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스스로 배우게 됩니다." 조각가 송근배(61)의 말이다. 그는 현대와 전통을 행복하게 결합시키기 위해 오석과 청석에 상감기법(금속, 도자기 흙, 목재 따위의 표면에 여러 무늬를 새긴 뒤 그 속에 금, 은, 보석, 자개 등 다른 재료를 박아 넣는 공예 기법)을 처음 도입한 조각 작가로 알려져 있다. 송 작가가 유독 한국적 감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현대미술에 한국적 효과를 줄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부터 였다. 대학 시절 돌 작업을 하면서 소재를 찾았던 그는 음각-양각이라는 기본적인 조소 작업을 수행하다 25년 전 상감 기법에서 자신이 찾으려는 우리 감성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후 송근배는 한국의 전통적인 기질과 사상을 국제적인 현대 언어로 표현해내는 데 성공한다. 다른 조각가들이 주목하지 않던 흑색 화강암(남포오석)에 작업하면서 반짝거리게 광을 낸 돌에 염료로 상감을 들이기 시작한 이후였다. 송 작가가 주목한 다듬잇돌은 옛날 한국 어머니들의 땀과 사랑, 헌신이 눈물처럼 ‘상감된’ 물건이었다. 실이 갖는 의미와 애환을 주목하면서 작가는 다듬잇돌에 이를 표현했고, 그의 작품은 자연스레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된 한국적 멋을 담을 수 있게 됐다.
그는 “다듬이에 색상을 넣어 한국적 정서, 우리의 문화를 새기고 싶었다”며, “한국의 독특한 상감을 통해 유기적인 물의 흐름을 돌에 표현했다”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경운동 갤러리그림손에서 11월 16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 송 작가는 반들반들한 남포오석에 상감이 새겨진 다듬잇돌 작품 60여 개를 펼쳐놓는다. 돌 표면에 새겨진 씨줄과 날줄의 표현이 상감과 함께 한다. 해외에도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싶다는 송 작가는 2012년 다듬잇돌 100개를 싣고 뉴욕, 베를린, 베이징으로 갈 예정이다. 자신의 철학이 담긴 작품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송근배 만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고 싶어서다. 전시 문의 02-733-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