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객실에서 진행되는 미술품 판매 행사인 호텔아트페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호텔 방을 전시장으로 이용하는 특수성 때문에 대형 작품보다는 작은 소품 위주로 열리는 호텔 아트페어는 국내에 도입되면서 행사가 열리는 고급호텔이라는 장소 덕분에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미술품 판매를 위한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라기보다는 “주최 측이 고수익을 노리는 부스 임대 장사”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2011년 11월의 호텔아트페어를 조명해 보자. 아트페어(Art Fair)란 보통 몇 개 이상의 화랑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말한다. 아트페어는 그림을 팔고 사는 시장이기 때문에 작품성 위주의 비엔날레와는 성격이 다르다. 때때로 작가 개인이 참여하는 형식도 있지만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활성화하고 화랑 사이의 정보교환과 작품 판매촉진, 시장 확대를 위해 주로 화랑간의 연합으로 개최된다. 국제 미술계의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세계 3대 아트페어로는 스위스 바젤, 미국의 시카고, 프랑스의 피악(FIAC)을 손꼽는다. 세계 4대 아트페어라 하면 여기에 독일의 쾰른 아트페어를 더하며, 6대 아트페어라 하면 미국 샌프란시스코, 독일 베를린 아트페어가 더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부터 마니프(MANIF) 서울국제아트페어가 열리고 있으며, 2002년부터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추가됐다. 미술품 판매 시장의 새로운 활로로 마련된 호텔아트페어가 ‘돈 되는’ 장사로 비춰지면서 주최사들 난립 양상 심해져 호텔 객실을 전시장으로 꾸며놓고 진행하는 호텔 아트페어는 기존 전시형태와 비교할 때 작품을 벽에 걸 수 없고, 방안의 침대나 탁자 위에 올려놓는 등 전시로 보기에 어려운 측면도 있다. 호텔 아트페어를 개최하는 주최측들은 “기존 전시장의 벽면에 작품을 내거는 것과는 달리 가정집의 실내 같은 집기들이 비치돼 있는 호텔방에 작품을 전시하면 실제 작품을 집에 걸었을 때의 느낌을 미리 알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수의 미술계 인사들은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다는 명분은 있지만 관람객들의 실내 환경과는 다른 호텔방 침대 위와 화장실 등에 작품들을 전시하는 것으로 과연 집 벽에 작품을 거는 효과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회의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또한 호텔 아트페어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여러 화랑 관계자들은 “호텔방에서 전시하면 고객에게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주최측의 설득에 따라 행사에 참여했는데, 실제 현장에서 보니 미술품 구입 고객보다는 학생 등 단체 관람객이 더 많아 특정 작가의 그림 구입에 관심을 가진 고객조차 방문을 꺼리더라”며 “명분은 새로운 판로 개척이지만 고객의 외면을 사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호텔 아트페어는 특이한 장소성 덕분에 VIP 고객의 색다른 눈길을 끌려는 의도에서 탄생된 미술품 판매 행사다. 이러한 의도가 희석되는 이유는 초기의 기획 의도와는 달리 주최측이 참여 화랑의 숫자를 늘리고, 입장 수익을 노려 관람객을 유도함으로써 실질 구매고객의 발길을 돌리게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수년간 호텔 아트페어의 부진으로 참여 화랑 숫자가 적어지자 일부 주최 측은 화랑이 아닌 미술품 경매업체를 유치해 현장에서 작품 경매를 하는 행태도 나오고 있다. 최근의 경기 불황으로 국내 미술품 거래시장은 그 흔적조차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랑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호텔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현실에서 호텔 아트페어가 아트페어로서의 본래 기능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황에 시달리는 화랑 입장에서는 장소의 특별함 덕분에 미술품 컬렉터들이 외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관람하며 구입을 결정할 수 있는 호텔아트페어의 장점에 아직도 기대를 걸고 있다. 판로 확충 명목으로 호텔 방 침대 위 등에 작품을 전시하지만 참가하는 화랑들에는 거의 이득이 안 돌아간다는 불만 나와. 이색 마케팅 수단이지만 미술시장 활성화 위한 공동 노력 있어야 이러한 이유로 화랑들은 기대감을 품고 행사에 참여하며 판매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현실은 참가비조차 보전하지 못하고, 기존 고객마저 눈을 돌리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호텔 아트페어의 인기가 옛날 같지 않다. 주최측이 외형만 부풀려 수익 창출을 도모하지 말고,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참여 화랑과 적극적인 유대 관계를 맺고 적극적 마케팅을 실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미술품은 일반 공산품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한 번 눈길을 돌린 고객을 다시 잡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로 진정한 고객을 위해 준비된 호텔 아트페어라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다시금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화랑계의 주문사항이다. “호텔 아트페어는 모두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를 계속 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이다.
주최측 도대체 얼마나 남기길래 객실료의 3배 이상 참가비를 받으니… 호텔아트페어에 참여하는 화랑들은 주최 측에 최소 300만~500만 원의 객실 임대료를 참가비로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이 비용은 일반 객실료에 비한다면 최소 3배 이상 비싼 것이어서 호텔과 주최측의 임대 장사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11월 25일부터 27일까지 강남구 소재 임패리얼 호텔에서 열린 도어즈 아트페어 행사를 한번 들여다보자. 35개 화랑이 참여하며 1개 층 대부분의 객실을 사용하는 이번 행사를 보면 어느 정도 가격이 부풀려졌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임패리얼 팰리스 호텔의 일반 객실 하루 사용료는 30만 원으로 고시돼 있다. 3일 동안 행사를 하므로, 단체 임대 디스카운트를 받지 않더라도 임대료+서비스료는 100만원 안팎이다. 1개 층을 통째로 빌리므로 당연히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화랑이 내야 하는 참가비는 방 하나당 300만~500만 원이나 된다. 방값은 3000만원 안팎인데 화랑에서 거둔 돈은 1억을 넘는 수준으로 계산되니, 간단한 계산만으로도 주최 측이 7000만원을 남기는 짭짤한 행사다. 여기다 관람객 1인당 입장료 1만 원을 따로 받는다. 임대료에서 큰 이익을 남기고 입장료 수익까지 챙길 수 있으니 ‘한몫 단단히 챙기는 장사’라는 일부 화랑의 불만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호텔 객실 임대료는 3천여만원이고 화랑으로부터 받는 참가비 총액은 1억원이 넘는다면? 화랑에 너무 큰 부담 주고 주최 측은 쉽게 돈버는 행사 아닐까? 이 행사를 개최하면서 주최 측이 부담한 비용은 주로 객실 임대료이며 부대비용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최 측은 “행사를 홍보하기 위한 광고는 후원으로 대체했고, 카탈로그 등의 인쇄비에 얼마를 썼는지는 밝힐 수 없다〃며 〃입장료로 1만 원을 받지만 이것 역시 수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대비용으로 가장 크게 들어갈 수 있는 비용이 광고비인데 후원으로 대체했으면 광고비 역시 거의 들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호텔 아트페어에 꾸준히 참여하는 한 화랑 대표는 “이렇게까지 주최 측이 많은 수익을 올리는 줄은 몰랐다. 참가 화랑은 참가비와 작품 운송비, 현장 운영인력 등의 기본경비를 지불해야 하므로 작품 판매가 안 되면 고스란히 손해를 안게 된다”며 “작품 판매를 위한 지원을 주최 측에서 특별히 해 주지 않는 이유가 이익 때문이었냐”며 강한 불만을 토해냈다. 이에 대해 호텔 아트페어 주최측 인사는 “참여 화랑을 모집하고, 장소 선정과 마케팅 비용에 들어가는 액수가 알려진 것보다 많다”며 “단순한 수치로 주최 측을 장사치로 폄하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 아트페어의 경우 전시장 임대료, 부스 설치비, 조명 설치비, 인쇄물, 편의시설 마련 등으로 최소 3억 원에서 5억 원 대의 준비 비용이 들어간다. 이에 비해 호텔 아트페어는 호텔 객실이라는 공간에 아무런 시설을 하지 않은 채 운영하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미술품 판매를 통한 미술시장 활성화라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호텔 아트페어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9년 하얏트호텔 행사가 시초 단발성 행사 잇달면서 ‘신개념 마케팅’ 퇴색 호텔 아트페어는 기존의 대형 아트페어가 열리는 시기에 이벤트 성격으로 시작됐다. 고가의 참가비 부담 때문에 대형 아트페어에 참여하지 못한 화랑과 작가들이 미술시장에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한 자리를 별도로 마련하면서부터였다. 대형 아트페어에 출품되는 작품들이 기존 화랑의 보유 작품을 재고정리 하는 모양을 일부 띠면서 초기에 호텔 아트페어는 새로운 기획 전시로 신선함으로 눈길을 받기도 했다. 미술품 판매시장을 다양화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된 것이다. 호텔 아트페어란 이름이 국내에 처음 알려진 것은 2008년 일본 도쿄 신주쿠 인근 호텔에서 ‘아시아 톱 갤러리 아트페어’란 이름으로 진행된 열린 호텔 아트페어에 한국 화랑들이 참여하면서부터였다. 당시 국내 화랑 30여 곳과 중국 화랑 10곳, 일본 화랑 50곳 등 이름이 알려진 화랑들이 각국 대표 작가의 작품을 내걸고 행사를 벌여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 행사에서도 판매 실적은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국에서 첫 호텔 아트페어가 개최된 것은 2009년 8월 21~23일 그랜드 하얏트서울 호텔에서였다. 당시 2개 층에 84개 객실이 작품 전시공간으로 활용됐다. 침대 위에 그림을 놓거나 화장실과 욕조 안에 작품을 얹어놓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후 국내에선 아시아 톱갤러리 호텔아트페어, 도어즈 아트페어, 핑크아트페어 서울, 스타&블루 아티스트 호텔아트페어, 온양온천 호텔아트페어, 메리어트 호텔아트페어 등이 지속적 행사가 아니라 단발 행사로 열리면서 호텔 아트페어가 난립하는 양상을 초래했다.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정정 및 반론보도] ‘호텔 아트페어는 곱의 곱 장사?’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 지는 지난 12월 4일자 제250호 54~56면 「호텔 아트페어는 곱의 곱 장사?」 제하의 기사에서 “도어즈 아트페어 행사 주최 측이 임대료 및 입장료 수익으로 7000만원 정도를 남겼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호텔 객실 계약기간은 3일이 아닌 4일이었으며, 객실 사용 비용 외에도 오프닝 행사비, 디자인 및 인쇄비, 인건비, 특별전 운송비, 회계, 마케팅경비, 웹하드, 홈페이지, 옥외배너, 아이디카드, 스태프 티셔츠, 광고비 등의 기타 경비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기사에서 후원으로 기술한 도어즈 아트페어의 홍보와 관련한 지면광고는 후원이 아닌 교환광고의 기획이었으며, 일부 유료광고도 있었음을 밝힙니다. 또한 주최 측은 “참여 화랑의 판매 결과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했다”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