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박물관을 창조한다는 아이디어가 무척 마음에 든다. 이 차는 내 꿈의 완성이다.” 지난 1986년 미국 팝아티스트 로버트 라우센버그가 BMW 아트카 컬렉션 중 하나인 ‘BMW 635CSi’를 제작한 뒤 했던 말이다. 라우센버그의 전언대로, 아트카는 움직이는 박물관이자 도로에 나온 갤러리를 지향한다. 자동차 업체들은 아트카 작업을 통해 ‘미술작품의 대중화’를 강조하고 있다. 미술품이 단순히 실내벽에 걸린 채로 특정 계층에게만 모습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대중들이 포진돼 있는 세상 속으로 뛰어들길 원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아트카들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 대부분이 전시용 작품들로, 상상력과 디자인 혁신을 꾀하고자 기획됐다. 그러니 아트카가 아무리 ‘움직이는 아름다움’이라는 컨셉에 초점을 맞췄다고 해도, 실제로 해당 차량을 몰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 “드림카와 예술의 자극적인 만남”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드림카와 유명 미술작가의 만남에 열광하곤 한다. “스피드와 성능을 갖춘 최상의 스포츠카에 예술의 혼을 담았다”는 아트카의 메시지는 소비자들의 욕망과 판타지를 폭발시킨다. 박혜경 서울옥션 경매사는 이를 “매우 자극적인 협업”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이같은 아트카 제작을 지속적으로 진행함으로써 가장 성공적으로 이슈몰이를 해온 업체가 있다. 바로 국내 수입차 점유율 1위, BMW다. 지난 1일 ‘제프 쿤스 BMW 아트카 전시회’를 연 BMW는 벌써 17번째 아트카 작업을 진행했다. BMW코리아는 아트카 ‘M3 GT2’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며 ‘자동차와 예술의 공존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해준다’는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는 이날 전시회에서 “아트카를 자동차와 예술의 단순한 만남으로만 볼 수는 없다”며 “자동차는 한 사회의 정신과 문화를 반영하는 만큼, 창조적 혁신을 어떻게 선보일지에 대한 고민이 (아트카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옥션 경매사이자 에이트 인스티튜트를 운영하고 있는 박혜경 대표는 “(아트카는) 자동차의 본질적인 가치인 ‘소모품’을 넘어선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앤디 워홀이 디자인한 ‘M1’의 경우, 값어치가 한화 172억원에 달하는 등 업계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박 대표는 덧붙였다. 1979년 당시, 앤디 워홀은 자신이 제작한 M1에 대해 “나는 이 차를 너무도 사랑한다”며 “BMW 아트카는 예술 그 이상의 것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워홀은 디자인 외의 작업을 기술진에게 맡겼던 여타의 아트카 작가들과는 달리, 자신이 직접 자동차 본체에 채색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화제 몰이’ 아트카, 속속 등장 기아자동차도 몇 년 째 ‘쏘울’을 기반으로 한 아트카를 선보였다. 올해도 옵아트 작가인 카를로스 크루즈 디에즈의 작품을 입힌 ‘쏘울 GDI 옵아트카’가 공개됐다. 옵아트(Op-art)는 옵티컬 아트(Optical Art)의 약자로, 눈의 착시 현상을 이용해 리듬감 있고 입체적인 조형미를 느끼게 하는 시각 예술을 말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세계적인 디자인 아이콘으로 부상한 쏘울이 옵아트 거장인 카를로스 크루즈 디에즈와 만나 새로운 예술을 창조했다”며 “예술적 감성과 개성이 돋보이는 쏘울 GDI 옵아트카를 통해 디자인 기아(Design Kia)를 더욱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지난 2009년에도 앤디워홀의 작품을 입힌 쏘울을 선보였으며, 2008년에는 그래픽 디자이너 신정수씨가 고려청자의 상감기법을 응용한 도색기법으로 하늘, 땅, 불, 물결 등 자연을 형상화해 쏘울 아트카를 디자인했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부산국제모터쇼에서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코란도 C 아트카’를 선보였다. 이 아트카는 한국의 대표적인 팝 아티스트인 이동기 작가의 작품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코란도C 아트카를 접한 고객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며 “가족 단위로 구경 온 참가자들의 경우 더욱 그랬다. '아토마우스와 친구들' 등 친근감을 주는 캐릭터 그림이 외관에 프린팅 돼있었기 때문”고 설명했다. 아우디도 아트카 제작을 통해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지난해 6월 아우디는 현대미술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영국의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가 특별히 디자인한 ‘허스트 A1’을 팝가수 엘튼 존의 에이즈재단에 기부했다. A1 아트카는 당시 자선경매에서 42만 유로(약 6억3300만원)에 낙찰됐다. 당시 아우디는 A1의 출시를 앞두고 자선행사에 아트카를 먼저 선보이는 방식을 취했고, 이를 통해 아우디의 새로운 엔트리 모델이 등장했음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