로야구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생중계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망 부하가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늘어나는 통신 트래픽 통신사들은 고화질 동영상 시청이 가능한 스마트TV가 트래픽 증폭을 유발하고 있다고 보고 대응방안에 나서고 있다. 통신사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과 소니 등 스마트TV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명의로 공문을 보내 스마트TV로 인한 데이터 폭증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인터넷 사용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해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통신업체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TV가 고화질의 동영상 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까닭에 다른 망 사용자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대용량의 트래픽을 유발한다”며 “제조업체에 망 투자비를 분담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 것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사들은 이 문제를 두고 제조업체들과의 협상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스마트TV에 회선을 연결해주던 것을 중단할 방침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난 6월 스마트TV 제조업체들과 모임을 갖고 망 비용 부담에 대해 논의했지만 해결책이 나오지 못한 것”이라며 “제조업체들이 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경우 데이터 트래픽 폭증을 막기 위해 스마트TV 가입자 선로 설치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TV의 트래픽 폭증으로 인한 통신사들의 부담 가중은 이미 연구기관에서도 나온 바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3년까지 스마트TV 보급대수가 올해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할 것이며 트래픽 발생량도 4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통사, 트래픽 증가에 ‘골머리’ 이동통신사들은 데이터 트래픽 증폭이 더욱 골칫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에서 터진 데이터망 먹통 사태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LG유플러스의 2일 데이터망 먹통 사태는 데이터 트래픽 증폭으로 일어난 결과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평소에 트래픽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이트에 다량의 데이터 트래픽이 폭주해 무선 인터넷 트래픽을 수용할 수 있는 기지국 등 관련 장비들이 과부하로 인해 먹통이 됐다. 평소에 20~30만 착신시도를 기록하는 사이트지만 평소 보다 5배 이상 급증한 140~150만 트래픽을 기록해 관련 장비들에게 과부하가 걸려 데이터 먹통 사태를 유발시켰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가입자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약관에 명시된 보상비에서 3배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마저도 신청을 해야 하는 불편이 있어 사용자들의 비판을 면치 못했다. 데이터 트래픽이 폭주했을 경우 관리와 대응을 잘 못한 LG유플러스측의 책임이 크지만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 스마트폰 가입자의 증가로 무선 데이터 트래픽에 대한 이통사의 부담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도 ‘한 몫’ 국내 이동통신 트래픽 증가는 업계의 ‘화두’였다. 지난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면서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지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가입자가 1500만 명을 넘어섰고 데이터 트래픽은 30배 이상 급증했다. 올 3월을 기준으로 스마트폰 가입자수는 전체 가입자의 20%에 불과하지만 스마트폰 트래픽은 이동통신망 전체 트래픽의 95%를 차지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더군다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가입자수도 스마트폰 사용자 중 절반 수준을 기록하면서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시키는 동영상 앱을 다운받아 사용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늘어났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보급 확대 및 이통사들의 N스크린 서비스들이 본격화되면 무선 데이터 트래픽은 더욱 폭발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올 연말 데이터 트래픽 용량이 한계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 상태다. 또한 포털사 등에서는 프로야구 등의 스포츠 경기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는 ‘모바일 프로야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동시접속자 수만 해도 2만명이 넘어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트래픽의 경우 1경기를 보는데 약 750MB 정도의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데이터 트래픽에 대한 시름이 오죽했으면 KT의 이석채 회장은 “네트워크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망이 수용할 수 있는 트래픽이 순식간에 채워진다. 사용자와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업체가 발생시키는 과도한 데이터 트래픽을 통신사가 혼자 해결하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인터넷업체, “통신사에 종속될 우려” 이런 통신사들의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인터넷 망 투자비용과 유지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4세대 이동통신 등 망 고도화에 투자해야하는 비용들도 상당해 이통사들의 유지 관리 비용과 망고도화 비용을 모두 합치면 약 7조원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통신망을 가지고 있는 통신사업자들이 망 과부하를 일으킬 수 있는 콘텐츠 서비스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디까지나 통신사들의 입장일 뿐 통신망을 이용해 콘텐츠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 기업들은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통신망이라는 막강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통신사업자가 데이터 트래픽 증폭이라는 이유로 망 중립성 원칙에서 일부 예외를 둘 경우 콘텐츠 업체들이 통신사업자들의 입김에서 자유롭게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들에게도 서비스의 폭이 제한될 수 있어 악재이며 인터넷산업이 지닌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달 27일 다음, 구글코리아, NHN, 판도라TV 등 7개의 인터넷 기업과 인터넷 기업 협회, 인터넷 콘텐츠 협회는 망 중립 원칙 확립과 공동 대응을 위해 ‘오픈인터넷 협의회(OIA)'를 오는 9월 출범키로 하고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협의회는 “국내에서 망 중립성 정책 논의가 이용자 권리나 전체 인터넷 산업에 미칠 영향보다는 통신사업자 위주로 전개된다는 우려가 대두돼 공동 대응에 나서게 됐다”며 “국내서는 통신사들이 트래픽 급증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뒤로 미룬 채 망 정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망 중립 원칙을 실질적으로 폐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이용자들의 선택권이 위협받고 있으며 인터넷 기업 환경은 트래픽 차단 및 추가 과금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활기를 잃게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들의 스마트 기기 등을 위한 서비스를 통해 트래픽을 유발한다 할지라도 통신사들의 경우에 오히려 반길 일이라는 것이다. 현재 통신사들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데 가입자 유치에 필수적인 요소는 다름 아닌 콘텐츠 서비스라는 주장이다. 인터넷업체들은 협의회 구성을 계기로 각계 전문가 및 이용자들에게 '망중립 원칙' 확립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올바른 망 중립 원칙을 반영하는 정책수립 및 입법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넷 업체들의 이 같은 반응은 지난 5월 있었던 ‘망 중립성 포럼’의 토론회에서도 터져 나왔다. 구글코리아 정재훈 변호사는 토론회에서 〃망을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통제하지 않는 것이 인터넷의 논리인데, 인터넷의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망 중립성 논의에서 한쪽 편을 들어줄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며 〃통신사는 망을 개방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인터넷 개방이 사업자 모두가 '윈윈'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NHN 한종호 이사는 〃망 중립성의 원칙과 망부하 문제는 별개의 사안으로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며 〃소수 사업자의 통신망 독점 구조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투명성과 차단 금지, 불합리한 차별 금지라는 망 중립성 3대 원칙을 법제화해 인터넷 산업의 개방성과 혁신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방통위, 올해 안에 ‘망 중립성’ 정책 마련 이 같은 망 중립성 논란에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올 해 안으로 망 중립성과 관련된 정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5월 학계와 업계, 전문연구위원 등 총 24명으로 구성된 ‘망 중립성 포럼’을 구성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광범위한 정책 자문을 구해 업계 간의 의견 충돌이 일고 있는 망 중립성 논란을 종식시킬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