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역사 속에서 차용은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중요한 전략의 하나다. 국내외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통해 미술사를 이룩해 온 한 축으로서 차용의 전략을 살펴보고자 하는 전시인 ‘차용의 전략-그림 속 그림’전이 롯데갤러리 안양점에서 10월 7일부터 11월 7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의 여러 맥락 안에서 이뤄지는 저마다의 차용 전략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봄으로써 그 다양성과 차이를 보다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에게 있어 ‘차용’은 크게 ‘차용을 통한 재맥락화’와 ‘과거와 현재의 대화’로 나눌 수 있다. 서상익, 왕광이, 한성필 등 세 작가에게 차용된 이미지나 내러티브는 그 대상의 의미를 해체하고 작가 개인의 전혀 다른 관심사를 대변하는 단어적 차원에서 선택된다. 서상익은 영화, 대중음악스타, 현대미술의 거장들을 화면 안으로 불러들인다. 왕광이는 ‘북방 예술가 그룹’의 리더로 중국에서 처음 팝아트를 시도하며 기형적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중국의 현재를 재맥락화한다. 한성필은 카메라로 실제 벽 그림이나, 공사 가림막 등을 포착해 담아냄으로써 미술에 있어 오랜 화두였던 ‘가상’과 ’현실’의 문제를 사진의 차원에서 새롭게 탐색한다.
배준성, 서은애, 이이남, 패트릭 휴즈 등 네 작가는 차용을 통해 과거 미술의 아우라를 다채로운 방법으로 현재화 한다. 배준성은 주요 고전회화를 차용하고 사진으로 찍은 동시대의 인물을 서양의 고전회화와 만나게 한다. 동양화를 전공한 서은애는 옛그림의 장면 안으로 작가 스스로가 직접 들어가 그들이 꿈꾸었던 이상적 삶을 반추한다. 이이남은 미디어 작업을 통해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등 과거 우리가 머릿속에서만 상상해 볼 수 있었던 것을 현실화해 보여준다. 패트릭 휴즈는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들을 차용하고 이를 그 특유의 부조회화라는 형식에 담아내 입체화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동시대의 미술가들이 그들의 작업 안에서 무엇을 ‘차용’하고 이로써 어떤 담론들을 이끌어 내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회화, 사진, 미디어 등의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