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젊은 P씨(42세)가 어머니와 같이 클리닉에 찾아왔다. 다 큰 아들이 어머니와 같이 오기는 쉽지 않은데, 어쨌든 어머니가 안타까운 마음에 아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어떻게 오셨냐고 묻자 “발기가 안 돼 수술 받으려고요. 선생님한테는 7년 전에 왔었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차트를 찾아보니 당시 당뇨병과 발기부전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뒤라 보형물 삽입수술을 권했던 환자였다. 그때 왜 수술을 안 받았냐고 묻자 P씨는 “당뇨 환자는 수술 받으면 오래 못 산다고 어머니께서 강력히 반대하셔서 이제까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P씨는 결혼해서 딸도 하나 있었는데 부부생활이 안되니까 부인과 이혼하게 됐다고 했다. 이제는 중국에 가서 혼자 장사를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혼자 살 수 없으니 이제라도 고칠 수 있는지 어머니가 서둘러서 데리고 온 것이었다. 어머니는 “진작 수술을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후회하며 완치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이혼 뒤 그는 아직 혼자였다. 그래서 내가 “수술 받고 전 부인을 만나 회포를 풀면 조강지처를 다시 데려올 수도 있고, 아니면 중국에서 좋은 처녀에게 장가 갈 수도 있고…. 하여간 한 달 반 후면 판가름이 날 수 있다”고 해줬더니 아들보다 어머니가 더 기뻐했다. 수술이 끝난 뒤 P씨의 병실에 들려 “수술이 성공적으로 잘 되어 이제 새 장가 갈 수 있게 됐다”고 안심시켰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아들 살려줘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딸은 자신이 키우고 있는데, 이혼했어도 며느리가 지금도 애 때문에 가끔 들린다며 아들이 수술 받고 완치되면 며느리를 다시 들이고 싶다고 했다. 퇴원하는 날 P씨에게 부인과 헤어진 이유를 물었다. 그는 “7년 전부터 발기가 안 되기 시작하니까 자꾸만 집사람 행동이 이상해지고 밤늦게 돌아오는 일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자꾸 의심이 가 서로 많이 싸웠어요. 그래서 헤어지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이제 수술 잘 돼서 완치됐는데 부인과 중국 여자 중 누구를 데려오고 싶냐고 묻자 그는 “중국에서 같이 장사를 하며 만난 여자가 있는데 아주 착하고 마음씨가 좋아요. 아직까지 마음만 주고 있는 상태이고 몸은 안 되니까 왔는데…”라며 허허 웃었다. “수술 결과는 100% 좋습니다. 누구하고 먼저 관계를 갖고 싶습니까?”라고 묻자 “글쎄요”라며 고민하는 눈치였다. 외양간은 잘 고쳐놓았는데 과연 집 나간 소를 다시 데려올지 아니면 새 소를 데려올지 그 귀추가 궁금해진다. 수술 후에는 완전히 전세가 역전되는데 과연 어떤 선택을 하려나? - 최형기 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