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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인기 뚝’ 시빅, 한국에선 잘 팔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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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8호 최영태⁄ 2011.11.14 14:09:47

올해 미국에서 출시된 뒤 혹독한 비난에 시달렸던 혼다의 ‘글로벌 베스트셀러 승용차’ 시빅 2012년형이 11월9일 한국에도 출시됨에 따라 이 차의 향후 판매 실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빅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던 차였다. 혼다의 소형차 시빅은 미국에서 아무리 낡았어도 “놀랄 정도로 좋은 가격에” 중고차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혼다의 중형차 어코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소비자매체 컨슈머리포트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 중에서 ‘최고로 살만한 차 5종’ 명단에 거의 항상 시빅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올 여름 시빅의 9세대 모델이 발표되면서 이런 칭찬은 싹 사라졌다. 컨슈머리포트는 새 시빅에 대해 8월호에서 “점수가 너무 낮은 이런 차를 구입하라고 추천할 수 없다”며 구입 추천(recommended) 차 명단에서 빼버렸다. 이 매체는 가장 대중적인 2012년형 시빅 LX 모델에 61점이라는 형편없는 점수를 줬다. 2011년형이 받은 78점에서 무려 16점이나 떨어졌으니 얼마나 혹독한 평가인지를 알 수 있다. 5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쳤는데도 오히려 점수는 뚝 떨어진 꼴이다. 2010년에 데뷔해 ‘거의 두 살이나 나이가 먹은’ 현대 엘란트라(아반테의 미국 모델명)의 80점(소형차 중 1등)만도 못할 뿐 아니라, 과거 시빅이 한참 아래로 내려보던 쉐보레 크루즈 LS(67점), 포드 포커스(68점)만도 못한 점수다. 컨슈머리포트는 신형 시빅에 대해 “내장재로 값싼 플라스틱을 너무 많이 사용했으며, 일부 마감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더러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신형 시빅의 단점으로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멈추기까지 미끄러지는 거리가 너무 길고 △핸들링이 너무 가볍고 반응이 늦으며 △코너를 돌 때 초입부터 차체가 기울어지고 △승차감이 부드럽지 못하며 △도로의 소음이 너무 시끄럽게 차내에서 들린다는 점 등을 꼽았다. 장점으로는 △낡은 기술을 사용한 동력전달장치 치고는 연비가 좋다는 점 딱 하나만이 꼽혔다.

이런 부정적인 평가는 시빅의 저렴한 모델인 LX, 고급모델인 EX와 하이브리드 모델에 거의 공통적으로 적용됐다. 고급형 EX 모델에 대해서도 컨슈머리포트는 “LX의 15인치 휠보다 더 큰 16인치 휠과 타이어를 적용했지만 여전히 브레이킹 성능이 떨어지고, 선루프 등 기본사양을 장착함에 따라 차값이 너무 비싸졌다”며 역시 62점이란 낮은 점수(소형차 중 11등)를 줬다. 하이브리드 모델 역시 62점(10등)에 머물렀다. ‘소형차의 왕’이었던 차가 새 모델을 발표한 뒤 10-11-13위로 순위가 미끄러지는 참담한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표 참조> 신형 시빅에 대한 혹평은 컨슈머리포트에 그치지 않았다. 미국을 대표하는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0월22일자 기사에서 “미국인의 감사 눈물에 닦여 반짝이던 이름표가 멍청이, 엉터리, 거대한 실패가 돼 버렸다. 이건 배신이다. 우리 모두 크게 웃자”는 가혹한 단어를 동원했다. 이 기사는 “2012년형 시빅은 그냥 무난한 차라고 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과거 새 시빅이 나올 때마다 소비자들이 느꼈던 ‘지나친 우등 성적’이 이번 9세대 시빅에서는 사라졌기 때문에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월스트릿저널 “지나치게 좋은 품질로 감동 안겨주던 시빅이 이제 엉터리, 거대한 실패가 돼 버렸고 이건 소비자에 대한 배신” 1972년 출시된 뒤 39년간 전 세계 160 개국에서 2000만 대 이상이 팔린 글자 그대로 ‘월드 베스트 셀러’ 시빅이 9세대째를 맞아 이렇게 혹평을 당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5년간의 개발 기간 중 한가운데인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다. 이에 혼다 경영진은 “경제 위축으로 소득이 줄어들 테니 값싼 시빅을 만들자”는 결정을 했고, 그 결과가 9세대 시빅이다. 경제성을 추구한 혼다 시빅은 그러나 절반의 성공만을 거뒀을 뿐이다. 높은 연비는 가난한 세상이 맞는 특징이다. 공식 연비와는 별도로 컨슈머리포트가 실제 도로에서 측정한 연비는 시빅 LX가 갤런당 30마일, 시빅 EX가 29마일로 연비가 좋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가솔린 1갤런으로 시내 40마일, 고속도로 50마일나 달린다. 그러나 승차감, 코너링, 소음차단, 차내 마감 등에서 지나치게 경제성을 추구한 결과 “배반자”란 평가를 받기에 이른 셈이다. 컨슈머리포트 등의 혹평 뒤 혼다 경영진은 “반대는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소비자”라며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혼다 아메리카의 판매담당 부사장 존 멘델은 8월초 미 전역의 혼다 대리점에 이메일을 보내 “우리가 가장 존경하는 상대와도 의견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그런 일이 컨슈머리포트와 일어난 것 같다”면서도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최근 소형차 8종을 비교 테스트한 결과에서 신형 시빅이 2등에 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시빅보다 좋은 소형차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혼다 측의 이런 고자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멘델 부사장 자신이 미국의 혼다차 애호가 블로그 등에서 혹독한 비판의 대상이 됐으며, 컨슈머리포트의 맹비난 뒤 시빅의 판매량이 급전직하했기 때문이었다. 작년 1년간 시빅은 미국에서 26만대가 팔려 승용차 중 당당 3등에 올랐다. 올들어서도 판매는 호조를 이어갔지만 컨슈머리포트의 혹평이 나온 이후 9월에는 판매량이 전년동월 대비 26.4%나 떨어졌다. 일본 대지진이란 천재지변이 있었지만 컨슈머리포트발 직격탄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에 미국의 자동차 빅3가 “주주에 최대 이익 주는 게 최고”라며 부품값 아끼다 몰락-부도 사태 맞았는데… 이에 혼다는 바로 자세를 바꾼다. 10세대 시빅을 2014년에 내놓겠다고 한 종전 자세를 바꿔 ‘부실한 2012년형 시빅’에 대한 중간 개선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개량된 시빅은 2013년 중 나올 예정이다. 결국 9일 한국에서 발매된 시빅은 2013년 중 나올 ‘개량형 9세대 시빅’보다 여러 모로 성능-마감이 떨어지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자동차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가 1990년대 이후 몰락한 이유를 업계에서는 “1센트라도 더 값싼 부품을 썼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신자유주의의 득세에 따라 “주주에게 최대 이익을 남기는 게 최고”라는 상식이 사람들의 눈을 가리면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값싼 부품을 쓴 것이 결국 미국차의 잦은 잔고장으로 이어졌고 소비자의 외면을 사게 됐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혼다 사태’ 역시 원인은 비슷한 것 같다. 경제위기와 엔고, 일본 대지진 등으로 궁지에 몰린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뼈를 깎는 절약’을 실천했고, 그 결과 “옛날 일본차가 아니네”라는 혹평과 함께 판매실적의 급전직하라는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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