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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회 교수의 sexology]여성의 오르가슴, 스스로 공부해라

남성 탓만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조화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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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8호 박현준⁄ 2011.09.05 10:47:20

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대한성학회 초대회장 절정감 또는 극치감이라고도 하는 오르가슴은 남녀를 막론하고 ‘자연이 준 가장 놀라운 선물’, 또는 ‘인간에게 있어서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독특한 ‘쾌'의 감각이다. 1960년대 미국의 유명한 성 학자인 마스터즈는 “여자들은 오르가슴을 마치 어디엔가 매달렸다가 순간적으로 풀려나는 듯한 전신적 감각을 느끼면서, 음핵을 중심으로 시작해 빠르게 모든 골반 부위로 퍼져나가는 강한 쾌감을 느낀다”고 표현한다. 국소적으로는 “자신의 성기 부위가 따뜻해지면서 마치 감전돼 약간 떨리는 듯하다가 온 몸으로 퍼지는 것처럼 느끼며, 이어 자신의 질과 골반 부위의 근육이 의지와 관계없이 일정한 간격으로 수축하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한국 여성들도 많다. 남성의 오르가슴은 그 정체가 매우 뚜렷하며,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오르가슴에 대한 확신이 있다. 사정이 일어나며 극도의 쾌감을 느끼고 나면 갑자기 긴장감이 풀어지고 회의감이 오며 발기가 소실돼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본인은 물론 파트너마저 이를 인지하는데 큰 어려움이 거의 없다. 여성의 오르가슴은 남성보다 베일에 싸여 있어 성 관련 연구가 남성 위주로 이뤄진 탓 육체 뿐 아니라 심리적-영적으로 오르가슴 느끼기도 그러나 여자의 오르가슴은 실은 남성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 또는 의식의 변화에 있어서 큼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처럼 아직도 그 정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성에 관해서 이뤄진 대부분의 연구나 조사들이 남자들 위주로 돼 있었고, 여성의 성 반응 또한 마치 남자의 그것과 흡사하리라는 오해 속에 연구가 이뤄져 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르가슴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는데, 그 하나가 우리가 잘 아는 육체적인 오르가슴이며, 두 번째는 심리적인 오르가슴이다. 심리적인 오르가슴은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며, 존경하거나 신뢰하거나 사랑할 때 가슴 깊이 들어차는 좋은 감정적 느낌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스승이거나 연예인이거나 매우 존경하는 남자나 환상 속에서만 그리던 대상이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을 사랑한다”며 와서 포옹을 한다면 느낄 수 있는 것 같은 희열이다. 세 번째 영적인 오르가슴은 매우 드문 경우이지만 자신의 삶의 참 의미를 발견하는 경우로 이때는 밖에서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 같은 순간을 갖게 된다고도 한다. 어떤 경지인지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종교적 희열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이 극치감을 느낄 때는 자기의 의지와 관계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약간의 ‘의식의 변질’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중세 유럽에서는 이때 하는 언행을 마귀가 하는 것이라고도 했으며, “오르가슴 전후 한 시간 사이에 일어난 모든 약속은 법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무효다”라는 말까지도 했다. “섹스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가능케 한다”라는 말도 이 의식 변질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신비에만 쌓여 있던 오르가슴의 생리가 최근 뇌의 자기공명영상(fMRI)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그 정체가 조금씩 벗겨지고 있는데, 놀랍게도 우리의 사고와 판단을 지배하는 뇌의 전두엽 부위의 산소결핍과 관계가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하면 뇌의 앞부분에 있던 혈액이 갑자기 뒤 쪽 특히 여자의 경우, 운동을 지배하는 소뇌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오르가슴 때 순간적으로 자기를 잊어버리게 만드는데, 심한 경우 남편과의 관계 도중 옛 애인의 이름이 입에서 튀어나오기도 하는 등 말이나 행동 그리고 평소에는 거의 쓰지 않던 근육까지 동원하면서 긴장하는 현상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섹스는 오르가슴을 얻기에 가장 쉬운 방법일 뿐 그 외의 방법으로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육체적 오르가슴도 때로는 양치질 같은 엉뚱한 행위 중에서도 일어나며 롤러 코스트를 타거나 번지 점프 중에 심지어는 목매어 자살을 시도하다가도 비슷한 쾌감을 얻기도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잠깐 죽었다가 살아난’ 즉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 중 오르가슴과 유사한 황홀한 감각을 느꼈다고 증언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서양 사람들이 예로부터 오르가슴을 ‘작은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작 오르가슴 모르는 여성들 많아 오르가슴은 강한 긴장에서 해방되는 ‘전신의 재채기’ 압박감은 오르가슴 달아나게 해 오르가슴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여성들도 의외로 많다. 대부분 성 지식이 부족한 소치이다. 이 감각은 매우 특이해서 우리 몸의 다른 어떤 감각과도 비견할 수 없지만, 굳이 비슷한 감각을 찾는다면 ‘재채기’일 것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오르가슴을 ‘전신의 재채기’라고도 부른다. 여하튼 강한 긴장으로부터 급격히 해방되는 감각이다. 인도의 성학자인 코타리는 “오르가슴은 인간이 육체를 통해 얻는 감각 중에 가장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상태로 그 판정은 뇌가 한다”고 했지만 오르가슴이 가져다주는 감각은 마치 아픈 감각, 가려운 감각, 뜨거운 감각 등에 못지않게 육체적인 것은 사실이다. 친밀감이나 행복감은 그 다음 뇌가 판단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오르가슴 때 골반부위에서 일어나는 반사현상들을 그저 해프닝 정도로 폄하하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질 내에 약 3cm 폭으로 양쪽에서 둘러싸고 있는 치골미골근, 즉 우리말로 불두덩꼬리힘살이라는 근육의 강한 수축이 0.8초 간격으로 몇 번에 걸쳐 일어나는데 이런 근육의 수축을 느끼지 못했다면 엄밀히 얘기해서 오르가슴이라고 할 수 없다. 이 근육은 소변을 참을 때 수축시키는 근육이므로 알기 쉽다. 물론 음핵으로부터 오는 오르가슴이 다르고 질로부터 오는 오르가슴이 다른 것일 수는 없다. 여성의 오르가슴의 주체는 결코 질이 아니고 클리토리스이다. 질은 그저 바람 빠진 풍선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도 그리 틀리지 않는다. 또 성교 시에도 꼭 음핵이 자극이 돼야 오르가슴에 이른다고 생각하는 성 학자들도 있어 그런 체위를 권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매우 불편하거나 불가능한 자세일 뿐이다. 여성의 음핵은 성적으로 흥분됐을 때 오히려 후상방으로 밀려 올라가서 직접 자극에 노출되지 않게 돼 있다. 이 때 음핵은 오히려 소음순에 의해 간접적으로 자극을 받게 된다. 오르가슴이 없었다고 성의 즐거움을 못 느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여성은 오르가슴을 느끼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에 있어서 오르가슴 없이도 성교행위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오르가슴 장애는 성교 때 적절한 자극이 부족해서인 경우가 제일 많은데 특히 남편의 조루, 전희 부족 등 기교적인 문제들이 원인이다. 많은 여성들이 남편의 계속되는 애무에도 불구하고 절정기에 도달하지 못하면 미안해하기도 하고 또 압박감을 느껴 억지로 해보려고 혈압을 높이기도 하지만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 성은 정상을 목표로 하는 등산과 같은 것이 아니라 육체적 접촉에 의해서 사랑을 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다 말았다고 생각하는 성도 훌륭한 성이며, 많은 경우의 성표현은 그렇게 끝나고 있다. 단순히 삽입성교만으로 오르가슴을 얻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이를 가장 쉽게 얻는 방법은 자위이다. 따라서 남편 탓만 하지 말고 둘이 같이 조화롭게 노력해 볼 일이다. 21세기 여성들은 우선 자기 몸부터 공부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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