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차 일색이었던 수입차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수입차 고객들의 주관심사에서 뒤로 밀려나있던 중·소형차가 올해 들어 활기를 띄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발표한 8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를 배기량별로 살펴보면 2000cc 미만 차량이 3561대가 판매되면서 전체 39.1%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2000~3000cc 미만 차량은 3201대(35.1%), 3000~4000cc 미만 차량은 1989대(21.8%), 4000cc 이상 차량은 4.0%(365대)로 조사되면서, ‘수입차는 3000cc 이상이 대세’라는 명제가 명백히 뒤집어졌다. 특히 한국닛산이 최근 국내 출시한 박스카 큐브의 판매량이 눈에 띈다. 배기량 1798cc의 큐브는 지난달 528대를 판매하며 전체 순위 5위로 점프했다. 그 직전 달인 7월에는 수입차들 가운데 16위를 기록했다는 점을 되짚어보면, 무려 11계단을 훌쩍 뛰어 넘어 버린 셈이 된다. 더군다나 큐브는 단일 모델로 수입차 베스트 셀링 순위 4위를 기록했다. 메르세데스-벤츠 E300 949대, BMW 520d 631대, BMW 528i 612의 뒤를 이어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에 오른 것이다. 현재 큐브는 예약 판매된 차량 수만 2000대로, 이 기세를 몰아 이달 말까지 목표 계약 대수를 2700대로 잡고 있다고 닛산 측은 전했다. 소형차 브랜드인 BMW 미니 또한 작년보다 대폭 상승한 판매율로 국내 시장에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미니 브랜드는 지난 8월까지 2965대를 판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1514대)의 약 2배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판매량(2220대)과 비교해 봐도 훨씬 웃도는 수치다. BMW 520d(1995cc)도 올해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해 판매대수도 1599로 적은 것은 아니지만, 올해 8월까지 판매량은 4028대로 확연한 판매 상승세를 보였다. 폭스바겐도 골프와 제타 등으로 이 같은 흐름에 가세했다. 골프 1.6 TDI 블루모션(1598cc)은 올해 8월까지 1023대, 골프 2.0 TDI(1968cc)는 1434대가 팔렸다. 자동차 트렌드는 고연비와 저배기량, 합리적 가격 자동차 업계는 ‘중·소형차 선호’ 현상이 결코 일시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배기량 3000cc의 대형차가 주를 이루던 수입차 시장이 뿌리부터 변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최상위층만 가질 수 있다는 이미지를 표상했던 수입차의 이미지가 최근 몇 년 동안 실용성과 경제성, 고연비 등의 트렌드와 함께 변화하는 추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옛날에는 수입차들 대부분이 일명 ‘사장님 차’로 라인업 돼있었다. 벤츠나 재규어 등 하이엔드급 차량의 수요가 절대적으로 많았다”면서 “하지만 최근 트렌드가 달라졌다. 지금 트렌드는 무조건 ‘크고 폼나는 차’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저배기량과 고연비, 실용성에 중점을 두고 차를 고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최상위층이 아닌 고객들도 ‘나도 수입차를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으며, 누구나 보편적으로 수입차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현재 수입차 시장은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바라보는 규모를 갖췄다. 그 가운데 새롭게 유입된 고객층이 20~30대 젊은이와 여성인 만큼 경제성과 실용성을 갖춘 ‘작고 강한 차’가 주목받게 된 측면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 시장에서 경차, 소형차, 준중형차 등 2000cc 미만의 차량이 주목받는다는 것은 큰 의미”라며 “합리적인 가격대로 실용성과 경제성을 갖춘 수입차가 많이 나오게 되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는 긍정적인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의 80%를 국내 완성차 업체가 쥐고 있는 국내 시장의 경우, 수입차 업체가 다양한 체급의 차량을 내줄수록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진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한 이같은 현상이 업계나 소비자, 양쪽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의 파이를 두고 합리적인 가격, 제품 다양성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서로 견제하며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는 그 혜택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도 “자동차 업체에서는 차량이 다양화되고 경쟁이 심화되는 것이 부담되는 측면도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출전 임박’ 수입 중·소형차들, 돌풍 일으킬까 이같은 흐름에 따라 수입차 브랜드들은 배기량 2000cc 미만 차량을 더욱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국내 시장에서도 소형차가 잘 팔릴 것이라는 계산이다. 한국도요타는 이미 1798㏄의 코롤라를 내놨다. 지난 4월 나카바야시 히사오 도요타 사장은 “코롤라는 국산차 아반떼, 쏘나타 보다는 수입 소형차와 경쟁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수입 소형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점치기도 했다. 벤츠도, 소형차를 내세운 저가 정책에 돌입했다. 하랄트 베렌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은 지난 2월, 세단에 집중했던 이전과 달리 낮은 가격대의 소형차를 더 많이 출시해 젊은 층에 어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마티아스 라즈닉 세일즈 & 마케팅 부사장이 소형차 출시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내년 하반기까지 준중형 차종을 출시하고 싶지만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소형차종 출시 계획도 있다. 그러나 내년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신형 C클래스(1796㏄)를 내놨다. 포드는 준중형 차량인 2012년형 올-뉴 포커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표준연비는 13.5㎞/ℓ로 여러 전동 장치 기술로 연료 효율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