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거절이 날로 지능화 되고 있다. 자사의 고객으로 끌어들여 매달 보험료를 챙길 때는 ‘갑’의 대우를 해주지만, 막상 사고가 발생해 보험금을 청구하면 한 순간에 ‘을’의 입장으로 변하게 만든다. 특히 일부 보험사들은 보험사기특별전단팀(SIU)을 동원하거나 손해사정회사를 개입시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가능한 한 적게 주려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매달 빠듯한 살림에서 쪼개고 쪼개서 보험금을 납입해온 고객들만 피해를 보게 되는 결과가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보험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책은 없는지 실제 발생한 사례를 통해 알아봤다. 고객 1 “저는 직업이 변호사입니다. 이번에 허리디스크로 입원했는데요. 잘 부탁합니다.” A 보험사 직원 “00일까지 치료비와 보험금이 지급될 예정입니다. 애로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고객 2 “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상인입니다. 허리 디스크로 입원했는데요. 잘 부탁합니다.” A 보험사 SIU 직원 “확인 결과 과거에 같은 병명으로 치료받으신 적이 있으시더군요.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금 지급은 힘들 것 같으니 일정 비율 안에서 합의하시는게 좋으실 것 같습니다. 물론 합의금을 받으시면 계약은 자동 취소됩니다.”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절 횡포가 기승을 부리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위 사례는 실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법을 모르는 소비자들만 보험사의 봉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보험사에 문의해 알아본 결과 손보사의 SIU 직원들은 약 200여명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SIU 부서의 경우 해지 전담팀과 보상팀, 법무팀과 보상업무팀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SIU 직원이 가장 많은 곳은 현대해상으로 무려 51명이다. 현대해상 측은 이 가운데 경찰 출신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회피했지만 “상당수”라고 밝혔다. 이어 LIG손해보험 25명(경찰 출신 19명), 한화손해보험 25명(경찰 출신 20명), 동부화재 22명, 흥국화재 16명(경찰 출신 10명), 메리츠화재 16명(경찰 출신 12명), 악사다이렉트 13명, 더케이손보 7명(경찰 출신 4명) 등이다. 또 삼성화재는 지난 해 조직개편을 하면서 SIU 부서를 보험조사 파트로 변경했다. 현재 인원은 13명으로 업무는 SIU 부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SIU란 일명 보험계의 경찰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보험사기를 노리는 고객을 막기 위해 보험사 자체적으로 부서를 만들었는데 실제로 보험사기 예방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대부분 전직 경찰들이 80% 이상에 달하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인맥관계가 상당하다고 내부 관계자는 털어놨다. 특히 일부 보험사 SIU 직원들 중에는 전직 경찰관이지만 각종 비리 혐의로 물러난 인물들도 상당하다는 것. 보험사들이 보험 지급 거절에 가장 열을 올리는 고객은 허리디스크나 고혈압, 관절염 등 16대 질병과 장애 등이다. 이들의 경우 장기 입원 환자들이 많고 지불해야 할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불법행위는 서류위조다. 먼저 사전에 아프다는 내용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은 이른바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해약을 유도하거나 아예 고객이 가입한 서류에 현재 고객이 발생한 병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 예컨대, A 환자의 경우 결핵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지급하는 약을 먹을 경우 대부분 악성간염이 발생하게 된다. 결핵치료제가 워낙 독하기 때문에 고객의 경우 약을 과다 복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간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또 악성간염 약을 추가로 먹게 되면 십이지장으로 퍼지고 결국 만성으로 약 중독이 되는 형식이다. 결국 A 환자의 경우 장기 입원이 불가피하게 되고 보험사에서는 장기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이처럼 보험금 지급이 높거나 큰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치졸한 수법으로 보험해지를 유도하는 형식이다. A손사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치졸한 방식으로 사실상 강제해약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현재 내부 자료를 보면 삼성화재와 LIG손보, 한화손보, 현대해상 등이 가장 많다”고 지적했다. 만약 다양한 방법에도 해약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 금감원의 중재 없이 경찰에 고발한다. 특히 대부분의 SIU 직원들이 형사 출신이기 때문에 인맥이 두터운 관할 지역에 고발해 고객을 압박하는 방식이다. B 손해사정 관계자는 “A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인데 뜬금없이 B 혹은 C지역 경찰서에서 소환장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이런 사례가 발생한다면 99% SIU 직원과 해당 경찰서의 유대관계가 있다고 보면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들 가운데 불법 오락실과 유흥주점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물러난 직원들을 많이 알고 있다”며 “전체 직원들의 수치를 꼽을 수 없지만 이러한 직원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보험사와 계약을 연계한 손해사정법인 역시 이러한 사례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보험금 지급이 높은 고객들을 해지 할 때 마다 건당 3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금을 받게 해줄테니 일부 금액은 나에게 달라며 은밀한 제안을 하는가 하면 일부로 악의적인 보고를 해 수당을 더 받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서도 피해사례 급증 문제는 이러한 횡포가 서울뿐만아니라 지방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지역 법원을 통해 손해보험사들의 형사고발건수를 분석한 결과 현대해상이 무려 180건으로 가장 높았고 동부화재해상보험(40건), 삼성화재(27건), 그린손보(18건), 롯데손보(15건), LIG손해보험(14건), 흥국화재(11건) 등으로 나타났다.
대구지역 한 손사는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해 갑자기 경찰에 고발해 피해를 호소하는 고객들이 올 들어 크게 늘어났다”며 “더 큰 문제는 이들의 편법과 불법행위가 더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들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미 금감원의 조정을 벗어나 형사들과 연계해 사법적 테두리까지 뼛속깊이 들어가 있어 말 그대로 법의 위에서도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권 관계자는 “판사들조차 너무나 잦은 보험사들의 분쟁을 지겨워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그런데도 법적으로도 당장 이들을 막을 수 있는 조치는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일부 판사는 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판결까지 가는 보험사에 대해 판결거부를 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법적 테두리안에서 법원 종사자들조차 좌지우지하는 마당에 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고객들은 피해를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병원들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도 문제지만, 여기와 손을 잡고 자문위원을 서는 병원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일제히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연맹은 최근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받는 과정에서 환자를 보지도 않은 채 자문 의사 소견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자문의사가 누군지도 밝히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지적에도 보험사들의 개선 여부는 사실상 불투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보험사들이 손해사정, 경찰, 병원 등 사실상 고객이 도움을 받아야 하는 기관에 모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보험사의 횡포에 맞서 고객 입장에서 법적 싸움을 하고 있는 사정법인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고객들은 여기에 대한 정보가 미미한 실정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만3세 미만 아이들에게는 사법적이나 법적분쟁 등을 회피한다는 사실이다. 어린아이라서 보험사들이 도덕적 양심을 지키는 것은 물론 아니다. 만약 아이에 대해 보험사가 일부러 분쟁을 일으킬 경우 부모와 가족들이 목숨을 걸고 맞서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A화재가 3세 아이의 심한 질병에 대해 큰 병이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아이가 사망에 이른 사건이 있었다. 보험사는 끝까지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으며 다툼은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오랜 기간 법적 다툼에서 법원은 피보험자의 손을 들어줬지만 해당 보험사는 이마저 묵살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보험사의 횡포를 참지 못하고 아이까지 잃은 참담한 부모는 수년간 마찰을 빚어온 A화재 사건분쟁 담당자를 칼로 찔렀고 이는 범죄 사건으로 확대됐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멀쩡한 사람을 한 순간에 범죄인으로 만든 이 사건 이후 보험사 직원들은 만3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해서는 가급적 분쟁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어린아이들과 분쟁이 커지면 부모나 가족이 생사를 걸고 매달리기 때문에 보험사 직원들도 이를 본능적으로 알고 대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녹취·서면 이용하고 전문가 도움 받아야 그렇다면 일반 고객들은 보험사의 횡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대부분 전문가들은 보험사와 소송까지 이어질 경우 피보험자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또 현실적으로 개인들이 보험사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 피보험자의 상태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에 대해 보험약관을 면밀히 살펴보고, 애매모호한 내용이 있다면 전문가를 통해 명확한 해석을 받는 것이 좋다. 또 혼자 해결하는 것보다는 금감원이나 사회단체 등에 민원을 넣고 구제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만약 피보험자가 큰 병에 걸려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법적분쟁까지 갈 정도라면 가족들이 전면전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피보험자는 물론 가족들 역시 보험사 직원을 병원 및 다른 공간에서 만날 경우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예컨대 대부분의 보험사 SIU 직원의 경우 고객과의 보험금 지급여부가 합의되지 않을 경우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보험업계 사건분쟁 분야의 한 관계자는 “일반 직원이나 SIU직원들이 고객과의 합의 문제가 엇갈릴 경우 ‘당신을 구속시키겠다. 이런 식이면 서로 곤란하다’라며 반말과 막말을 퍼붓다가 막상 법원 안에서는 ‘고객님(혹은 어르신) 왜 이러시나요?’라는 식으로 말투와 행동이 완전히 달라진다”면서 “보험사 직원들의 이런 행태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협박 내용을 녹음할 경우 법정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개인과의 일대일 만남에서도 사전에 녹음을 하겠다고 하면 보험사 직원도 폭언이나 협박 등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사 보험사 직원이 구속하겠다는 식의 협박을 해도 결코 겁을 먹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들은 단순히 보험사 직원이기 때문에 사법적인 권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한다면 여기에 따른 이유와 타당성을 서면으로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미 전문적으로 고객응대를 해 온 보험 직원과의 마찰이 때로는 고객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횡포가 커질수록 냉정하게 대처하며 말을 적게 하고 가급적 서면이나 증거를 남길 수 있는 팩스, 이메일 등으로 관련 내용을 통보받고 처리하는 것이 유리한 셈이다. 요양급여명세서를 미리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요양급여 명세서는 일반적으로 본인 외에는 사실상 발급이 되지 않는다. 보험권 관계자는 “요양급여명세서는 그동안 개인이 병원이나 약국 등에서 입원 및 치료, 약 구입 등 모든 내용이 기록된 서류”라며 “심지어 가족들이 구입한 약이 자신의 요양급여명세서에 기록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이를 불법적으로 발급받아 큰 병에 걸릴 경우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다. 최근 16대 질병에 걸린 고객이 만약 수년이나 수 십여 년 전에 이와 비슷한 병명으로 약을 구입했는데 보험사들이 요양급여명세서를 통해 고지의무 위반이라며 강제해약을 유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이 관계자는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법적공방으로 이어질 때는 요양급여명세서를 발급 받아 그동안의 과거 진료를 확인해 대응해 나가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진단서나 소견서 등을 발급받을 병원의 선택이다. 개인병원은 물론 대형병원 의사들까지 보험사의 자문위원이나 연계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피보험자의 몸을 진단해주는 병원을 사전에 알아봐야 한다. 보험권 관계자는 “보험사 직원이 알려준 병원은 대부분 해당 보험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곳이 많다”면서 “보다 객관적이고 명확한 진찰을 해주는 병원을 사전에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상금액이 클 경우 손해사정법인이나 변호사를 통해 도움을 요청 구제받는 방식도 있다. 보험권 관계자는 “보험사 직원들이 전문적인 용어를 구사하거나 고객의 반응을 보고 지급 받을 수 있는 보험금액을 천차만별 깎아 내린다”면서 “자신의 상태와 보험약관 내용의 근거가 어떤지 여부를 자세하게 알아야 대처해 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