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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올해의 단어에 ‘쥐어짜인 중산층’…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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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1호 김경훈⁄ 2011.12.05 11:33:20

겨울이 문 밖에 기다리는 헛헛한 12월에 접어드니 갖가지 연례행사들이 이어집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 사랑의 연탄배달 등 훈훈한 뉴스가 가득합니다. 일 년 내내 사람냄새 듬뿍 나는 일로 채워졌으면 좋으련만, 생각대로 안 되는 게 세상살이입니다. 그래도 그나마 우리 사회에 이런 세밑 온정이 살아 있음에 위안을 받습니다. 한 해를 마감할 때 곧잘 등장하는 ‘올해의 단어’ 선정도 연례행사 중 하나입니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에 ‘쥐어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이 뽑혔습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측 대변인은 쥐어짜인 중산층이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경기침체가 깊어지면서 이 단어가 계속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빅뉴스가 많아 올해의 단어 후보들이 많았습니다. 아랍의 민주화를 불러온 자스민 혁명, 독재정권의 몰락, 글로벌 금융위기, 선진국의 신용등급 하락 등 굵직한 꺼리들이 대기했지만 유독 중산층에 포커스를 맞춘 이유가 궁금합니다. 민주화나 경제위기 모두 따지고 보면 모두 잘 먹고 잘사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겠지요. 지구촌 중산층이 얼마나 어려워졌으면 쥐어짜였다고 표현했는지, 나름 숙연해지고 처지를 돌아봅니다. 물론 반대도 있겠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재미없는 앙앙불락(怏怏不樂)의 시대상황은 동서양 어디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가장 세계적인 게 때론 가장 지역적입니다. 사람 사는 게 다 엇비슷합니다. 성취에 대한 강박과 스트레스에 지친 영혼 등. 올해의 단어를 접하고 생뚱맞게 사전에서 ‘중산층’을 찾아봤습니다. “안정된 생활을 빠듯하게 유지하고 제집 마련해 살아가는 사람들.” 사회를 떠받치는 대다수 사람들, 우리 몸으로 치면 허리입니다. 머리와 손발이 제대로 움직이도록 하는 중추(中樞)입니다. 두터운 중산층은 선진국의 필수조건 중 하나입니다. 각 정당의 구호나 캐치프레이즈에도 항상 중산층이 등장합니다. 중산층을 잘살게, 중산층을 두텁게 한다는 둥…. 이명박 대통령의 주간 라디오 연설에도 ‘중산층 보호’는 단골 메뉴입니다. 혜성처럼 등장한 ‘대권 잠룡’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자사 주식 15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중산층을 위한다고 했습니다. 중산층의 삶이 무너지고 있고, 젊은 세대들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사회 중산층은 두터워지지도 않고 잘살지도 않고 심지어 확산되지도 않습니다. 한마디로 몰락 중입니다. 중산층이 지난 10년 동안 무려 10%나 감소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2010년 KDI 보고서). 중산층 가구 비중도 감소하고, 소득 비중도 급속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팍팍한 경기침체를 보여주는 KDI 보고서 중 엥겔지수도 눈길을 끕니다. 올 3분기 엥겔지수가 7년 만에 가장 높은 22.8%를 기록했다는 겁니다. 저성장 시대 중산층 생활이 더 핍박해졌다는 반증입니다. 20대 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고 88만원 세대가 200만 명을 훌쩍 초과한 경기침체의 그늘이 깊습니다. 이른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해졌습니다. 심각한 문제는 부유층은 부유층대로 그들만의 허세가 깊어지고, 또 빈곤층은 급속히 확산되고, 중산층은 감소하는 데에 있습니다. 사회 주류가 해체되는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올해의 단어에 선정된 ‘쥐어짜인 중산층’…. 당최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할 수 있겠습니까(誰怨誰咎)? 허나 힘없고 배경이 변변찮은 대다수 중산층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표(票)입니다. 정말로 중산층을 대변하는 후보, 정당에 표를 주는 겁니다. 투표용지는 탄환보다 강합니다. 문 밖 겨울이 지나면 총선이 성큼 다가옵니다. - 김경훈 CNB뉴스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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