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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아트페어(KIAF), 관람객 늘어도 작품 판매는 역부족

‘외제 선호’ 덕에 신난 외국 갤러리, 국내 갤러리는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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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2호 김대희⁄ 2011.10.04 11:40:13

국내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대표 격으로 손꼽히는 미술시장의 큰 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KIAF2011)가 9월 21일 시작해 6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6일 폐막했다. 한국화랑협회가 진행하는 이 행사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으며 17개국 192개 갤러리가 참가해 다양한 작품 5000여 점을 선보였다. 결과적으로 관람객 몰이에는 성공했지만 작품 판매나 전반적인 운영 면에서는 많은 미흡함을 드러낸 행사였다. 관람객 늘었지만 판매 증가는 ‘찔끔’ KIAF2011에는 방문객 8만여 명이 찾아 역대 최다 관람객 기록을 경신했다. KIAF 사무국에 따르면 관람객 증가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돼, 2009년 5만6000명에서 2010년 7만2000명으로 30%나 늘었고, 올해엔 다시 10% 증가해 8만여 명 관람을 기록했다. KIAF 사무국은 “올해 20대 관람객이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마케팅 강화와 올해 스폰서인 네이버의 온라인 홍보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폭발적 관람객 증가가 무색하게 전체 작품 판매액은 지난해(125억 원)보다 소폭 상승한 130억 원 가량에 그쳤다. 당초 화랑협회 표미선 회장이 예상한 전년 대비 판매액 30% 증가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숫자다. 표미선 회장은 개막날인 21일 인사말을 통해 “경기 침체 여파로 미술품 판매가 어렵지만 올해는 입장객이 작년 7만여 명에서 8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며 30% 증가된 작품 판매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판매 부진에 대해 KIAF 사무국은 “유럽발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았고, 미술품 양도소득세 부과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시장 탓”으로 내다봤다. 또한 최근 3년 연속 잇단 판매액 하강에서 다시 상승 기세를 보인 점과 젊은 작가들의 판매량 증가는 향후 미술 시장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사무국은 밝혔다. 판매액은 2009년 136억 원에서 2010년 125억 원으로 줄어든 바 있다.

참가 갤러리에 수익을 줄 수 있는 고액 작품 거래는 줄고 중저가 작품들만 주로 거래됐다는 점에서 2010년 행사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학고재 우찬규 대표는 “작년보다 입장객 수도 많아지고 중저가 작품도 많이 팔렸다. 하지만 작품 판매 숫자만 많았지 금액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며 “미술 인구가 늘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팔리는 작품만 팔렸고 고가 컬렉터들이 적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부대 프로그램 강화했다지만 “볼거리 없었다”? KIAF2011은 본 전시 외에도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으로 행사에 변화를 모색했다. 특히 학술 프로그램 및 VIP 프로그램을 강화했으며 주빈국 프로그램, 도슨트 프로그램, 키즈 인 키아프(KIDS in KIAF) 등을 진행했다. 무엇보다 올해 처음 선보인 아트 플래쉬(Art Flash)가 눈길을 끌었다. KIAF 사무국은 “작품의 질 및 다양성 측면에서 발전을 꾀하며 몇몇 유명 작가의 작품이 여러 갤러리에서 소개되기보다는 각 갤러리가 원로 및 중견 작가의 작품과 함께 신진작가들의 작품도 대거 선보였다”며 “컬렉터에게는 다양한 선택 기회를 제공하고 일반 관람객에게는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 미술계 관계자는 “행사 덩치는 날로 커지는데 사실 즐길 거리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며 “똑같은 모양의 부스 디자인과 장식 등 볼거리와 재미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내 갤러리의 부진은 안타깝지만 해외 갤러리가 큰 성과를 냈기에 앞으로 한국 내 행사에 해외 유명 갤러리를 참가시키기에 좋은 발판이 마련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열악한 지원·환경에 볼멘소리…협회는 뭐했나 17개 호주 갤러리가 참여한 주빈국 갤러리 코너에는 그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호주 작가들이 소개됐다. 잔 머피 갤러리(Jan Murphy Gallery)가 선보인 벤 퀼티(Ben Quilty) 작가의 작품이 프리뷰 당일 모두 매진되는 등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또한 독일의 사진 화랑은 전시 작품을 모두 판매하는 성과도 올렸다.

UNC갤러리 홍호진 대표는 “관람객 증가가 구매로 이어지지 않은 게 아쉽다”며 “해외 갤러리들이 가격이 만만치 않은 작품을 내놨는데도 잘 팔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컬렉터들이 한국 작품보다 외국 작품을 더 많이 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참가 갤러리를 위한 지원도 줄고 행사 홍보도 잘 안 된 것 같다. 겉은 화려하지만 내실이 턱없이 부족했다. 참가 갤러리에 대한 심사가 여전히 약한 탓도 있다. 결국 협회 배만 채우는 행사로 전락하는 듯하다”고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또 다른 갤러리 관계자는 “다양한 작가의 좋은 작품을 두루 볼 수 있다는 점이 아트페어의 장점이지만 돈을 들여 참가한 이상 손익 계산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며 “관람객이 늘어서 좋은 곳은 추최 측일뿐 갤러리들은 속만 앓다가 행사가 끝난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갤러리가 볼멘소리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내 대표적인 미술 장터로 많은 관람객이 찾는 만큼 갤러리 입장에서는 외면할 수 없는데 실속은 없으니 ‘한숨’만 나올 뿐이라는 설명이다. 올해는 관람객의 관람 매너 문제도 떠올랐다. 그만큼 협회의 관리가 안됐다는 얘기다. 이런 불평은 ‘참가 부스비는 비용대로 받으면서도 갤러리에 대한 지원이나 편의는 점점 줄고 전시 환경도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으로 집약된다. 결국 화랑협회의 이익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형세다. “키아프에 참가하는 국내 갤러리는 들러리일 뿐”이라는 인식이 점점 커질 전망이다. 화랑협회는 갤러리가 있음으로 협회도 존재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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