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왕에서부터 대무신왕, 민중왕 및 호동 왕자에 이르기까지 고구려 개국 초기 3대의 가족사를 다루고 있는 김진 원작의 역사 판타지 만화 ‘바람의 나라’. 1992년부터 연재돼 현재까지도 꾸준히 후속편이 나오고 있는 ‘바람의 나라’는 1996년 온라인 머드게임으로 만들어졌으며, 2001년 서울예술단에 의해 뮤지컬로 제작되고, 2004년에는 소설로 출간되는 등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성공 사례로 일컬어진다. ‘바람의 나라’가 5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다. 서울예술단은 10월 14일부터 23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뮤지컬 ‘바람의 나라’ 그 두 번째인 ‘호동 편’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예술단은 2006년 ‘바람의 나라’의 1부라 할 수 있는 ‘무휼 편’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호동 편’에서는 고구려의 왕자 호동과 낙랑의 공주 사비의 러브스토리를 그린다. 낙랑과 고구려 국가 간의 충돌 속에 안타깝게 흘러가는 호동과 사비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어떤 식으로 보여줄지 9월 20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뮤지컬 ‘바람의 나라’의 원작자이자 극본과 작사를 맡은 김진과 유희성 연출가의 말을 들어봤다. - 뮤지컬 ‘바람의 나라’는 어떤 작품이고 어떻게 탄생됐나요? 유희성(이하 유) “뮤지컬 ‘바람의 나라’는 제게도 각별한 작품입니다. 저는 서울예술단에서 단원으로, 뮤지컬 감독으로 또 연기 감독으로서 20년 넘게 있었습니다. 2001년에는 배우로서 ‘바람의 나라’에 참여했었죠. 제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서울예술단에서 이번에는 ‘바람의 나라’ 연출을 맡게 돼 감격스럽습니다. 처음 ‘바람의 나라’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고 할 때는 의아했지만 만화를 읽고 김진 선생님을 알게 되면서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바람의 이야기’는 풀어낼 수 이야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 ‘바람의 나라-호동 편’에서는 고구려와 낙랑의 대립 속에 피어나는 호동과 사비의 아름답고 애잔한 러브 스토리를 보여주며 사회적 현황도 담고자 합니다. 사람들이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호동과 사비의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 원작자로서 ‘바람의 나라’가 뮤지컬로 제작된 소감이 어떤가요? 김진(이하 김) “2001년 서울예술단으로부터 청탁을 받아 자명고를 주제로 처음 대본을 썼습니다. 당시 기획팀과 이야기해서 뮤지컬을 3부로 제작하기로 하고 1부를 시작했어요. ‘바람의 나라’가 보여주고자 하는 전체적인 주제는 인간의 꿈과 목표, 이상이에요. 세 가지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작품을 구성했어요. 안무라던가 무대에 표현되는 이미지 등 다른 부분들은 스텝 분들이 재해석해서 무대에 올려주셨죠. 역동적으로 표현되는 뮤지컬 무대를 보는 즐거움이 있더군요.”
- ‘바람의 나라’가 연재된 지도 꽤 됐는데 현대 젊은 층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요? 김 “만화, 소설, 드라마, 뮤지컬이라는 매체는 저마다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화로 작품을 시작했지만 만화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것이 뮤지컬 무대에 와서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지닌 특성에 맞춰 새롭게 해석될 수 있더군요. 물론 모든 이야기를 뮤지컬 무대에 올릴 수는 없지만요. 추리고 추려서 뮤지컬에서 소화할 수 있는 부분을 무대에 올렸어요. 화려한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면서 관객들이 보다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고구려 즉, 역사 이야기가 과거로만 해석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역사는 언제나 재해석돼야 합니다. 과거가 존중돼야 현재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젊은 층도 잘 이해하지 않을까 싶네요.” - ‘바람의 나라’ 1부의 경우 주로 직설적으로 상황을 표현하기보다는 상징과 이미지 위주의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3부는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하나요? 유 “이번 ‘바람의 나라-호동 편’에는 상징과 요약, 절제미가 있습니다. 관객과 소통하며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무대를 보여주고자 해요. 음악이 거의 주류를 이루는데,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연결되는 과정 또한 표현하려고 합니다. 전편의 아류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새로운 버전을 선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바람의 나라’ 1부에서는 춤으로 표현되는 전쟁 장면이 손꼽혔는데요. 이번에는 어떤 전쟁 장면을 선보일 예정인가요? 유 “이번 작품에도 전쟁 장면이 12분 정도 등장하는데 깃발 등을 가지고 다양하게 전쟁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특히 중점을 두려고 하는 것이 에너지입니다. 단순히 물리적 힘으로 생기는 에너지가 아니라 사람이 내뿜는 에너지를 보여주면서 이 에너지들이 서로 어떻게 끌고 당기고 융합되는지 보여주려고 하는데 계속 훈련 중이에요.” - 관객들이 ‘바람의 나라’를 어떻게 봤으면 하나요? 김 “상징과 요약으로 재해석된 ‘바람의 나라’가 무대에서 어떻게 재현되는지 잘 보고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유 “이번 뮤지컬의 경우 체코로 직접 가서 음악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요. 작곡가 즈데넥바르탁과 음악적인 성향이 잘 통했습니다. 체코 사람이 함께 음악 작업을 했다고 해서 다소 이질적이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작곡가가 한국적인 감각을 잘 알고 있어 작업이 수월했어요. 음악 또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묘미가 될 것입니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호동 편’은 호동과 사비의 뜻하지 않은 사랑 뿐 아니라 앞으로 젊은 세대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시킬 지 여운을 주며 무휼과 호동, 사비의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합니다. 정치적인 상황 또한 전개돼 공연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호동과 사비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