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해보다도 수많은 신차가 쏟아져 나왔던 2011년,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신차 행렬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신관이 구관보다 못하네’라는 탄식 역시 수시로 터져 나왔다. ‘폼 나는’ 신차를 구입했다가 품질 불량으로 곤욕을 치른 경험자가 잇달았기 때문이다. 비오면 밖에 못나가…쉐보레 크루즈와 올란도 올 7월 사상 최악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한국지엠의 신형 크루즈와 올란도의 누수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크루즈는 조수석과 트렁크 쪽으로 물이 새고, 올란도 또한 보닛 안쪽으로 빗물이 들어와 엔진 쪽으로 흘러든다는 불만이 소유주들 사이에서 제기된 것이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신차에 결정적인 문제점이 발견된 경우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접수된 자동차 결함신고를 보면 7월부터 8월 26일까지 올란도의 보닛 누수 현상에 대한 신고가 공개된 건만 52건(전체 신고는 93건)이 넘었으며, 크루즈도 10건(전체 신고 26건) 이상이었다. 세부 결함 내용을 비공개한 게시물을 감안하면 실제 문제 자동차 숫자는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교통안전공단에 결함 신고를 한 황 모 씨는 “(크루즈의) 누수 문제 때문에 2번 직영사업소를 방문해 수리를 받았지만 어김없이 계속해서 같은 곳에서 누수가 생겼다”며 “이번 누수가 3번째”라고 결함 내용을 전했다. 그는 “정확히 수리만 해줘도 이렇게 울분을 토하진 않을 텐데 수리도 못 하는 차량을 만든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검증 안 된 신차 사지 말라”는 경고 미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SM3·크루즈·소나타 등 국내 신형 차량서 ‘품질 불량’ 계속 이어져 소비자 불만 폭발 올란도 차량을 소유한 전 모 씨는 “여러 번 소비자보호센터와 한국지엠 본사 등에 문의했지만, 이런 민원을 해결하려는 건지 아니면 그냥 참고용으로 듣는 건지 알 수 없는 대응만 받았다”며 불성실한 태도에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지엠 측은 이 같은 신차의 누수 문제를 워터스트립(차체에 물이 새어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고무패킹)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7월 유난히 폭우가 쏟아져 누수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 것 같다. 그 전까지는 우리도 정확한 사정을 몰랐다”며 “누수 문제를 호소하는 고객들에게 현재 무상수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상수리 서비스를 받아도 문제가 계속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소유주들은 “올란도와 크루즈는 비가 오면 외출할 수 없는 차”라고 자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단순히 특정 부품의 문제가 아니라 차량 구조상의 결함 탓이라는 의문이 나온 이유다. 교통안전공단에 신고 절차를 밟은 한 크루즈 소유자는 “현재 서비스센터로 차량을 입고 시켰지만, 더 화가 나는 건 수리 후에도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비 오면 물이 새는 차가 품질검사를 통과했다며 버젓이 팔리는 게 신기할 정도다. 가능하다면 환불을 받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마이크 아카몬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 8월31일 쉐보레 브랜드의 6개월 성과와 향후 브랜드 발전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누수로 불편을 겪은 고객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쉐비 케어’ 프로그램으로 불만족을 해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차의 품질 문제 수두룩 작년 8월 출시된 현대 신형 아반떼 또한 안전성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출시된 지 불과 3개월 남짓이 지난 작년 11월 출고 26일이 지난 신차에서 원인 모를 화재 사고가 터진 것이다. 화재로 인한 차량 훼손이 심각해 원인을 찾아내기도 어려웠다. 아반떼의 ‘이유를 알 수 없는 화재’는 올해 2월에도 일어났다. 연이어 생긴 화재로 현대차의 신차 품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차의 신차 품질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4월에는 2010년 3월 30일부터 5월 17일 사이에 생산된 신형 쏘나타 1만9211대가 결함 문제로 리콜 조치됐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들 차량은 차량 뒤쪽 제동램프 아래 후부반사기(어두운 곳에서 빛을 비추면 적색으로 반사되는 부위) 성능이 안전 기준에 미달해 후발 차량의 앞차 확인이 늦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7월, 출시된 지 1년 된 신형 SM3 차량에서 결함이 발견돼 리콜을 하게 된 것이다. 문제 차량은 연료 탱크 내 증발가스를 배출하는 밸브가 완전히 닫히지 않아, 밸브를 통해 연료가 엔진에 주입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엔진 떨림 현상은 물론, 심하면 시동이 꺼질 우려까지 나타났다. 이에 회사 측은 2009년 5월6일~2010년 6월15일 사이에 생산된 SM3 5만9410대를 리콜했다. 한편 르노삼성은 올해 상반기에도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최다 리콜 대수’의 불명예를 안았다. 올해 1~6월 르노삼성은 SM3와 SM5 15만9817대를 리콜하는 바람에 국내 전체 리콜 대수의 76%를 차지했다. 이런 이유로 르노삼성은 자동차 고객만족도 조사의 품질 스트레스 항목에서 저조한 순위(국내 완성차 업체 5곳 중 4위)를 기록했다. 조사를 진행한 자동차 전문 리서치업체 마케팅인사이트는 이에 대해 “2010년 생산된 SM3, SM5의 반복된 리콜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브레이크 문제로 곤욕을 치른 2008년에 이은 르노삼성의 두 번째 4위”라고 설명했다. 나온 지 얼마 안 된 신차를 사는 데 위험이 따르는 것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최대의 품질평가 매체인 컨슈머리포트는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을 평가하는 최근 기사에서 “발매 뒤 1년이 지나지 않은 차량에서는 문제가 많을 수 없다”며 “신차를 발매한 뒤 발견될 수밖에 없는 하자들을 업체들이 수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신차 발매 뒤 최소한 6개월 이상 지난 차를 구입하도록 추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