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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 위협받은 박근혜, ‘안풍’ 위력 과시한 안철수

안철수, 단 한번 지원방문으로 서울에 올인한 박근혜 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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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6호 심원섭⁄ 2011.10.31 13:02:58

10·26 재·보궐선거가 끝난 다음날인 10월 27일 MBC를 비롯한 KBS, SBS 등 방송 3사가 미디어리서치 등 3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조사해 발표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자 2천159명을 대상으로 투표소 출구조사에 의하면, 서울의 투표자들의 내년 대통령선거 가상대결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38%를 얻어 37.2%를 얻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근소한 차이로 팽팽하게 경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0월 18일 역시 MBC 등 방송 3사가 실시한 전화 여론 조사 결과와 비교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1.6% 포인트 오른 반면 안 원장은 6.4% 포인트가 떨어지면서 박 전 대표가 근소한 차이로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아바타 대전’서 패해 대세론 타격받아 그러나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범야권 단일 후보로 나섰던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패하면서 나 후보를 총력 지원했던 박 전 대표도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선거는 ‘나경원-박원순’이라는 양 후보 간의 대결이라는 점 외에도 박근혜-안철수 간의 ‘대선 전초전’ 성격이 짙었다는 관측이 많았다. 따라서 법정선거일 13일 중 8일 동안을 서울에 머물며 나 후보를 지원하는 데 올인했던 박 전 대표와, 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선거가 임박한 10월 24일 단 한번 박 후보의 선거 캠프를 방문했던 안 원장 간의 대결에서 패배함으로써 당장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 전 대표의 신화에 금이 간 것은 물론 ‘대세론’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즉 박 전 대표와 안 원장 간의 ‘아바타 대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 원장이 대리전에서 승리하면서 박 전 대표의 대세론에 타격을 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선거 결과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변화’ 욕구의 방증인 만큼 박 전 대표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으며, 20~40대의 한나라당 ‘외면’이라는 점 역시 박 전 대표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향후 대권행보에서 가볍지 않은 숙제를 짊어지게 된 것도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표가 당내에서도 시련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박근혜 대세론’에 밀려 좀처럼 활동 공간을 찾지 못했던 정몽준 전 대표나 김문수 경기지사,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의원 등 ‘잠룡’들이 정치적 움직임을 모색하면서 박 전 대표를 견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소장개혁파가 박 전 대표에 대해 실질적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대해 명지대 신율 교수는 CNB저널과의 통화에서 “이번 서울시장 패배로 인해 박 전 대표는 ‘박원순-안철수’ 콤비와 대비돼 구시대 인물로 낙인찍힐 수 있다”며 “따라서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면 당내 친이계가 다시 친박계를 공격하면서 내년 총선을 놓고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반론도 없지 않다. 서울시장 선거는 애초 구도 자체가 어려웠고 선거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 등 악재가 불거진 만큼, 박 전 대표에게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원래 대세론 없어…더 듣고 더 노력해” 특히 11개 기초단체장 중에서 패배 위기감이 있었던 부산 동구청장과 대구 서구청장, 충북 충주시장, 경남 함양군수 그리고 강원 인제군수 선거에서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 이후 민심이 변화하면서 모두 승리한 것은 ‘박풍’의 영향력이 여전함을 보여줬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와 함께 서울시장 선거 패배는 집권 여당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결과인 만큼,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당의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서는 지난 2004년 탄핵 역풍 직후 당 대표를 맡아 총선에서 여당의 개헌저지선이라는 ‘성과’를 얻어낸 박 전 대표가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서울지역 한 의원도 “민주당이 그동안 수없이 갈아엎었지만, 앙시앙 레짐(구체제) 하에서 ‘고용 사장’만 바꾼 것은 근본적 변화로 보여지지 않았다”고 공감했으나 정치권에서 선거 결과를 놓고 어떤 평가가 나오더라도 박 전 대표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간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재보선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진정성 있게 다가선다면 국민이 믿고 지지할 것”이라면서 “선거지원을 계기로 정치전면에 나선 만큼, 이제는 자연스럽고 꾸준하게 정책 발표 및 국민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지방 방문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페이스북 ‘수첩공주’를 개설해 젊은이들과 소통 강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행보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박 전 대표가 10월 27일 자신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의 출판기념회 참석차 광주 염주동 빛고을체육관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대세론이 타격을 받았다는 지적과 관련해 “언론이 대세론이 어떻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원래 대세론이라는 것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박 전 대표는 “선거에 나타난 국민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전국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정치권에 대해 화가 많이 나 계시다고 느꼈기 때문에 정치권 전체가 크게 반성하고 새로이 거듭나지 않는다면 정치권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분을 만나고 또 얘기를 듣고 더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정치권에서 기정사실화하던 ‘대세론’에 안주하지 않고 선거에서 나타난 시대적 요구와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해 자신부터 변화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춰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그동안 쌓인 정치권의 불신, 약속과 신뢰가 무너진 데 대한 배신감, 그리고 생활고를 책임져주지 못한 무책임 등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20~40대가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데 대해서는 “선거 패인에 대해 젊은 세대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정치권이 항상 국민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어떻게 하면 그 뜻에 부응하고 희망을 드릴까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는 ‘지도부 책임론’과 관련해서는 “이전에도 비대위를 구성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된 반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다”면서 “중요한 것은 진정한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다. 진정 변화를 이뤄내려면 강한 의지와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또 말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당의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자신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안철수, 제3지대 독자세력화설 ‘모락모락’ 이번 10·26 서울시장 보선의 최대 수혜자는 자신이 지원한 박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안철수 신드롬’을 불러온 ‘안풍(安風)’의 위력을 과시한 안 원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정치권은 안 원장이 이번 선거를 통해 ‘CEO 안철수’, ‘대학교수 안철수’에서 ‘정치인 안철수’로 변신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안 원장은 9월 6일 당시 지지율 5% 밖에 되지 않는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직 후보를 양보한 이래 고비마다 정치적 언사를 던지며 박 후보의 선거전을 응원했다. 막판에는 박 당선자의 선거사무실까지 직접 방문해 세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실장은 “지금까지 안 원장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관심도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선거 결과는 관심도가 정치적 지지도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본인의 정치 행로에 대한 침묵 내지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 진입한다면 안 원장이 지금까지 여야 중 한 쪽에 국한되지 않은 중도적 메시지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협력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에서 ‘제3정당’ 등 독자세력화의 길을 걷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제3지대’에서 여야 정치권의 동조세력을 규합하고 새로운 인물을 수혈하는 방식으로 세력을 구축한 뒤 이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행보를 가다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안 원장이 지난 9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 집권세력의 정치적 확장성에 반대한다”고 밝힌 점이나, 야권 단일후보인 박 당선자를 지원한 것 자체가 범야권에 가까운 정치적 색채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만약 본격적인 정치세력화를 시도한다면 주된 협력 파트너로는 여권보다는 야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박 후보가 “안 원장과 나는 일심동체”라고 말할 정도로 친밀감을 드러내고 있어 향후 정치지형 변화 과정에서 협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는 “야권은 대선 주자로 누구를 내세워야 할 지 막막한 상황”이라며 “야권 내에서 안 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안 원장도 강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안 원장을 향한 야권의 러브콜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안 원장은 이번 선거 결과를 자신의 행보와 연결지으려는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안철수 “학교 일만으로도 벅차다” 언급 피해 안 원장은 선거 다음날인 10월 27일 학장회의 참석 차 서울대 행정관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 등 세간에서 제3정당 창당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한 질문에 “오늘도 아침 일찍 이사회부터 시작해서 저녁 늦게까지 일정들이 있다. 학교 일도 벅찬 게 많다”고 말하며 언급을 피했다. 이어 안 원장은 박 후보의 당선에 대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우리 모두 경계해야 하며 그게 상식적인 생각이라 믿는다. 어떻게 보면 상식과 비상식 간의 대결에서 시민들이 상식에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안 원장은 네거티브 선거전과 관련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네거티브는 상식적이지 않은 것이고 또 상식적인 답변이 있는 데도 계속 주장하면 그것은 검증이 아니라 네거티브”라며 “모든 것은 시민들이 판단하실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안 원장은 ‘야권 통합을 위해 역할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으며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학교 일만 해도 많다. 아침부터 현안이 많아 저녁까지 열심히 학교 일을 하고 있다”고 언급을 피했고,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당혹스럽다. 그런 결과들은, 글쎄…”라며 역시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안 원장의 이러한 언급에도 정치권에서는 그의 적지 않은 위력의 실체가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서 드러난 만큼 향후 행보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 원장은 지난 9월 초 서울시장 선거 출마 얘기가 나왔을 때 “의사 그만둘 때 6개월 고민했고 최고경영자(CEO) 그만두고 유학 갈 때 1년 고민했다”고 말해 본격적인 정치권 진입에 대한 결론을 빠르게 내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더구나 최근 외부일정을 잡지 않는 것도 안 원장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안 원장이 박경철 시골의사와 함께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면서 밝혔던 고민은 지도층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이었다. 따라서 안 원장이 봉사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정치권에 진출하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그를 가만두지 않는 정치권의 요청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인사는 “정치권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다 보면 개인의 의사와는 다르게 일이 흘러가는 경우도 많다”며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생각하고 일단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그때부터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이 흘러갈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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