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소설가-극작가인 안톤 체홉이 “700년을 더 산다고 해도 다시는 희곡을 쓰지 않겠다”는 극단적 결심을 하게 만든 동시에 그에게 희곡 작가로서 큰 영광을 안겨 준 작품 ‘갈매기’가 무대에 오른다. 극단 맨씨어터는 연극 갈매기를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무대에 11월 25일~12월 11일 올린다. 갈매기는 등장인물 13명이 복잡하게 얽힌 5개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사랑과 인생 이야기다. 꿈을 갈망하지만 이루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는 스토리다. 배우를 꿈꿔 연인 뜨레플레프를 배신하고 작가 뜨리고린에게 가는 니나, 이런 니나를 다시 배신하는 뜨리고린, 그리고 뜨리고린의 연인 아르까지나의 이야기가 뒤엉킨다. 1896년 러시아 알렉산드린스끼 극장에서 초연된 당시에는 흥행이 처참했지만 1898년 연출가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손을 거치면서 모스크바 국립극단 공연으로 화려하게 재탄생한 작품이다. 국내에선 1966년 고(故) 이진순 선생에 의해 초연됐다. 여태까지 갈매기는 대사의 이면에 감춰진 사건이나 분위기를 배우들이 내면 연기로 표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선 역동성에 초점을 맞춰질 예정이다. 등장인물들은 극단적인 정서를 극복하기 위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표현하면서 관객과 소통을 시도한다. 배우들은 직접 색소폰, 피아노를 연주하며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연출을 맡은 오경택은 “체홉의 갈매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에서 공연되고 있을 러시아의 고전 작품”이라며 “고전에는 시간과 공간, 문화와 관습의 차이를 넘어서는 위대한 보편성이 항상 존재하는데 이를 관객과 공유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체홉 스스로가 코미디이자 삼류 연애극이라 규정한 갈매기의 희극성에 초점을 둘 것”이라며 “고전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깨는 그야말로 재미있는 공연을 보여 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무대 디자인 또한 파격적이다. 연극 ‘됴화만발’의 무대 디자이너 정승호가 참여해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 1층 객석 중 2줄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대로 바뀐다. 무대의 깊이는 27m로 오브제 몇 개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사실적 장치도 없는 황량한 무대다. 그리고 그 위에는 또 다른 작은 무대가 있다. 연극 관계자는 “무대는 등장인물들이 연기하는 무대가 되기도 하고 황량한 호수가 되기도 하는데 결국 무대가 주는 공허함은 우리 내면의 풍경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출연 배우는 이문수, 김세동, 김태훈, 황영희, 우현주, 박호산(박정환), 정수영, 박해수, 전미도, 이창훈, 이기섭, 황이건, 이은 등. 문의 02)766-6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