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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욱, 리얼리즘을 그리다

마음으로 그려낸 사실적인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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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5호 왕진오⁄ 2011.10.24 13:31:38

미술계에서 독자적 행보를 걷고 있는 화가 최진욱(55)의 그림은 리얼리즘으로 모더니즘을 말하고, 모더니즘으로 감성을 추구한다. 그의 독자적 행보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을 조합한 장면을 그린 최진욱의 그림은 복잡하거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 않는다. 자전거라는 사물을 등장시키고, 자화상, 화실 풍경, 수업 풍경, 동네 풍경, 경복궁, 불국사, 상해임시정부 장면들을 그려왔다. 잘 그려진 그림이 아니다.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대상을 붓이 가는 데로 그려낸 것이다. 대상을 바라보고 여러 겹의 공간을 그린 그의 그림은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주변을 관찰한 사실주의 풍경들인데, 대중적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잘 그린’ 풍경은 아니다. 선은 거칠며 터치는 정교하지 않고 절대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현장들이 한 화면을 구성한다. “나의 그림은 생각과 그림입니다”라고 자신의 작업세계를 말하는 작가는 “그림이 그림처럼 보이는 것을 싫어합니다”고 했다. 최진욱은 그림을 통해 경직되어 있는 사고체계를 유연하게 변환시키고 싶어 한다. 그림 자체만의 유연함 뿐 아니라 사회의 유연함도 염두에 두고 있다. 평론가 심광현은 “최진욱은 예술과 사회, 예술과 정치, 추상과 구상, 생태주의와 현실참여 속에서 지그재그 운동을 반복한다”고 한다.

동일한 듯 보이지만 동일하지 않은 반복을 통해 변증법적 변화가 생겨나는 과정, 이를 통해 최진욱 고유의 리얼리즘이 형성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과거의 작품들과 근래의 신작들을 함께 선보인다. 대표작이거나 그를 유명하게 한 작품이 아니라 ‘할아버지 말씀(1991)’ ‘아침이슬(1993)’ ‘북한A(2000)’ 등 상대적으로 무심한 작업들 위주로 전시된다. 이 작품들은 이데올로기적 개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무심한 풍경이라 해도 최진욱의 작업은 현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사회적 리얼리즘이 담긴다. 그 연장선상으로 신작 상해임시정부, 북아현동 연작을 거쳐 ‘북한C/하이라인(2011)’을 전시장에 선보인다. 아울러 자화상 형식의 작업을 연대기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기술적 변화도 함께 살피는 자리를 마련한다. 기존의 최진욱에 대한 경직된 평가에서 벗어나 그림 본질의 유연함, 사고의 유연함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들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완성된 것이 아닌 최진욱을 형성해 가는 과정으로 미래에 선보일 그의 작품이 어떻게 발전될 지 기대하게 한다. 문의 02-2020-2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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