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소현우(34)는 동화 속 요정이나 거대 서사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작품의 주요 주제로 삼는다. 그들이 장착한 막강한 무기들의 귀여움과 폭력성, 감정이입과 무심함, 유기적인 것과 무기적인 것 등 서로 대조되는 가치들을 소현우는 연결시킨다. 소 작가에게 동화는 없었다. 그것은 그저 어른들이 만들어낸 어린이들을 위한 바람직한 거짓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동화는 수단이며, 목적을 가진 허구에서 시작된 이야기일 뿐이다. 그가 바라보는 현대사회 속의 동화는 살아가면서 윤리와 도덕, 인간적 가치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것들에 대해 고민하여 ‘올바른’ 혹은 ‘정의로운’이라는 언어로 만들어낸 대상이다.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데, 스스로가 선하고 도덕적이길 바란다. 그러나 그들의 가슴 속에 꿈틀대는, 스스로와 세상을 향한 과시욕은 인간이 만들어낸 선함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잔혹동화란 작품 명칭에 대해 작가는 “잔혹동화는 어른들의 동화이자 자본의 초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들의 모습은 대중문화의 산물이며, 상품적 수단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상이 없는 폭력성 자체로의 폭력을 보여줍니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모순적 결합은 수많은 조각들을 퍼즐 맞추듯 짜 맞춘 인간의 역사를 대변한다. 역사적으로 나타난 수많은 인간 행위들은 그들 스스로를 위한 정당성으로 기록돼 왔다. 집단적 당위성을 부여하는 이기적인 행위는 폭력의 시발점이 되는 인간 본성에 기인한다. 인간의 폭력적 성향은 다양한 방식으로 정당화되어 왔고 자본주의라는 이상적 개념으로 현재에 자리하고 있다. 폭력적 방식의 변화는 ‘직접화된 간접적 폭력’으로 포장된 채 가장 멀리 그리고 깊숙이 소통한다. 이러한 소통의 중심에 있는 것이 자본이며, 도구가 아닌 주체자로서 무형의 권력을 갖고 절대자의 지위를 차지하려 한다. 이러한 사회 속의 인간은 힘의 과시적 표현으로서 자본적 권력을 가지길 원하며, 이러한 소망은 과거 그들 스스로 어렴풋이 기억하는 이상향으로 기억된다. 작가는 이러한 이상을 ‘동화’라는 아름답게 읽히는 이야기에 빗댄다. 막대한 자본과 함께 어른들의 거짓말 혹은 자본적 수단이 반영된 어른들의 동화로 변질돼 더 이상 인간적인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것을 그는 작품으로 표현한다. 과거 동화가 만들어내는 행복한 결말의 진실은 자본과 권력의 소유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그것이 행복이라고 배워왔으며 상황이 다를 뿐 여전히 그러한 꿈을 꾸며 살아간다.
수많은 왕자와 공주들은 동경의 대상이 됐고 안락함과 편안함의 상징으로 만들어 졌다. 그들은 부이며 권력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향해, 무엇을 위해, 무엇에 의해 살아가는가? 작품에 드러난 ‘기워지고 다듬어진 형상’은 쓰고 남겨진 재료들을 덧대서 만든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그에게 희망과 용기 그리고 지속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은 ‘관심’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작가에게 세상의 행복지수는 그리 높지 않다. 화려하게 보이는 작품에서 작가의 속내가 드러난다. 그는 “저의 조각은 무겁고 슬픕니다. 쓴 웃음을 자아내는 이야기와 냉정하게 표현되는 형상들…. 저의 작업에도 유머는 분명이 존재합니다. 다만 소수가 웃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작가로 살아가는 것이 옳은것인지, ‘모두들 그렇게 살고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깁니다. 그래서 ‘저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고 그들이 가진 선물을 뺏는 일을 제가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소 작가는 세상에 대고 “제가 만들어내는 잔혹동화가 허구의 동화, 꾸며낸 이야기가 되길 바랍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작가의 작업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미처 그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수많은 허구들과 만나고 부딪치며 그것들을 습득해 간다. 그것들이 진실이라 믿으며, 사회적 정당성을 가지려 스스로를 세뇌시킨다. 포장된 허구의 진실을 보지 못하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의 존재 이외의 것들에 대해 습득된 진실을 알아야 한다. 본질적인 것들에 대한 진실과 거짓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의 모든 행위와 방식, 그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트루먼 쇼’처럼 잘 짜인 각본을 연상시킨다. 힘에 의한 움직임이다. 우리는 연극 무대의 배우처럼 세상을 살아간다. 그래서 이 거대한 연극 무대의 감독과 연출자에 대해 세밀한 관찰을 하게 된다. 조각을 자신의 주요 매체로 활용하는 작가 소현우는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9년 인사아트센터, 2011년 송은 아트큐브에서 개인전을 펼친 그는 제3회 부산 롯데 아트페어, 제2회 아트옥션 쇼, 제 3회 디자인 옥션, 서울옥션 홍콩세일, 제10회 송은 미술대상전 등의 기획 그룹전에서 작품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