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1호 김대희⁄ 2011.09.26 13:08:12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역. 사람이 많은 만큼 광고 효과가 높기 때문에 서로 자신을 알리려는 화려한 광고가 서로 앞 다퉈 눈길을 잡아끈다. 지하철역에 스크린도어 설치가 늘어나면서 상업적인 광고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지하철 1호선 용산역의 스크린도어를 보면서 당연하게 광고의 한 장면 인줄 알았던 화면이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스크린도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주)효천은 스크린갤러리를 통해 청년작가 000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청년작가들의 그림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지원한다며 스크린갤러리를 통해 이색적인 전시를 하고 있었다. ㈜효천(사장 김정학)은 수도권 광역전철 스크린도어(Platform Screen Door: PSD)를 제작·설치하는 민자사업자로서 국내 광역전철 스크린도어 광고매체사이다. 한 달에 기본 300여 만 원정도 하는 공간 서너 칸 정도를 미술작품으로 배치해 스크린갤러리로 운영하고 있다.
효천 측은 “올해 4월부터 스크린도어 광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미판매 물량을 비워놓기보다 젊은 청년작가를 알려보자는 차원으로 기획하게 됐다. 무엇보다 스크린도어가 화질이 좋아 미술 작품의 구도나 색감을 표현하기 적절한 매체라는 판단에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PSD는 지하철 승강장에서의 안전사고와 자살 방지를 주목적으로 5~6년 전부터 설치되기 시작해서 지금은 서울 수도권의 1~9호선, 분당선 등 대부분 노선에 설치되어 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매체는 승강장에서 대기하는 승객들이 3~8분 승차대기 시간 동안 눈에 잘 띄고 기다리면서 볼 수 있는 이유로 광고 노출 효과가 아주 높다. 이 때문에 남녀 직장인, 학생, 주부 등을 타깃으로 하는 광고매체로서의 효용가치를 높게 인정받고 있으며 지하철 관련 광고매체 중에서 소비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매체로 평가 받고 있다. 효천이 운영하는 스크린갤러리는 PSD 설치공사가 끝났지만 본격적인 매체판매 영업이 시작되지 않은 과도기적 상황을 보다 공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취지에서 기획됐다. PSD 설치공사가 끝나고 비어있는 광고 공간에 상업적 브랜드가 아닌 공익적 미술작품을 배치해 시민들에게 승차대기 시간에 미술작품 감상 기회를 제공하고, 미술을 전공하고 작품 활동도 하지만 전시 공간을 갖기 어려운 청년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주고자 한다.
전시되는 작가들은 홍익대, 국민대 등 미대 대학원생 30여 명의 작품을 추천 받아 지하철 승강장이라는 대중적 공간 특성에 부합되는 작품 위주로 선정했다. 효천의 광고영업이 본격화되어 비어있던 광고공간들이 차게 됨에 따라 현재는 용산역과 영등포역 2개 역사에 5개 정도의 스크린갤러리가 운영되고 있으며 함준서, 유진희, 김지현, 강봉승 등의 청년작가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 같은 스크린갤러리는 정작 갤러리라는 전시 공간의 틀에서 벗어나 지하철 승강장이라는 대중적인 공간을 통해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작은 여유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빡빡한 삶에 잠시나마 휴식을 주는 듯 했다. 아울러 스크린도어는 그림뿐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분야를 지원해주는 방법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미술과 관련한 각종 시상식의 수상작을 역 하나를 잡아 전시해주는 것도 지하철 승강장이 갤러리로서의 역할 그 이상을 충분히 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