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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과 예술 - 사진 찍는 의사]지남준 한라대 교수

“저어새의 신비를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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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9호 김금영⁄ 2011.11.21 13:45:06

저어새. 이름도 특이하다. 참새, 독수리, 부엉이, 비둘기, 매 등은 들어봤지만 저어새는 과연? 저어새는 동아시아에서만 서식하는 조류로, 고고한 하얀색 털과 길게 뻗은 검은 부리와 눈동자가 특징이다. 키 74cm에 부리 길이만 20cm 정도나 된다. 얕은 물에서 먹이를 휘휘 저으며 먹는다고 해서 저어새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저어새 과는 6종이 알려져 있다. 이 중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 2종이 우리나라에 서식한다. 개체 수는 2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아 천연기념물 제205-1호,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분류돼 있다. 저어새의 생태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 사람들이 저어새를 잘 모르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틈만 나면 이 저어새를 찾아 눈길을 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지남준 제주한라대학 의대 외래교수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회원이기도 한 지 교수가 저어새 사진을 찍어온 지도 벌써 13년이 됐다. 2008년에 ‘저어새 - 첫 번째 이야기’를 편찬했으며, 올해 그 후속으로 사진 에세이집 ‘저어새 - 두 번째 이야기’를 펴냈다. 저어새의 무엇이 그를 사로잡을까? 지 교수도 처음에는 얼떨결에 저어새 사진을 찍었다. “1999년 겨울에 제주도에서 처음 저어새를 보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그 때는 귀한 새인지 몰랐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희귀종이더라구요. 저어새는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제주도를 찾아와요. 개체수가 얼마 남지 않아 잘못하면 영영 사라져버릴지도 모르죠. 조류보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점점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풍경 사진 찍다가 화면에 담긴 저어새에 관심 갖기 시작해. 알고 보니 희귀종이고 제주도의 관광개발에 따라 서식지 점점 없어진다는 사실 안 뒤부터는 사명감 갖고 촬영” 원래 사진 촬영을 좋아해 풍경 사진을 찍던 지 교수의 파인더에 저어새는 그렇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둘은 만났지만 인연은 척척 쉽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저어새를 찍기 위해서는 초인적인 인내심이 필요하다. 아무리 초강력 망원렌즈를 쓴다고 하더라도 야생 조류 촬영을 위해서는 최대한 근접해야 하며, 사람의 모습에 쉽게 놀라는 저어새에 가까이 다가서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2008년 처음 저어새 사진집을 발간했을 때를 돌이키며 이렇게 말했다. “1999년 저어새 촬영을 시작했을 때는 클로즈업 사진을 찍고 싶어서 무작정 달려들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새가 더욱 멀리 도망가니 역효과만 나더라구요. 저어새의 습성을 알고 보니 밤에 쉬는 곳과 낮에 활동하는 자리가 다 다르더군요. 그래서 위장 텐트를 치고 숨어서 기다렸어요. 하지만 저어새들은 눈치가 빨라 위장 텐트에서 새벽 7시부터 하루 종일 기다려도 텐트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아 한 컷도 못 찍을 때도 많았어요. 위장 텐트에 가까이 다가와 주는 그 한 순간을 촬영하기 위해 정말 오래 인내해야 했습니다. 멀리 날아가는 뒷모습만 보고 돌아서기 일쑤였고, 겨울에는 찬 바닥에 앉아 있다가 바닷물에 엉덩이가 다 젖어 추위에 벌벌 떨 때도 많았어요.” 사람들 등쌀에 어려움도 겪었다. 그냥 눈으로 바라보면 좋은데, 꼭 날아오르는 사진을 찍겠다고 돌을 던지는 등 저어새를 놀라게 하는 사람들은 꼭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이런 횡포에 놀란 저어새는 서식지를 떠나버린다고 했다. 두려움 때문에 한번 서식지를 떠난 야생동물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올 확률은 굉장히 낮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돌을 던지면 저어새가 날아오르기는 하죠. 그런데 그 모습은 공포에 질려 허겁지겁 도망가는 모습이에요. 그런 모습을 좋다고 사진 찍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가만히 저어새를 보고 있으면 녀석들이 하품을 하는 등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와요. 저어새는 한 쪽 발로 지탱해서 서는데 어린 저어새들은 졸다가 넘어지기도 해요. 그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훨씬 보기 좋지 않나요?” 처음 발간한 저어새 사진집에는 제주도에서 바라본 저어새의 모습을 담았다. 이번 ‘저어새 - 두 번째 이야기’ 책에서는 범위를 넓혀 강화도와 타이완 등지에 서식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2월에 타이완과 홍콩 등에 저어새가 얼마나 서식하는지 조사했어요.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가 최대 번식지이자 먼 거리인 월동지로 가기 전 많은 저어새들이 영양을 보충하는 곳이더군요. 그 중요성을 우리는 제대로 인식 못하는 것 같아요.”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찍겠다며 일부러 돌을 던지는 사람도 있지만,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모습이 그렇게 좋나요? 한번 도망간 저어새는 다시는 그 장소로 돌아오지 않는데…” 지 교수가 저어새 사진을 찍는 이유 중에는 저어새가 살아가는 터전에 대한 애착도 있다. 저어새는 현재 제주의 월동지와 강화도 인근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번식지도 그나마 살 공간을 빼앗긴 저어새들이 쫓겨나온 곳이라고 그는 말했다.

“강화도 남단에 조력 발전소를 짓는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되면 갯벌에 물이 많이 차서 저어새가 갈 곳이 또 하나 사라져요. 또 제주도 올레길이 유명하잖아요? 그런데 올레길 바로 옆에 저어새들이 쉬는 공간이 있어요. 올레길이 유명 관광지가 되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와서 환경을 파괴하고 저어새를 쫓아내는 경우도 있어요. 대부분 새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죠. 이리저리 사람들을 피해 다니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현실이 안타까워요.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소중하듯 새들의 안식처 또한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렇다고 지 교수가 올레길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올레길을 만들 때 그곳의 생태 환경에 먼저 자문을 구해야 하는 게 순서 아니냐고 그는 주장한다. 어느 한 쪽만 이익을 보는 게 아니라 서로 배려하면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 그 방법을 찾자는 것이 지 교수의 생각이고, 그래서 그는 오늘도 저어새를 화면에 담는다. “처음에는 그냥 저어새가 좋아서 찍었는데 이제는 의무감도 생겼다”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면 인간의 삶도 결코 풍요로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1500만원짜리 캐논 렌즈 쓰고 싶지만… ‘대포 같은’ 렌즈 껴안고 한발 한발 전진 지남준 교수는 저어새를 찍을 때 캐논 자동초점 600mm AF F4 L 렌즈를 사용한다. 캐논의 최고급 렌즈 중 하나지만 구형이라 손흔들림 보정(IS) 기능은 없으며, 자동초점을 맞추는 중에 언제라도 손으로 초점을 미세조정하는 기능도 없다. 이런 기능이 갖춰진 최신형 600mm F4 AF IS 렌즈를 장만하는 게 지 교수의 꿈이지만, 가격이 물경 1500만 원이나 되니 아직은 언감생심이다. 그는 "생각은 굴뚝같지만 이거 잘못 구입했다가는 집에서 쫓겨날지도…”라며 허허 웃었다. 처음에는 캐논 400mm AF L 렌즈를 썼지만 저어새를 더 크게 찍기 위해 600mm 렌즈를 장만했다고 한다.

야생동물 촬영에서는 얼마나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느냐가 작품의 질을 좌우한다. 미국의 유명한 동물사진 작가는 동물이 경계하지 않도록 1분에 몇 m씩 정말 ‘굼벵이 기듯이’ 접근함으로써 불과 몇m 거리에서 마치 인물 초상화를 찍듯이 야생동물을 찍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계심이 많은 저어새에 다가가기 위한 지 교수의 노력도 마찬가지다. 그는 위장막에 숨어 저어새가 가까이 오기를 몇 시간이고 기다리고, 때로는 은폐를 위해 지면에 납작 엎드리는 ‘겸손함’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신형 장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랬다가는 집에서 쫓겨날지도… 흐흐흐” 가장 근접한 거리는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저어새는 큰 새라서 아주 가깝게 접근 하기가 힘들다”면서도 “최대 근접촬영 기록은 20m 정도”라고 밝혔다. 먹이를 먹는 과정을 촬영할 때는 엎드려야 저어새가 경계하지 않는다. 신기한 점은 저어새들은 사람의 마음까지 아는지, ‘무기 같은’ 카메라 렌즈를 들고 접근하는 지 교수는 경계하면서도 근처에서 조개 등을 캐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경계를 하지 않는다. 자신이 주목되고 있는지 아닌지를 바로 알아차리는 동물의 신기한 능력이다. 그가 사용하는 캐논 바디는 1D Mark 4다. 하늘을 비행하는 저어새를 촬영할 수 있을 정도로 고속촬영에 문제가 없는 기종이라 선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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