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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음악 에세이]미국 공연 문화의 메카 ‘링컨센터’

12개 음악단체 수용…세계 최고 오페라 극장으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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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8호 박현준⁄ 2011.11.14 13:33:57

뉴욕의 링컨센터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문화 예술 교육기관이다. 링컨센터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뉴욕 필하모니, 뉴욕시 오페라와 발레 극장, 실내음악 협회, 미국발레 학교, 줄리아드 음악원 등 모두 12개의 음악 단체를 수용하고 있는 거대한 조직이다. 2010년 2월에 필자는 예술의전당 후원 회원 20여 명과 같이 이 센터의 ‘에이브리 피셔 홀’에서 뉴욕 필의 연주를 듣고 다음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도니제티의 오페라 ‘연대의 딸’을 볼 수 있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더 메트는 매년 9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27편의 오페라를 공연하며, 세계 최고 오페라 극장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더 메트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레네 플레밍, 플라시도 도밍고 같은 세계 최고의 가수들의 무대였으며, 우리나라의 소프라노 홍혜경 씨와 신영옥 씨도 종종 출연했다. 1903년부터는 이태리의 전설적인 엔리코 카루소가 25년 간이나 최고의 테너로 출연했으며, 그 외에도 훼오도르 샬리아핀 같은 유명 가수들이 오랫동안 ‘더 올드 메트’의 상징이었다.

세계 최고 지휘자들도 이곳에서 지휘했다. 한때는 토스카니니와 말러가 함께 지휘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프리츠 라이너, 제임스 레바인이 음악 감독을 맡고 있으며 러시아의 게르기예프도 선임 객원 지휘자로 활동했다. 더 올드 메트는 현재 링컨 센터(1962년 개관, 1985년 재개관)가 생기면서 현 위치로 옮겼는데 3800석을 갖췄다. 더 메트의 오페라는 전 세계에서 라디오로 들을 수 있다. 1933년부터는 캐나다의 CBC 라디오가 메트의 오페라를 방송하고 있다. 필자가 캐나다에 살 때 주말이면 이 방송을 즐겨 들었다. 그리고 2006년부터는 HD 위성방송으로 전 세계의 극장에서도 메트의 오페라를 볼 수 있으며 서울에서도 가능하다. 이번에 공연된 ‘연대의 딸’은 이탈리아의 도니제티가 파리에 살고 있을 때 프랑스어로 만든 오페라이다. 거의 모든 그랜드 오페라가 비극으로 끝나지만 이 작품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몇 안 되는 희극 오페라다. 더 메트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앞의 의자에서 전자 자막을 넣는 시설을 갖추었다. 이 자막은 옆에 앉은 사람이 전혀 볼 수 없어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 일행은 링컨 객원 센터에서 지휘자인 로베트슨(세인트 루이스 음악감독, BBC 심포니의 선임객원 지휘자)이 지휘하는 조지 벤자민의 음악,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의 전주곡’,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아르헨티나 출신 기네스테라의 발레 ‘에스탄치아의 춤’ 등 프랑스의 인상파 음악과 현대 음악도 함께 감상했다.

피아니스트는 영국의 니콜라스 하지스였는데 동행한 음악 전문가 신갑순 선생은 그가 악보를 보면서 연주하는 모습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작곡가 라벨은 드뷔시의 뒤를 이어 프랑스의 인상파 음악의 대가가 된 사람이다. 그는 피아노 협주곡 2곡을 남겼는데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과 ‘피아노 협주곡 G장조’ 모두 그의 생애를 꽃처럼 장식한 걸작들이다. 2008년 예술의전당에서 미국의 유명한 피아니스트 레온 플라이셔가 연주하는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여든 살의 그가 근 두 시간을 악보 없이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은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우리 일행은 고전음악이나 낭만주의 음악과는 다른 새롭고 신선한 음악에 도취된 기분으로 링컨센터를 떠났다.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가 아무리 좋아도 이런 음악을 수십 년 듣다보면 20세기의 현대 음악에도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의 자랑 제임스 레바인 미국 태생의 레바인은 1971년부터 지금까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지휘하고 있다. 아마도 이렇게 장기간 주요 오페라를 계속 지휘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1971년부터 2009년까지 메트로폴리탄을 무려 2456회나 지휘하는 기록을 세웠다. 세이지 오자와가 물러난 후 2004년부터는 보스턴 심포니도 지휘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밀라노의 라스칼라와 더불어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오페라하우스로 만들었다.

그는 메트로폴리탄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연주를 많이 했는데 비엔나 필, 베를린 필, 런던 필하모니아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스위스의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였다. 그리고 1999년부터 2004년까지는 뮌헨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가 됐다. 레바인은 과거 오페라를 주로 지휘했지만 보스턴 심포니와 탱글우드 음악센터까지 지휘하면서 이제는 오페라와 심포니를 둘 다 균형 있게 지휘하게 됐다. 그는 미국과 유럽 무대를 모두 정복한 미국의 가장 자랑스러운 지휘자로 부상하고 있다. 레바인은 메트로폴리탄과 함께 수많은 CD와 DVD를 만들었는데 그중에는 바그너의 ‘링 사이클’도 포함되어 있다. 링컨센터의 에이브리 피셔 홀에 자리 잡은 뉴욕 필은 2008년에 평양에서 공연을 함으로써 세계적 관심을 모았다. 평양에서는 상임지휘자 로린 마젤이 지휘를 했다. 그의 부모는 미국인이었지만 프랑스에서 태어났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평양에서 뉴욕 필은 북한의 국가를 먼저 연주한 후에 미국의 국가를 연주했는데 이는 중요한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평양 콘서트는 ‘로엔그린의 제3막 전주곡’으로 시작한 후 드보르작의 ‘심포니9번 신세계’와 거슈인의 ‘파리의 미국인’, 번스타인의 ‘캔디드’ 서곡이 연주됐다. 이 역시 DVD로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평양 콘서트 후에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호전되기를 기대했으나 기대에 못 미친 게 사실이다. 그러나 폐쇄된 평양에서 미국의 국가와 미국의 토종 음악이 연주됐다는 것은 역사적 사건으로 남을 것이며 앞으로 우리의 남북 오케스트라가 서울과 평양에서 연주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 이종구 박사 (이종구심장크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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