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 물질적인 욕구도 그렇지만, 성적 욕망은 더 없이 커서 가끔은 예기치 않은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겨울 밤, 응급실로부터 단잠을 깨우는 전화가 걸려왔다. 사실 비뇨기과 환자가 응급실 신세를 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 한밤에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은 일단 긴박한 상황임을 암시한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골절상’에다가 출혈이 몹시 심하다고 했다.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치고 위급하지 않은 환자가 어디 있고, 다급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할 의료진이 어디 있겠냐만, 아무리 노련하고 순발력 있는 의사라 할지라도 흔하지 않은 음경 골절상을 대하노라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단 전화로 대강의 응급조치를 지시한 다음 병원으로 뛰었다. 상황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마치 바윗돌에 부딪힌 것처럼 완전히 파열된 페니스는 거의 형체를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였고, 우그러진 조직 안쪽으로는 계속 많은 피가 흐르면서 핏덩어리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기운을 갈아입자마자 즉시 응급수술에 들어갔다. 응고된 핏덩어리를 제거하고 보니, 페니스 뿌리 안쪽을 감싸고 있는 백막이 2cm 이상이나 파열된 상태에다가 출혈이 계속되면서 해면체 내부조직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먼저 항생제와 생리식염수로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어낸 다음, 파열된 부분을 원상대로 꿰매는 수술을 마쳤다. 미세 봉합수술에 따르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자칫 잘못해 이 부분에 염증이라도 생길 경우 발기 불능이라는 ‘사형선고’를 내려야 하는 우려가 더 컸다. “정말 괜찮습니까? 괜찮은 거예요?” 환자 J씨의 부인이 사색이 돼서 물었다. 그래서 “일단 마음을 놓으십시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니까요. 염증만 생기지 않는다면 잘 회복될 겁니다”라고 답해줬다. 수술 성공 여부를 장담하려면 적어도 1개월 이상 회복기간을 가져야 한다. 환자마냥 애타는 심정으로 한 달을 기다린 끝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시청각 자극 검사에 들어갔다. 발기된 상태에서 음경 내의 혈류 변화를 검사해보니 다행히 정상이었다. 응급실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산 사람 같지 않던 J씨. 그는 정상을 되찾은 기쁨에 들떠 감격하고 또 감격했다. 어쩌다가 페니스 골절상까지 입게 되었는가를 묻자 그는 매우 쑥스러운 듯 웃더니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신혼 초 직장 초년병으로 사회생활 한답시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니 사랑마저 소홀해지더군요.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직장에서도 제법 지위를 얻게 되고, 또 첫애가 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는 가정적으로도 안정을 찾아 부부관계가 점차 호전되기 시작하더라고요.” 더 강한 자극 받기 위해 무리하다가 음경 ‘뚝’ 부러질 수 있어 미세혈관 파열돼 타박상 입거나 음경이 구부러지는 페이로니씨 병 생길 우려도 있으니 에이즈 못지않게 조심해야 흔히 부부관계가 만족스럽다고 하면 성 테크닉까지 뛰어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섹스의 만족감 정도는 단순히 성 행위를 자주 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 번 관계를 갖더라도 서로가 상대에게 만족하며 극치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신체적 정신적 노하우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넘침’은 ‘모자람’만 못한 것. 절제 없는 지나친 성교는 극치감은커녕 건강에 많은 손상을 주는 경우가 많다. J씨 역시 성 행위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더 강한 자극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체위를 변동하다가 골절상을 입은 경우다. 페니스가 한껏 부풀어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체위를 바꾼다든가 변태에 가까운 격렬한 성행위를 계속하면 뜻하지 않은 위험이 따른다. 선뜻 믿어지지 않겠지만 J씨처럼 ‘뚝’ 하는 소리를 내며 음경이 부러져버리는 낭패스런 일도 더러 있고, 응급실을 겨우 면할 정도로 신체적 손상을 입은 경우도 적잖다. 성 행위 도중 흥분 상태에 돌입하면 음경의 작은 혈관이 파열되면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이 같은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더 욕심을 내면 우뚝 섰던 페니스가 부러지는 등 실로 어처구니없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이 경우 환자의 대부분은 젊은이 또는 20~30대 젊은 부부다. 욕심을 부려서도 그렇겠지만 성지식이 부족한 사춘기 학생들의 과격한 자위행위, 또는 기괴한 체위를 시도하는 젊은 부부들이 지나친 오럴 섹스 뒤엔 영락없이 병원신세를 지는 웃지못할 사연이 적지 않다. 이렇게 쉽게 잘 치료되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시기를 놓치고 그냥 지혈이 돼 보존적 치료로 했을 때에는 음경 해면체가 점차 섬유화돼 굳어지면서 꼬부라지는 병으로 가게 된다. 이러한 병이 바로 ‘페이로니씨 병’으로 프랑스 의사가 처음 발견한 병이다. 섹스도 과격한 운동이므로 알게 모르게 급격한 체위변화로 미세혈관들이 터져서 타박상을 입게 되는 수가 많으므로 ‘안전섹스’도 ‘에이즈(AIDS)’ 못지않게 남성들이 꼭 알아야할 지식이다. 섹스는 선택이지만, 건강은 필수 사항이다. 어떻게 상대를 리드하는가에 따라서 환상적일 수도 있고, 그와는 반대로 ‘위험한 사랑’으로 치닫기도 한다. - 최형기 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