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의 괴담 스토리에 영향을 받았는지(?) 며칠 전 갑자기 이상한 요구를 하는 부부가 나타났다. 한 부부(남 58, 여 53)가 자리에 앉는데 앉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부인은 살기등등하며 증오에 찬 느낌이고 남편은 꼬리를 빼는 느낌이다. 긴장감을 풀기 위해 물어봤다. “어떻게 오셨나요?” 그러자 남편 왈. “제가 도덕적으로 남의여자를 건드리는 나쁜 짓을 해서….” 남편이 입을 열자 옆에 있던 부인이 격분해서 외친다. “어서 똑바로 말하세요! 이 사람 도덕 불감증에 성 도착증 환자에요! 그러니 정신 감정하고 잘라주세요!!” “네에??” 나는 놀라서 물었다. 부인이 남편의 성기를 거세해 달라는 주문은 평생 처음 들었다. 잘라진 것을 이어준 적은 있으나 멀쩡한 것을 자르는 경우는 없다. 음경암이나 성전환증 환자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이다. 우선 남편의 그곳을 진찰해 봤다. 훌륭한 물건이지만 그 운명을 모르는 채 기가 죽어 처방을 기다리고 있으니…. 다른 방도는 없을까 해서 다시 부인에게 물었다. “아니 바람 피웠다고…. 그리고 본인이 잘못을 후회하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지만 부인의 분노는 그칠 줄 모른다. “이 사람 6년 동안이나 계속 한 여자하고 바람을 피우고 매일 폰섹스를 했어요. 어떨 때는 한밤중에도, 새벽 7시에도, 장인 장모가 돌아가셨을 때도….” 부인에게 다시 물어봤다. “어떤 여자하고 바람 피웠나요?” 그러자 부인 왈. “촌닭같이 못생긴 늙은 술집 여자인데 그게 그리 좋다고…. 찾아가서 면박을 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네 남편이나 잘 관리하라고 대들더군요. 나는 그래도 유방암까지 수술 받고 가정을 지키려고 하는데, 정말 미친 인간이에요! 아들 딸 시집 장가보내야하는 데 아버지가 저런 인간이라면 어느 집이 혼사를 하겠어요?” 부인의 분노와 증오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그러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편 왈. “나도 죄책감으로 죽을 생각까지 했습니다. 죽을 각오도 돼 있는데 부인이 그것을 원하고 또 그렇게 해서라도 사죄가 된다면 거세라도 받겠습니다.” 진료실 안에서 부부 싸움이 하루 종일이라도 갈 것 같고, 복잡한 부부의 갈등은 하루 종일 들어도 안 끝날 것 같다. 그래서 “우선 두 분의 처지를 잘 알았으니 우선 정신과 교수와 상의한 뒤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정신과 의사의 처방이 어떻게 나올까? 회답이 몹시 궁금하다. 정신과의사도 판사도 가장 어려운 것이 부부 갈등이란다. 오순도손 정답게 잘 살아가는 부부가 얼마나 좋은 것인가? -최형기 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