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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 물속 길 홀로 걸으며 “찰칵”

수영장 속에서 세상 바라보는 별난 시점을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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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8호 김대희⁄ 2011.11.14 13:25:34

물 속 사진은 독특하다. 물은 죽음 같은 심연이면서 동시에 모든 생명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물 속 사진이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바다 속 신비한 물고기-해초 사진들이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산호초들과 다양한 물고기들 사진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그런 사진, 즉 ‘예쁜 바다 속 풍경 사진’은 너무 많다. 그래서 조남현은 ‘자신만의 시각’을 찾아나선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수영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이다. CNB저널이 올해 모집-선정한 표지작가 공모전 당선자 중 한 명인 조남현은 물속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는 사진을 찍을 때 항상 물에 몸을 담근다. 촬영 장소가 수영장 물 속이기 때문이다. “작업 초기에는 예쁘거나 보기 좋은 것, 물고기 등을 주제로 물 속 사진을 작업했어요.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런 작업을 이미 하고 있고, 그들과 같은 물고기 위주의 작업은 싫었어요. 그러다 찾아낸 곳이 수영장이고 지금까지 수영장 위주로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진을 전공한 그는 선배로부터 사진을 배우던 중 물 속 사진 이야기를 들었다. 물 속 사진은 대부분 국내에서 촬영하지 않고 일본에 맡겨서 해온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그는 “내가 직접 해보자”고 스킨스쿠버를 배우고 본격적으로 물 속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바닷속 촬영은 쉽지 않았다. 제대로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깊은 곳까지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수영장은 장비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수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는 바닷속과는 달리 수영장은 텅 빈 물의 공간이다. 하지만 그는 이 단조로운 공간에서 평화롭고 온화한 편안함을 찾아낸다. “작업의 주제는 ‘엄마 뱃속 같은 편안함’ ‘물속에서 느끼는 편안함’이에요. 처음 물속에 들어가면 숨쉬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니 너무 편안하더라구요.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며 사는 우리 세대 사람들에게 이런 편안함을 주고 싶었어요. 물론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건 다르겠지만 작품 속에 편안함을 담아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닷속 사진은 꼭 열대어 사진이라야 하나?’는 회의에 다른 사람 안 들어가는 수영장 속으로 들어가. “앞으로 직접 ‘내 수영장’ 만들어 다른 풍경 보여줄 것” 수영장 물 속을 찍은 그의 작품은 빛이 물로 스며드는 모습, 물 속에 생기는 공기방울 등을 담고 있다. 열대어 같은 화려한 피사체가 있지 않기 때문에 그의 사진은 독특하고 신비한 느낌을 자아낸다. 또한 관람자는 작품 속 풍경이 수영장 물 속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기에 궁금증도 커진다. 그는 그동안 대구, 울산, 창원 등의 수영장을 돌아다니며 촬영했다. 하지만 수영장에서 촬영한다고 해서 그냥 일반적인 수영장에서 촬영하는 건 아니다. 수영장에 따로 구성된 잠수풀에서 촬영한다.

“잠수풀은 수영장과 달라요. 일반 수영장에는 레인이 있어 촬영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제대로 된 느낌이 오지 않아요. 수영장에 잠수풀이 없는 곳이 많기에 잠수풀이 있는 수영장을 찾아가 촬영해요.” 최근 수영장 촬영에서 더 이상 이미지의 변화를 찾기 어려울 만큼 소재가 고갈된 느낌이라는 그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 중이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기존에 있는 수영장 잠수풀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미니 수영장을 만들어 촬영하는 작업이다. 영화 촬영장의 미니 세트 같은 개념이다. ‘내 수영장’을 만들면 물 속에든 밖에든 조소 작업도 추가할 수 있다. 그는 요즘 자신의 ‘물 속 스튜디오’ 구상에 바쁘다. 그 동안은 수영장의 ‘물색’으로 채워졌던 자신의 화면에 어떤 모습을 넣을까 하는 고민들이다. 수영장 민물뿐 아니라 바다 속에서 촬영하는 방법도 연습 중이다. 다양한 물 속을 실험하는 과정이다.

“수영장은 스튜디오이며 바닷가는 필드이자 현장이에요. 서로 다른 환경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변화가 적은 수영장과 달리 바다에는 파도와 날씨 같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촬영이 더욱 힘들지요.”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자신의 촬영장이 된다고 말하는 그는 그동안 작품을 통해 자연적으로 있는 물 속 이야기를 해 왔다. 앞으로는 사회적이고 대중적인 이야기를 물 속 사진에 담고자 한다. ‘남들이 덜 가는 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이는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물 속 길을 걷겠다는 의지다. 홀로 가는 길이기에 외롭기도 하지만 발전 가능성도 그만큼 높은 게 조 작가의 세계다. 그의 이야기가 어떻게 발전할지 눈을 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물 속 궤적은 CNB갤러리에서 11월 24일부터 12월 7일까지 전시된다. 전시 문의 02-396-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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